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같은 40대가 소비 주도, 이케아 상륙에 한국 업계 초긴장

탈경계화
최근 몇 년 새 외국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물건을 직접 구매하는 이른바 ‘해외 직구족’의 성장세가 폭발적이다. 유학생이나 해외 출장이 잦은 직장인 등을 통해 알음알음 입소문으로 시작해 이제는 주부나 평범한 직장인에게까지 급속히 퍼져 새로운 소비 트렌드로 자리 잡은 직구는 2014년에도 지속될 전망이다.

이 같은 직구 열풍은 최근 자료를 통해서도 명확히 나타났다. 2013년 12월 온라인 캐시백 웹사이트 이베이츠는 최근 2년 간 한국 사용자의 누적 거래액 1000억 원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2013년 카드사들이 발표한 외국 직구 결제액도 1조3000억 원이다. 대한상공회의소의 ‘해외 직접 구매 이용 실태 조사’에 따르면 온라인 쇼핑족 4명 중 1명은 해외 직구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4 경제를 읽는 키워드 100_소비·유통] ‘탈경계화’ 주목…‘해외 직구’ 열풍 이어져
신세계 미래정책연구소는 최근 ‘2014년 유통업 전망 보고서’에서 2014년 유통 업계의 소비 트렌드 키워드로 국경·장소·연령·채널·시장·시간 등의 경계를 넘어선 ‘탈경계화(BEYOND)’를 꼽았다. 미래정책연구소는 “2014년에도 외국 직구 열풍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 소비자들의 ‘직구’에 빠진 가장 큰 이유는 가격 경쟁력 때문이다. 한국에서 판매되는 가격에 비해 최대 50%까지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고 전해진다. 예를 들어 미국 사이트에 1만 원대에 판매되는 상품을 한국 수입 업체가 판매하면 관부가세(관세+부가가치세)와 물류비·인건비 등 판매 수수료까지 합쳐져 가격이 3만 원대로 오르기 때문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에 따라 면세 혜택 범위가 기존 150달러에서 200달러로 늘어난 것도 외국 직구 시장을 키우는 데 일조했다.

싼값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는 구할 수 없는 다양한 제품을 고를 수 있다는 점 또한 직구족들을 일명 ‘개미지옥’에 빠뜨리게 하는 주요인으로 작용한다.

해외 직구족들이 자주 구매하는 품목은 패션 제품이 대다수를 차지한다. 관세청 자료에 따르면 해외 직구족들이 자주 구매하는 항목(복수 응답)은 의류(41.5%)·패션잡화(40.8%)·건강식품(34.5%)·유아용품(29.3%)순이다. 의류 중에서도 갭과 폴로 브랜드를 구매한 이들이 가장 많았다. 평상시뿐만 아니라 연말 세일 기간에 시행하는 반짝 한정 할인 행사도 놓치지 않는 ‘빠꿈이’ 직구족도 많다. 유통 전문가들은 그간 외국에 비해 상품을 비싸게 팔던 한국 백화점이나 오프라인 매장 등에서 가격을 내리는 등 해외 직구가 유통 구조의 개선 효과를 일으키고 있다고 짚었다.

직구족을 타깃으로 한 마케팅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오픈마켓과 소셜 커머스 등 온라인 쇼핑 업체들까지 구매 대행 서비스를 시작하고 나섰다. 옥션은 구매 대행 사이트를 별도로 운영 중이고 위메프도 2013년 배송 대행 서비스를 시작했다. 외국 쇼핑몰 신용카드 사용액이 늘어나면서 카드사들도 앞다퉈 직구족 잡기에 나서고 있다. 일례로 비싸카드는 미국의 최대 쇼핑 기간인 블랙 프라이데이를 기점으로 외국 직구 시 배송비를 무료로 하는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달러 결제 카드를 내놓을 곳도 있다. 하지만 해외 직구는 교환이나 환불이 사실상 어려운 등 사후 처리가 미흡하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어른아이 40대
‘40대 오빠’가 주요 소비 집단으로 부상하고 있다. 김난도 서울대 교수는 자신의 저서 ‘트렌드 코리아 2014’에서 “내년 소비 키워드 중 하나는 ‘어른아이 40대(Kiddie 40s)’”라며 “40대의 젊어 보이고 싶은 열망이 커지면서 기능성 남성 화장품 시장과 성형 산업이 크게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어른아이 40대’를 가리켜 “탈권위적 사회와 해외 문화를 경험한 새로운 40대는 소년 같은 감성을 지닌 어른아이들”이라며 “미용·여가 등 다방면에서 소비의 주역으로 가정과 자아를 중요시하는 이들은 시장의 핵심 계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14년은 1990년대 문화를 이끈 X세대(1966~1974년생)가 모두 40대가 되는 해다. 최근 인기리에 방영 중인 케이블 드라마 ‘응답하라 1994’의 주인공들이 이 세대에 포함된다. 수적인 규모도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보다 약 50만 명이 더 많다. 1990년대 부촌으로 통하는 강남구 압구정동의 ‘오렌지족’으로 활약하던 이들의 남다른 소비 본능, 놀이 본능이 적극적인 문화 소비로 이어질 것이라는 예측이 많다. 어린이처럼 장난감을 수집하고 구매하는 어른들, 이른바 키덜트족이 늘고 있는 것 또한 이러한 현상의 연장선상이다.
[2014 경제를 읽는 키워드 100_소비·유통] ‘탈경계화’ 주목…‘해외 직구’ 열풍 이어져
유통가에서는 자신을 꾸미는 일에 기꺼이 지갑을 여는 40대 남성을 일명 ‘오동남(오빠 같은 동안 남자)’이라고 부르며 이들의 소비성향에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오동남이야말로 불황 속 블루오션이기 때문이다.

G마켓이 2013년 한 해 동안(1~11월) 40대 남성 고객의 화장품 구매를 조사한 결과 전체적으로 전년 대비 1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남성용 비비크림을 구매한 40대 남성은 2012년보다 67% 늘었고 클렌징 용품 구매는 2012년 대비 47%, 올인원 화장품은 43% 증가했다. 40대 남성이 G마켓에서 구매한 의류 중 2012년보다 가장 크게 증가한 품목은 대학생이 대학 캠퍼스 등에서 자주 입는 스타일인 ‘후드집업’으로 2012년 대비 277% 급증했다. 스웨이드, 퍼 재킷은 118%, 블레이저 판매는 92% 증가했다. 이 때문에 유통 업계 관계자들은 “어른아이 40대가 2014년에도 트렌드를 이끄는 선도자로 활약할 것이며 이들 세대를 위한 상품도 적극적으로 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케아 상륙
전 세계 40개국에서 338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스웨덴의 글로벌 가구 업체인 ‘이케아(IKEA)’가 2014년 말 경기도 광명시 KTX 역세권에 문을 연다. 지하 2층, 지상 2~4층(2개동) 등 총면적 25만6168㎡ 규모로 백화점 4개가 들어설 수 있는 면적이다. 이케아의 한국 진출은 3년 전부터 논의돼 왔지만 한국 가구 업계의 거센 반발로 지연돼 왔다.

이케아는 저렴한 가격과 단순한 디자인으로 세계시장에서 연간 40조 원의 매출을 올려 가구 업계 ‘공룡’으로 통한다. 소파·침대·책상·식탁 등 일반 가구뿐만 아니라 생활용품 소품 등 취급 물품이 무려 9500여 종에 달한다. 완제품을 파는 게 아니라 소비자가 스스로 조립하는 방식(DIY)으로 저렴한 가격이 강점이다. 55개국 1300여 협력업체 가운데 가장 저렴하게 생산할 수 있는 업체에 주문하는 방식으로 다른 업체보다 평균 30% 이상 저렴하게 제품을 파는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이런 경쟁력을 앞세워 한국 시장을 공략하면 한국 가구 시장은 지각변동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YONHAP PHOTO-0519> 내년 말 개점하는 이케아 광명점 조감도



  (광명=연합뉴스) 세계적인 가구.주방용품 제조업체인 이케아가 KTX 광명역세권에 신축 예정인 광명점(한국1호점) 조감도. 이케아 광명점은 이달 착공해 내년 말 개점한다. 2013.8.1  << 광명시 제공 >>

  bhlee@yna.co.kr/2013-08-01 10:24:59/
<저작권자 ⓒ 1980-2013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내년 말 개점하는 이케아 광명점 조감도 (광명=연합뉴스) 세계적인 가구.주방용품 제조업체인 이케아가 KTX 광명역세권에 신축 예정인 광명점(한국1호점) 조감도. 이케아 광명점은 이달 착공해 내년 말 개점한다. 2013.8.1 << 광명시 제공 >> bhlee@yna.co.kr/2013-08-01 10:24:59/ <저작권자 ⓒ 1980-2013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불편함을 판다’는 독특한 마케팅으로 글로벌 성공을 거둔 이케아의 한국 상륙을 한국 소비자들은 반기고 있다. 하지만 한샘·리바트 등 대형 가구 업체는 물론 동네 영세 가구 업체들의 반발이 거센 상황이다. 특히 영세 가구 업체들은 상생 방안이 마련되지 않으면 이케아 매장 건축 허가를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에선 한국의 주거 문화가 아파트 위주여서 DIY 제품 자체가 어울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케아의 브랜드 파워가 워낙 강한 만큼 대형 가구 업체들도 벌써부터 대비책 마련에 한창이다. 한샘은 이케아가 들어오는 광명시에 2013년 9월 1200㎡ 규모의 한샘인테리어 대형 대리점을 오픈하고 가구뿐만 아니라 생활용품관을 두고 침구·소가구·주방용품 등을 한 번에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일종의 맞불 작전이다.


김민주 기자 vit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