관망 수요에 돈 대주는 꼴… 매매가는 4분기 본격 상승 전망
2014년 청마의 해가 밝았다. 2013년 주택 시장을 점검해 보고 올해는 어떤 시장이 펼쳐질지 살펴보자. 2013년은 4·1 조치 및 8·28 조치 등 굵직한 대책들이 나오면서 부동산 시장 정상화에 한걸음 다가선 해다. 이런 정부의 대책에 힘입어 부동산 시장도 서서히 반응하고 있다.2013년을 간단히 표현한다면 전셋값의 강세 지속 및 매매가의 반등이라고 할 수 있다. 2012년 상반기부터 안정세를 취해 왔던 전셋값은 2013년 하반기 들어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최근 6개월 동안 전셋값 상승률이 그전 1년간 상승률보다 높은 현상이 나타났다. 아이러니하게도 전셋값 안정을 기치로 내걸었던 8·28 조치 이후에도 전셋값은 상승세를 멈추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8·28 조치가 사실상 실패한 것 아니냐는 평가도 있다. 하지만 8·28 조치가 단기 처방이 아니라 매매 시장 정상화를 통해 전세 수요 분산이라는 장기적인 처방을 지향하는 만큼 평가를 내리기에는 아직 이르다.
새해에도 전셋값 상승 이어질 듯
하지만 주택 시장이 과거와 다른 패턴을 나타내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는 있다. 참여정부나 MB정부 때는 주택 매매 시장과 전세 시장이 정반대의 길을 걸었다. 참여정부(2003년 2월~2008년 2월)까지 매매가 상승률은 33.8%에 이른 반면 전셋값 상승률은 11.3%에 그쳤다. 주택 수요가 매매 시장으로 몰린 까닭이다.
하지만 MB정부(2008년 2월~3013년 2월) 들어서는 매매가 상승률이 15.9%에 그친 반면 전셋값 상승률은 무려 39.4%에 달했다. 보금자리주택 등의 정책으로 매매 수요가 대기 수요화하면서 집을 살 여유가 있는 계층도 대거 전세 시장으로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결국 참여정부나 MB정부 때는 매매 시장이나 전세 시장이 서로 보합 관계에 놓여 있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최근 주택 시장의 패턴은 기존의 전통적 모습에서 벗어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2011년과 같이 전세 시장과 매매 시장이 동시에 상승하거나 2012년과 같이 전세 시장과 매매 시장이 동시에 침체되는 현상을 보이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때나 국제 금융 위기 때에도 나타나곤 했었다. 결국 아직은 주택 시장이 정상적인 궤도를 찾지 못하고 경기의 부침에 따라 크게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세 시장은 2013년 5월까지 안정된 모습을 보여 왔다. 지난 10년(2003~2012년) 평균 상승률과 대비해 볼 때 2013년 초반의 상승률은 낮은 수준을 유지했던 것이다. 하지만 비수기라고 할 수 있는 6월부터 전세 시장이 상승하기 시작해 2013년 하반기에는 지난 10년간 평균 상승률보다 높은 수준을 보여줬다.
문제는 이런 전셋값 상승이 끝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12월은 한 해 중 주택 수요가 가장 적은 달이다. 혹한기 때는 이사를 잘 가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2013년에는 전월 대비 0.77%나 상승하는 등 전셋값 상승세가 식을 줄 몰랐다.
그러면 2014년 전세 시장은 어떤 현상을 보일까. 2013년 하반기의 추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학군 수요 등 전통적으로 전세 수요가 많은 지역은 전세 매물 부족 현상이 해소되지 않기 때문이다. 더구나 아직도 집값이 내릴 것이라고 믿고 있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전세 수요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이들은 집을 살 여력이 있지만 매매 시장이 확실히 상승세로 전환됐다고 확신하지 않는 이상 전세 시장에 머무를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과거와 달리 낮은 금리로 전세 자금을 쉽게 조달할 수 있기에 전세 시장에 머무르면서 집값의 향방을 지켜볼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결국은 현재의 전셋값 상승을 부채질하는 것은 정부의 전세 자금 대출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정부가 당분간 전세 자금 대출이라는 독약을 전세 시장의 치료제로 쓰려는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는 점이다. 이런 이유로 2014년에도 전셋값 상승을 점치는 것이다.
이번에는 매매 시장을 살펴보자. 하락의 골이 깊었던 2012년 하반기의 매매 시장은 2013년 들어와서도 하락세를 이어 왔다. 4·1 조치에도 잠재우지 못했던 하락세는 8·28 조치 직후인 9월부터 상승세로 반전하게 됐고 4분기 이후에는 상승세로 완전히 돌아섰다. 지난해 12월에는 매매가 상승률이 전달 대비 0.24%나 상승, 지난 10년간 평균 상승률보다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2013년 4분기의 반등을 이끌었던 것은 실수요자들이었다. 몇 년간 지속된 전셋값 상승에 지친 실수요자들이 매매 시장을 두드리기 시작한 것이다. 더욱이 전세 매물 부족이라는 시장 상황은 실수요자들에게 월세나 매매 중 하나를 택해야 하는 상황으로까지 몰고 갔다. 이런 이유로 과거 전셋값 상승이 높은 지역이 현재 매매가 상승도 높게 나타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경기도 성남시에 세 개의 자치구가 있는데, 지난 1년간 전셋값 상승률은 분당구(15.8%)·수정구(5.3%)·중원구(3.9%)순으로 높다. 그런데 지난해 12월 매매가 상승률도 분당??0.2%)·수정구(0.1%)·중원구(0.0%)순으로 같다. 고양시도 마찬가지다. 일산서구(14.8%)·일산동구(11.1%)·덕양구(8.1%)순이 그대로 매매가에서도 나타난다.
다주택자도 시장 참여 여건 조성돼
그러면 2014년에는 어떻게 될까. 지난 연말에 취득세 영구 인하와 다주택자 중과세 배제라는 중요한 두 가지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시장 전망을 밝게 만들었다. 취득세 영구 인하 조치 이전에는 6억 원짜리 주택을 살 때 취득세를 1주택자가 1200만 원, 다주택자가 2400만 원을 내야 했다. 그런데 이 조치 이후에는 1주택자는 물론 다주택자도 600만 원만 내면 된다. 적용 세율은 1주택자나 다주택자 모두 같지만 다주택자에 대한 차별이 없어지면 다주택자의 인하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나는 것이다. 다주택자 중과세 배제도 마찬가지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세 배제가 시장에서 갖는 의미는 과거 양도 차익이 많았던 매물을 처분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것이 아니다. 2009년부터 2013년까지 5년 동안 유예 조치로 다주택자에 대해서도 기존 세율만 적용하는 일반 과세 제도를 시행해 왔기 때문에 그동안 팔려는 의사를 가진 다주택자들은 대부분이 매물을 처분했다. 더구나 2009~2012년 사이에 매입한 주택은 언제 팔더라도 주택 수와 상관없이 기본 세율만 적용되는 특례 조항에 해당하기 때문에 양도세 중과 배제는 큰 의미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법안 통과는 시장에서 매도가 아니라 매수의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2013년에는 다주택자가 주택을 매입하면 중과세 대상이었다. 하지만 이 법안이 국회를 통과했기 때문에 앞으로는 다주택자가 주택을 취득해도 기본 세율만 부담하면 된다. 결국 이번 법안 통과로 다주택자들도 주택을 매입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것이다.
2013년 하반기가 전셋값 상승에 놀란 실수요자들이 주도한 시장이라면 2014년은 다주택자도 이에 동참하는 시장이 될 것이다. 이에 따라 완만한 상승세가 펼쳐질 것으로 전망된다. 매매가나 전셋값이 본격적으로 상승하는 4분기 이후에는 그동안 전세 시장에서 머무르면서 관망하던 대기 수요자들도 매매 시장으로 합류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아기곰 부동산 칼럼니스트 a-cute-bea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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