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방형 플랫폼 잇따라 등장, ‘온라인 유학’시대 열려

교육 변혁은 온라인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그리고 온라인 교육 혁명을 얘기할 때 자주 등장하는 사례가 칸 아카데미다. 칸 아카데미는 온라인 무료 교육 사이트로, 약 2억 3000만 개에 달하는 무료 강좌가 있다.
ADVANCE FOR MONDAY JUNE 24, 2013-  In this Thursday, May 30, 2013, photo, University of Pennsylvania professor Peter Struck, accompanied by teaching assistant Cat Gillespie, teaches a mythology class during a live recording of a massive, open, online classes (MOOC), in Philadelphia. Pressure to cut costs and “scale up” teaching has helped pave the way for the popularity of MOOCs, or “Massive Open Online Courses” taught by elite universities.  (AP Photo/Matt Rourke)
ADVANCE FOR MONDAY JUNE 24, 2013- In this Thursday, May 30, 2013, photo, University of Pennsylvania professor Peter Struck, accompanied by teaching assistant Cat Gillespie, teaches a mythology class during a live recording of a massive, open, online classes (MOOC), in Philadelphia. Pressure to cut costs and “scale up” teaching has helped pave the way for the popularity of MOOCs, or “Massive Open Online Courses” taught by elite universities. (AP Photo/Matt Rourke)
칸 아카데미를 창립한 셀먼 칸은 원래 보스턴에 사는 헤지 펀드 분석가였다. 그는 어린 사촌들의 학교 공부를 도와주기로 하고 10분 이내의 간단한 디지털 영상을 만들어 원격 지도를 시작했다. 또한 이 동영상을 유튜브에 올리기 시작했는데 2009년에는 한 달에 5만 명 이상이 비디오를 시청했고 2010년에는 한 달에 100만 명 이상이 시청하는 등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칸 아카데미는 오프라인 교육을 선호하는 사람들을 위해 캘리포니아 북부의 한 학교와 손잡기도 했다. 이곳의 교사들은 학생들에게 집에서 칸 아카데미 비디오를 시청하게 한 뒤 실제 수업 시간엔 문제를 풀고 개인별 맞춤 교육을 했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학생들은 12주 만에 시험 점수가 두 배로 높아졌다. 현재 칸 아카데미의 강의는 23개 국어로 무료 제공되고 있다. 빌 게이츠와 구글이 후원하고 있다.

칸이 생각하는 미래 교육 방향은 새로운 교육 생태계의 태동이다. 그는 “앞으로 기업들은 대학 학위 대신 마이크로소프트·구글·페이스북 등 기업이 부여하는 인증 시험을 채택해 고용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향후 10~15년 후에는 대학 학점이나 학위가 존재하긴 하지만 기존 교육기관과 온라인 등 새로운 교육 업체와 치열한 경쟁을 해야 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교육은 정보통신기술(ICT)과 결합해 교육 시스템 자체를 흔들고 있다. 대학가에도 이미 온라인 무료 강좌 열풍이 불고 있다. 개방형 온라인 강의 MOOC(Massive Open Online Courses)가 그 중심에 서 있다.


조지아공대 온라인 석사과정 열어
대학의 개방형 온라인 강의는 2002년 매사추세츠공과대(MIT)의 오픈코스웨어(OCW)로 시작됐다. 일종의 ‘지식 기부’로, 학부와 대학원 과정의 수업 자료와 강의 동영상 2200개를 공개하며 주목받았다. 최근의 MOOC는 여기서 한 단계 진화한 교육 플랫폼이다. 유명 석학들의 강의 자료를 보는 것을 뛰어넘어 학생들은 교수에게 질문도 하고 교수는 과제와 시험문제도 내고 학점도 주기 시작했다. 일정 학비만으로 강의 수료증도 받을 수 있다. 이곳에서 취득한 하버드대·스탠퍼드대·프린스턴대 등 유명 대학 수료증이 취업이나 진학 때 도움이 되기도 한다.

급기야 조지아공대는 명문대 최초로 MOOC를 통해 컴퓨터학과 정규 석사과정을 올해 1월부터 개설하기로 했다. 굳이 유학을 가지 않더라도 온라인으로 6000달러의 수업료를 내고 명문 석사학위를 취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온라인 유학’의 시대가 열리게 되는 것이다.

현재 가장 유명한 3대 MOOC 플랫폼은 코세라·에덱스·유다시티 등 세 곳이다. 코세라는 2012년 스탠퍼드대 컴퓨터공학과 교수인 앤드루 응과 대프니 콜러가 공동 창업한 영리기업이다. 스탠퍼드대·예일대·시카고대·도쿄·로잔공대·KAIST 등 세계 100여 개 대학이 참여하고 있으며 총 개설 과목은 450여 개로 공학·인문학·약학·사회과학·수학 등 대학 내 거의 모든 과목이 개설돼 있다. 수강생은 500만 명에 달해 현재 세계 최대 MOOC 플랫폼이다. 에덱스는 MIT와 하버드대가 6000만 달러를 투자해 세운 비영리기관으로 MIT·하버드대·버클리대·코넬대·베이징대·서울대 등 29개 대학이 참여하고 있다. 유다시티는 파트너 대학 없이 스탠퍼드대 출신 교수들이 직접 강의하는 사이트로 컴퓨터공학 중심의 25개 과목이 개설 중이다. 스탠퍼드대와 컬럼비아대 등 미국 유명 대학은 물론이고 일본 도쿄대, 한국 KAIST 등이 참가하며 MOOC 대표 서비스로 뛰어올랐다.

김형률 숙명여대 역사문화학과 교수는 “무크가 대학들의 정규 학점으로 인정될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으며 앞으로 5년 내 세계 유명 대학이 제공하는 무크 강좌가 무섭게 늘어날 것”이라며 “교양 수업과 전공 입문 수업은 무크로 대체하는 3년제, 2년제 대학도 생겨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대학 등록금도 지금보다 4분의 1 혹은 2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한국 최초의 MOOC 플랫폼인 ‘스노우’를 만들고 지금은 MOOC 활성화를 위한 단체인 ‘펭귄스텝’을 이끌고 있다.


2030년께 전 세계 대학 절반 사라진다
MOOC 열풍으로 대표되는 무료 온라인 교육 시스템은 미국을 넘어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확산되며 상아탑을 흔드는 교육 생태계로 부상하고 있다. 유엔 미래 보고서는 소수 정예의 세미나식 수업 방식에서 시공간 제약이 없는 강의로 대학과 교수의 역할 또한 달라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학생들이 대학에서 수업을 듣지 않게 되면서 대학 건물은 지역 주민들을 위한 커뮤니티 센터가 될 수 있다. 박영숙 유엔미래포럼 대표는 “학생들이 교수를 통하지 않고서도 스마트 기기나 온라인을 통해 더 빠르게 지식을 습득하면서 앞으로 교수는 고급 정보를 찾아가는 데 길라잡이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의 속도도 지금보다 훨씬 빨라져 2020년 미래 교육 시스템에서는 2년 학사학위를 취득하는 일도 일어날 것이라고 전망한다.

또한 이런 시스템이 안정화되면 2030년께 전 세계 대학의 절반이 문을 닫을 것이라는 예측도 내놓았다. 이 주장은 구글이 선정한 미래학자인 토머스 프레이 다빈치연구소 소장이 처음 한 것으로 온라인 개방 교육 등 급진적인 변화를 겪으면서 일부 교육기관만 살아남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대학 교육은 보다 유연하게 변화하면서 연구 프로젝트 중심으로 재편될 것으로 유엔 미래 보고서는 내다보고 있다. 앞으로 취업에서 중요한 것은 학점이 아닌 실제 프로젝트와 포트폴리오로 대학 또한 수요에 맞게 변화할 전망이다. 박영숙 대표는 “교육은 MOOC를 통해 받고 그 대신 교실에서는 서로 머리를 맞대고 기술을 모아 실제 제품을 만들어 보고 창업까지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사례가 많아지면 ‘대학의 기업화’도 가능해진다. 대학이 공동 연구, 공동 제품 개발을 통해 사업을 영위할 수 있다. 또한 대학 스스로 생존 방법으로 스타트업을 일구고 대학 제도를 변경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학생들과 함께 사업을 하고 졸업 이후에도 평생 관계를 유지하면서 장기적인 휴먼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유엔 미래 보고서는 전망한다.

2020년 미래 교육의 모습이 유엔 미래 보고서의 시나리오대로 흘러갈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무료 온라인 강의와 디지털 기기 발달로 지식 생태계의 시공간 장벽이 허물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교육 변혁에 따른 변화를 모색하고 대응해야 할 때다.



3대 MOOC 현황
코세라
●2012년 스탠퍼드대 컴퓨터공학과 교수인 앤드루 융과 대프니 콜러가 공동 창업한 영리기업
●스탠퍼드대·예일대·시카고대·도쿄대·로잔공대·카이스트 등 세계 100여 개 대학 참여
●개설 과목 450여 개, 수강생 500만 명으로 세계 최대 MOOC 플랫폼
●www.coursera.org

에덱스
●2012년 매사추세츠공과대(MIT)와 하버드대가 6000만 달러를 투자해 세운 비영리 기관
●MIT·하버드대·버클리대·코넬대·칼텍대·베이징대·서울대·교토대 등 29개 대학 참여
●컴퓨터공학·전자공학·화학·공공보건 등 이공계 수업 중심으로 50여 개 과목 개설
●수강생은 100만 명
●www.edx.org

유다시티
●2011년 스탠퍼드대의 무료 컴퓨터공학 수업에서 시작해 독립한 영리 교육기관
●파트너 대학 없이 스탠퍼드대 출신 교수들이 직접 강의
●컴퓨터공학 중심의 25개 과목 개설
●www.udacity.com


이현주 기자 ch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