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윤구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원장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국민이 낸 건강보험료가 알뜰하게 잘 사용되도록 안살림을 꾸리는 기관이다. 연간 15억 건 가까이 청구된 진료비가 적정한지 심사·평가하고 의료 공급자와 수요자 간 가교 역할을 한다. 이곳의 최근 3년간 역사가 책 한 권으로 정리됐다. 타이틀은 ‘의료 자이로스코프를 꿈꾸다’, 저자는 강윤구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 원장이다.
[Focus] “현재의 기록은 미래의 교훈이죠”
“심평원장에 취임한 후 ‘바른 심사 바른 평가, 함께하는 국민 건강’을 슬로건으로 새로운 심평원 발전을 진두지휘해 왔습니다. 심평원이 어떤 일을 했는지, 새로운 정책들을 어떻게 추진해 나갔는지 등을 알릴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보건복지부 차관과 순천향대 학장을 거쳐 2010년 3월 기관장으로 변신한 강 원장은 3년간의 임기가 모두 끝난 현재 퇴임을 앞두고 있다. 굳이 퇴임 시점에 자비를 들여 책을 출간한 것은 후배들에게 그간의 경험과 노하우를 전해 주고 싶은 마음에서다. 책 제목처럼 국민과 의료기관을 모두 생각하는 ‘자이로스코프(균형추)’가 되는 것이 향후 심평원의 방향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강 원장 취임 이후 심평원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도 상세하게 정리돼 있다. 유독 직원들과의 에피소드가 많이 담겨 있다.

“2013년 초에 탈고했음에도 불구하고 자기 자랑을 늘어놓는 것 같아 출간을 미뤄 왔다가 용기를 내게 됐죠. 지난 3년간 힘들게 경험한 정책 과정을 기록한 책이어서 훗날 정책을 결정할 때 활용된다면 시행착오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강 원장은 역대 최장수 임기 기록을 세운 최고경영자(CEO)다. 강 원장은 “심평원의 업무가 언뜻 보면 병원이나 약국에서 잘못한 것을 잡아내고 감시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잘하는 의료계를 응원하고 더 잘하자고 격려하기 위한 것이 심평원의 심사 업무”라며 “병원을 누르기만 하면 의료계의 앞날이 밝지 않다. 의료 시스템이 건강하게 클 수 있도록 의료계와 동반자적 협력 관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3년간 힘들게 경험한 정책 과정을 기록한 책이어서 훗날 정책을 결정할 때 활용된다면 시행착오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러한 이유에서 특히 ‘소통 경영’에 힘을 기울여 왔다. 최대한 많은 사람들과 소통해야 한다는 생각 아래 공공 기관 특유의 경직된 조직 문화를 유연하고 탄력적으로 바꾸고 상하 동료 간, 부서 간 장벽을 허무는 노력을 했다. 취임하던 해에만 직원들과 160번이 넘는 식사 자리를 갖고 2300여 명의 직원들과 일일이 만나며 소통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직원들 스스로 소통의 중요성을 깨달으니 이후에는 서로 소통하는 문화가 정착됐죠. 돌이켜 보면 지난 임기 동안은 많은 사람들과 더불어 대화하고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날들의 연속이었던 것 같습니다.”

2013년 들어서는 비전을 새롭게 재정립했다. 심평원이 미래 지향적 역할 수행을 위한 디딤돌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중·장기 경영전략을 세우고 새로운 전략 체계를 마련했다. ‘바른 심사 바른 평가, 신뢰받는 심사평가원’이 그렇게 탄생한 새 비전이다.

강 원장은 후임 원장 인선이 늦어지면서 아직 원장직을 맡고 있다. 마지막으로 그는 “국민을 위해서라도, 믿고 따라준 직원들을 위해서라도, 내 작은 계획에 차질이 있더라도 마지막까지 심평원을 책임지는 것은 당연하다”며 “퇴임 이후에도 새로운 10년을 준비하고 소통을 위해 노력하는 심평원을 지켜보고 돕겠다”고 강조했다.


이현주 기자 ch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