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연기관 설 자리 좁아져… ‘디트로이트 몰락’ 한국서도 가능성

자동차 산업은 한 국가의 먹고사는 것을 좌지우지할 정도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한국의 수출·생산·고용·세수 등에서 자동차 산업의 비중은 10%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전후방 산업 파급효과가 클 뿐만 아니라 한국 경제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한다.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100여 개의 자동차 제조사가 번성했고 각 국가의 대표적인 전략 산업이었다.
[2020년 대한민국] 차세대 자동차 3대 키워드 ‘친환경·스마트·무인’
하지만 최근 경기 침체가 전 세계를 덮치며 잘나가던 세계 자동차 산업에 지각변동을 일으켰다. 많은 자동차 제조사가 파산했고 구조조정을 통해 통합됐다. 미국은 자동차 제조사의 몰락으로 세계적인 공업도시이자 자동차 산업의 본고장인 디트로이트까지 불황을 견디지 못하고 2013년 7월 파산 신청했다. 1920년대 전 세계 자동차의 85%를 생산하던 미국 자동차 산업의 패권이 처참하게 무너진 것이다. 시사 주간지 타임은 ‘올해가 디트로이트의 마지막 겨울일까’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미국 자동차 산업의 실패 원인으로 소형차 개발 외면, 고임금·고액 퇴직금 등 인건비 부담 가중, 강성 노조, 연비 개선 실패 등을 지적했고 근본 원인은 단시간에 개선할 수 없는 시대착오적 경영 패러다임이라고 밝혔다. 미국 자동차 제조사는 시대 변화를 읽지 못하고 성능 경쟁력 개발에 소극적이었던 까닭에 연비 효율이 높고 값도 비교적 싼 일본·독일·한국 자동차에 밀리게 됐다. 전문가들은 향후 자동차 제조사 중 전 세계 10개 정도만 살아남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리고 현재 자동차 산업은 아예 체질을 전면적으로 바꿔야 하는 시대적 변화에 직면했다. 친환경차(green car), 스마트 카, 무인 자동차 등 첨단 신기술이 상상을 넘어 현실에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아직 미래 자동차가 어떤 방식과 모습으로 패러다임을 만들지 정확한 정의나 개념도 딱히 정해지지 않았다. 다만 차세대 자동차로의 시대적 변화 요구에 한국 자동차 산업이 뒤처져 대응하지 못하면 자동차 제조사뿐만 아니라 한국 주식회사마저 성장 동력 상실이라는 커다란 위기에 봉착할 것은 분명하다.


2013년은 테슬라, 2014년은 무인 자동차가 핫이슈
우선 향후 자동차 산업의 동력원은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내연기관에서 전기에너지를 사용하는 배터리와 모터로 바뀌는 추세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2013년 글로벌 자동차 업계의 핫이슈는 테슬라 전기차였다. 전기자동차의 패러다임을 바꾼 테슬라 모델S 판매 돌풍은 자동차 시장뿐만 아니라 정보기술(IT) 업계 전반에 충격을 줬다. 2012년 6월 출시된 이 차는 초반에 월 수십 대 판매에 그쳤지만 디자인과 성능이 탁월하다고 입소문이 돌면서 10월 이후부터 판매량이 급증했다. 그리고 2013년 들어 월평균 1000~2000대 정도 팔리면서 전기차 열풍을 일으켰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IT 업체였던 테슬라가 자동차를 만들 수 있다는 점과 전기차가 프리미엄 슈퍼카 시장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발상의 전환을 이뤄냈다는 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친환경차는 에너지·환경문제 해결뿐만 아니라 신성장 동력 창출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차 및 플러그 인 하이브리드카는 전력 IT와 융합돼 스마트 그리드의 핵심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 향후 100만 대 이상이 보급되면 또 V2G(역송전장치) 등 전력 저장, 배터리 재판매 사업, 카 셰어링, 종합 충전 서비스 사업 등 수많은 신사업과 일자리 창출이 가능해진다.

이재규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는 “친환경차 개발은 자동차 제조사에 미래 성장 동력과 사활이 걸린 문제”라며 “친환경차 가격이 고가로 형성돼 있기 때문에 수익률을 높일 수 있고 친환경차 기술을 선도하는 기업이 미래 자동차 시장의 패권을 거머쥘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래서 각국 정부와 자동차 제조사들은 현재 친환경차 기술 개발에 많은 투자와 비용을 투입하고 있다.


애플카·안드로이드카·구글카 나온다
자동차를 하나의 첨단 IT 기기로 인식하는 스마트 카는 신사업과 일자리 창출에 더욱 폭발적인 성장 잠재력을 포함하고 있다. 자동차의 전자화 및 지능화로 완성차와 부품 산업의 성장을 가속하고 정보통신, 콘텐츠·애플리케이션 등 소프트웨어, 에너지 등 연관 산업과의 융합이 시도되고 있다. 1월 8일부터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4는 세계 최대의 국제 가전 전시회라는 명성이 무색할 정도로 많은 자동차 업체들이 참가해 스마트 카 신기술의 각축장이 됐다. 특히 스마트 카의 운영체제 OS를 두고 애플과 구글까지 자동차 시장에 뛰어들어 ‘애플 카’와 ‘안드로이드 카’ 시대의 개막을 예고하고 있다.

미래 자동차와 관련해 한 발짝 더 진보한 개념은 무인 자동차다. 미래학자들은 운전자 없이 자동으로 움직이는 무인 자동차 시대가 이르면 5년 안에 시작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무인 자동차의 효시는 구글로, 지난해 최초로 시험 운행에 나섰고 이어 도요타·BMW·볼보·폭스바겐·아우디도 무인 자동차를 내놓았다. 무인 자동차가 대중화되면 많은 것이 바뀐다. 무인 자동차로 시각장애인·고령인구가 운전을 할 수 있고 음주운전도 사라진다. 도시에 사람을 내려주고 스스로 교외의 주차장으로 갈 수 있기 때문에 도심 주차난도 해결된다. 버스 및 택시 운전사, 화물차 운전사, 대리운전, 교통경찰 등 직업을 소멸시키고 멀게는 자동차보험·교통신호·교통카메라도 사라지게 한다. 반면 자동차 관리인, 렌터카 산업, 무인 택배 서비스, 자동차 네트워크 시스템 등의 산업을 활성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자동차 제조사는 내연 자동차 개발에서 글로벌 기업에 비해 100년 정도 뒤처졌던 후발 주자였다. 하지만 2020년이면 기존 자동차는 완전히 사라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한국 제조사도 뒤질세라 바짝 첨단 기술 트렌드를 따라붙고 있다. 친환경차와 관련해 한국 자동차 업계는 하이브리드, 플러그 인 하이브리드, 전기, 수소연료전지 자동차 등 다각도로 접근하고 있다. 현대차는 세계 최초로 수소연료전지 자동차의 양산을 모색하고 있고 카이스트는 온라인 전기차(무선 전력 충전 시스템)에 관한 연구 및 원천 기술을 갖고 있다. 스마트 카 경쟁에 동참한 현대차는 곧 미국 시장에 선보일 2세대 블루링크에 구글 글래스와 연동 가능한 애플리케이션을 최근 선보였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한국 IT 기업도 스마트 카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무인 자동차 역시 카이스트가 느린 속도지만 교내를 돌아다닐 수 있는 수준의 무인 자동차를 개발한 바 있고 지난해 10월 현대차가 무인 자동차를 개발해 자체 도로 시험을 마쳤다. 현대차가 무인 자동차 기술 개발에 뛰어든 것은 글로벌 기업보다 5년 정도 늦지만 전망은 나쁘지 않은 편이다.


이진원 기자 zino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