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테이퍼링 여파로 자금 회귀 전망… 일본 소비세 인상도 ‘주목’

<YONHAP PHOTO-0380> Federal Reserve Board Chairman Ben Bernanke speaks during a news conference after a Federal Open Market Committee (FOMC) meeting December 18, 2013 at the Federal Reserve in Washington, DC. The Federal Reserve has announced that it will scale back its US Treasury bonds and mortgage-backed securities buying program to $75 billion each month. AFP PHOTO / Karen BLEIER../2013-12-19 06:0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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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deral Reserve Board Chairman Ben Bernanke speaks during a news conference after a Federal Open Market Committee (FOMC) meeting December 18, 2013 at the Federal Reserve in Washington, DC. The Federal Reserve has announced that it will scale back its US Treasury bonds and mortgage-backed securities buying program to $75 billion each month. AFP PHOTO / Karen BLEIER../2013-12-19 06:05:33/
테이퍼링(양적 완화 축소)

2013년 12월 19일 아침 미국발 뉴스에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술렁거렸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현행 월 850억 달러인 양적 완화(QE) 규모를 2014년 1월부터 750억 달러로 100억 달러 축소하기로 한 것이다. 이른바 ‘테이퍼링’이 신년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2013년 내내 양적 완화 축소, 출구전략 등이 거론되다가 갑자기 테이퍼링이란 단어가 혜성처럼 등장했다. 수도꼭지를 천천히 잠근다는 의미의 테이퍼링은 Fed가 세계경제의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유동성 공급을 서서히 줄여가는 것을 표현한 것이다.

이로써 지난해 6월부터 글로벌 증시를 짓눌러 왔던 미국의 양적 완화 출구전략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드디어 해소됐다. Fed의 양적 완화 축소는 2013년 내내 시장을 뒤흔들고 균형을 뒤바꿔 놓았다. 그래서 테이퍼링의 윤곽이 드러나자 한국 증시뿐만 아니라 각 선진국 증시는 이날 일제히 상승세를 보였다.

그동안 글로벌 경기 불황을 타개하기 위해 Fed를 비롯한 중앙은행들이 막대한 돈을 풀어 왔다. 그리고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유동성은 상당 부분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였던 이머징 시장에 흘러들었다. 테이퍼링에 세계경제가 주목하는 이유는 바로 엄청난 돈의 움직임이 방향을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2013년부터 이머징으로 몰렸던 자금이 다시 선진국으로 회귀하고 있다. 2014년에는 미국 등 선진국 경기 회복세가 더욱 뚜렷해질 것으로 전망돼 돈의 회귀가 더욱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다.

2013년은 이머징 국가들의 성장세가 급격히 둔화된 해였다. 성장 신화를 써 오던 중국도 2013년 실물 경기 둔화, 부동산 거품, 그림자 금융, 과도한 지방 부채 등 현안에 부딪치며 경제성장이 둔화됐다. 중국의 꺾인 성장세에 대해 ‘중진국의 덫(개발도상국이 초기에는 순조로운 성장세를 보이다가 중진국에 이르면 성장이 정체되는 현상)’, ‘민스키 모멘트(자산 가치가 폭락하면서 금융 붕괴가 시작되는 바로 그 시점)’ 등의 경고가 나왔다. 중국의 경제성장 둔화는 원자재 수요 감소로 이어졌고 원자재를 수출하는 인도·브라질·러시아 등도 연쇄적으로 성장 둔화를 겪게 됐다. 유동성 덕분에 호황을 누렸지만 기초 체력 관리가 부실했던 소위 F5(인도·인도네시아·브라질·터키·남아프리카공화국) 국가들은 어려움에 봉착하게 됐다. 영국의 경제지 이코노미스트는 이머징 국가의 성장 둔화에 대해 ‘대감속(The Great Deceleration)’이라고 표현했고 현재 광범위하게 거품이 꺼진다면 세계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가져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테이퍼링은 이러한 리스크를 가속화하고 확대할 수 있기 때문에 Fed는 양적 완화 시기와 속도를 두고 신중을 기했었다.

Fed는 2013년 이머징 국가의 리스크 등으로 양적 완화 축소 결정에 고심해 왔다. 결국 Fed가 이머징 혼란을 겪고도 2013년이 다 가기 전에 테이퍼링을 결정한 것은 그만큼 경기 회복에 대한 확신과 자신감을 의미한다. Fed가 테이퍼링에 나서기 전에 금리가 먼저 올라버린다면 테이퍼링 자체는 물론 경기 회복도 물거품이 될 수 있었다. Fed의 정책과 경제 회복과 시장 사이에 모든 것이 조화로워야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미국의 경기 회복은 한국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나라에 호재로 작용한다. 경상 흑자를 누리고 있는 한국은 대만 등과 함께 견조한 이머징 국가이므로 다른 이머징 국가에 비해 유동성이 빠져나갈 위험이 적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그 대신 미국 경기 회복에 따라 한국의 수출도 좋아질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하지만 테이퍼링으로 달러가 강세를 보이고 이는 엔화 약세로 이어지는 환율 리스크는 한국 경제에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또한 한국의 주요 교역국인 중국·아세안·남미 등 신흥국 경제가 흔들리면 한국 수출이 타격을 받을 수 있어 역시 마음을 놓을 수는 없다.
<YONHAP PHOTO-2188> Japan's Prime Minister Shinzo Abe gestures during a news conference at the Japan National Press Club in Tokyo April 19, 2013.   REUTERS/Yuya Shino (JAPAN - Tags: POLITICS BUSINESS)/2013-04-19 16: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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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pan's Prime Minister Shinzo Abe gestures during a news conference at the Japan National Press Club in Tokyo April 19, 2013. REUTERS/Yuya Shino (JAPAN - Tags: POLITICS BUSINESS)/2013-04-19 16:01:06/
일본 소비세 인상
미국 Fed의 테이퍼링이 돈줄을 죄기 시작했다는 의미라면 일본은 반대로 돈을 풀고 있다. 일본은행의 구로다 하루히코 총재는 2013년 4월 초 ‘2년에 2%’의 물가 상승 목표 조기 달성과 함께 본원통화 공급과 국채 등의 매입을 ‘2년 내 2배’로 늘리는 과감한 ‘양적·질적 금융 완화’ 조치를 내놓았다. 아베 정권의 경제정책인 ‘아베노믹스’의 첫 번째 화살로 나온 금융 완화 조치는 1998년부터 계속돼 온 일본의 장기 디플레이션에서 탈출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리고 아베노믹스의 두 번째 화살 ‘재정지출 확대’, 세 번째 화살 ‘성장 전략’을 차례대로 꺼내들었다.

세 개의 화살은 일본 전국시대 영주인 모리 모토나리의 고사에서 차용됐다. 모리 영주가 세 아들을 불러 하나씩 화살을 꺾자 쉽게 부러졌지만 세 개를 묶으니 아무도 꺾지 못했다. 아베노믹스는 세 가지 정책의 유기적 결합을 강조한 것이다.

아베노믹스의 지난 1년의 결과를 볼 때 2012년 말까지 마이너스를 기록해 왔던 물가 상승률도 2013년 플러스로 전환됐고 2013년 10월 0.9%까지 뛰어올랐다. 금융시장도 아베노믹스의 덕을 톡톡히 봤다. 달러화 대비 엔화 가치는 2012년 말보다 20% 가까이 상승했으며 닛케이종합주가지수도 같은 기간 50%나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아베노믹스의 화살에 대해 경제 전문가들은 절반의 성공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성과도 있었지만 한계도 있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정부 주도의 경기 부양책이 기업의 투자와 고용 증대, 민간 소비 심리 개선으로 이어져야 하는데 기업의 투자 등이 여전히 미약하다”고 지적했다.

그래서 아베노믹스의 네 번째 화살로 일컬어지는 2014년 4월에 있을 ‘소비세 인상’이 성공 여부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소비세를 5%에서 8%로 인상할 예정이고 2015년 10월부터 10%로 조정된다. 17년 만의 인상이다. 일본 내부에서도 소비세 인상을 두고 소비 위축, 경기 침체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일본은 소비세 인상을 시도할 때마다 된서리를 맞은 경험이 있다. 1997년 소비세를 인상했다가 1998년 아시아 금융 위기와 자국 내 소비 위축으로 일본 경제도 함께 나락으로 떨어졌던 것이 그 대표적이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는 경기가 침체를 막기 위해 5조 원 이상의 재정을 투입하는 경기 부양책을 펴기로 했다.

아베노믹스의 이와 같은 정책을 두고 미봉책이라는 비판이다. 경기 부양책을 마치 만병통치약처럼 남용하고 있는데, 이는 일본을 근본적으로 구제하지 못할 것이라는 것이다. 경기 부양책→세금 인상→경기 부양책으로 이어지는 정책을 반복하는 일본의 상황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일본 소비세율 인상이 가져올 한국에의 영향은 간접적이다. 만일 소비세율 인상이 우려했던 소비 위축, 경기 침체가 미약하게 나타난다면 아베노믹스의 신뢰성이 높아진다. 이는 결과적으로 엔화의 약세를 지속시킬 수 있다. 알다시피 엔저가 지속되면 한국 기업의 수익성에 대한 우려가 커질 수 있다. 달러 대비 원화 강세와 엔화 대비 원화 강세의 영향을 동시에 받아 수출 산업의 장기 성장성이 약화될 수 있다.


이진원 기자 zino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