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 ‘개인화-프라이버시 패러독스’
Based on “Addressing the Personalization-Privacy Paradox: An Empirical Assessment from a Field Experiment on Smartphone Users” by Juliana Sutanto, Elia Palme, Chuan-Hoo Tan and Chee Wei Phang (2013, MIS Quarterly, 37(4), pp. 1141-1164)연구 목적
최근 정보기술(IT)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의 ‘개인화(personalization)’ 혹은 ‘맞춤형’ 서비스 제공이 확대되면서 마케터와 이용자 간의 프라이버시 이슈가 끊이지 않고 있다. 마케터는 소비자의 개인 정보를 활용, 분석한 맞춤형 서비스를 내놓기 바쁘다. 한편 소비자는 개인의 취향에 맞게 설계된 개인화 서비스를 제공받을지 말지, 개인 정보를 마케터에게 넘길지 말지에 대해 끊임없이 갈등한다. 개인 정보를 제공하게 되면 프라이버시 침해가 염려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프라이버시를 중시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실제로는 눈앞의 작은 이익을 위해 자신의 개인 정보를 쉽게 내놓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스위스 취리히 연방공과대 줄리아나 수탄토(Juliana Sutanto) 교수, 온라인 뉴스 종합 앱 회사 뉴스크론(Newscron)의 엘리아 팔메(Elia Palme) 최고경영자(CEO), 홍콩시립대의 추안후 탄(Chuan-Hoo Tan) 부교수와 중국 상하이 푸단대의 치웨이팡(Chee Wei Phang) 교수는 경영정보학 계간지(MIS Quarterly) 최근호에 ‘개인화-프라이버시 패러독스: 스마트폰 사용자 대상의 현장 실험을 통한 실증 평가’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연구진은 마케터가 고객에게 맞춤형 콘텐츠와 서비스를 전달하면서 고객의 개인 정보를 활용할 때 수반되는 개인화와 프라이버시 간의 미묘한 긴장 상태, 즉 마케터와 소비자의 이러한 선택과 갈등을 ‘개인화-프라이버시 패러독스’라고 정의했다.
연구 대상
기존의 개인화-프라이버시 패러독스에 대한 연구에서는 개인화와 프라이버시의 상관관계를 입증할만한 충분한 이론적 근거가 뒷받침되지 않은 경향이 있었다. 또한 이전 연구에서 주로 쓰인 설문 조사나 연구실 내부 실험과 같은 연구 방법으로는 이를 입증하는 데 한계가 있었던 게 사실이다.
이에 따라 저자들은 이론적 해설을 더하기 위해 ‘이용과 충족이론(Uses and Gratification Theory)’과 ‘정보 경계이론(Information Boundary Theory)’ 두 가지를 택했다. 연구진은 또한 가설 검증을 위해 자체 제작한 모바일 광고 앱을 일정 기간 동안 스마트폰 이용자들에게 배포함으로써 실제 소비자의 반응과 행태를 파악했다.
연구 방법
저자들은 연구를 위해 기존에 있던 모바일 광고 앱을 벤치마킹했고 여기에 개인 정보 보안 시스템을 추가해 자체 앱을 제작했다. 이후 이를 유럽의 한 국가의 사용자들이 애플의 앱스토어에서 다운 받아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앱을 다운 받은 아이폰 이용자들에게는 그 형태가 미세하게 다른 세 가지의 각기 다른 버전이 랜덤으로 배포됐다. 하나는 개인화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 일반 포맷의 앱(non-personalized application)이고 다른 하나는 개인 맞춤형 앱이기는 하지만 개인 정보 보안 시스템이 없는 버전(personalized, non-privacy-safe application)이며 나머지 하나는 개인 정보 보안 시스템까지 갖춘 개인화 서비스 제공 앱(personalized, privacy-safe application)이었다.
2009년 11월 중순부터 2010년 2월 중순까지 3개월간 실험을 진행했고 연구진의 앱을 다운 받은 629명의 사용자들이 보인 반응을 토대로 가설을 검증했다. 이후 추가 설문 조사를 통해 현장 실험에서 도출된 소비자 행태의 이면에 있는 심리적인 요인을 파악하는 동시에 이론적 근거와도 일치하는지 확인했다.
연구 결과
연구진은 다양한 개인화 서비스에 수반되는 프라이버시 침해를 완화할 수 있는 솔루션을 개발하고 이것을 적용할 때 이용자들의 앱에 대한 ‘단계 충족도(process gratification)’와 ‘콘텐츠 충족도(content gratification)’가 달라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이를 현장 실험과 사후 조사를 통해 검증했다. 연구진은 앱을 이용하는 행위로부터 얻는 즐거움을 단계 충족도라고 정의했으며 앱 실행·이용 빈도를 그 척도로 두었다. 이 논문에서의 콘텐츠 충족도는 앱 콘텐츠에 대한 만족으로, 앱에서 제공된 맞춤형 광고를 이용자 본인의 계정에 저장한 횟수를 바탕으로 측정했다.
파일럿 테스트와 실제 현장 실험, 사후 조사 진행 후의 결과를 분석한 연구진은 네 가지 사실을 확인했다. 첫째, 일반적으로 소비자는 개인화 서비스를 제공하는 마케터가 이용자의 개인 정보를 사전에 의도되지 않은 용도로 활용할 것이라고 믿고 있다는 사실이다. 둘째, 소비자는 기본적인 개인 정보를 직접 입력해 제공할 때보다 앱에서 제공된 개인화 콘텐츠를 본인의 계정에 저장할 때 프라이버시에 대한 걱정을 더 많이 한다는 것이었다. 연구진은 웹사이트 회원 가입 때 제공하는 성별·나이 등 기본적인 개인 정보에 대한 사람들의 프라이버시 우려는 일반적으로 낮은 편이라고 했다. 그러나 가령 소셜 커머스를 이용할 때 어느 한 개인이 스포츠 용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 선호하는 유명 스포츠 브랜드 상품 광고 다수를 본인 계정에 저장했다고 가정해 보자. 사람들은 이러한 경우, 본인의 관심사나 취향에 대한 정보가 마케터 혹은 제삼자에게 넘어갈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대해, 즉 프라이버시 보안 상태에 대해 더 많이 우려한다는 것이다. 셋째, 이러한 사람들은 개인화 광고를 저장할 때 느끼는 프라이버시 침해에 대한 우려가 높기 때문에 심리적 불안감도 그만큼 더 크며 이에 따라 광고 저장 기능을 잘 사용하지 않게 된다는 것이었다. 넷째, 연구진이 자체적으로 추가한 ‘개인 정보 보안 시스템’을 통해 사람들의 프라이버시에 대한 우려와 불안감을 낮출 수 있고 또한 개인화 콘텐츠의 혜택에 대한 자각이 더 높아진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현장 실험 결과를 입증할 뿐만 아니라 모바일 맞춤형 광고 앱을 사용할 때 이용자의 프라이버시 우려도와 앱 이용 충족도 간에 상관관계가 있다는 연구진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이와 함께 실험할 때 고안한 개인 정보 솔루션이 개인화 앱 사용자가 느끼는 프라이버시 우려를 줄이는 데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어디에선가 개인 정보를 제공한 대가로 무료 쿠폰이나 영화 티켓, 사이버 머니를 추가로 제공한다고 하면 선뜻 개인 프로파일을 넘겨주는 사람들의 행위 모두 이와 같은 개인화-프라이버시 패러독스의 맥락으로 해석될 수 있다.
시사점
실제로 스마트 시대에 접어들고부터 웹서핑 중 혹은 모바일 앱을 이용하는 도중 개인 정보 제공에 따른 혜택과 프라이버시 침해의 두 요소를 두고 갈등에 놓이는 패러독스 상황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어디에선가 개인 정보를 제공한 대가로 무료 쿠폰이나 영화 티켓, 사이버 머니를 추가로 제공한다고 하면 선뜻 개인 프로파일을 넘겨주는 사람들의 행위 모두 이와 같은 개인화-프라이버시 패러독스의 맥락으로 해석될 수 있다. 애초에 다양한 웹사이트에서 여러 개인화 서비스를 출시하면서부터 이러한 이슈가 불거지게 됐지만 지금처럼 스마트폰이 보급된 시점에서 모바일 환경으로도 동일한 이슈가 그대로 발생하면서 그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연구진은 개인화-프라이버시 패러독스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을 다음과 같이 제안했다. 앱 사용자의 프라이버시 침해 걱정을 줄이는 동시에 개인화 서비스 이용 충족도를 높이는 데는 다양한 기술적 솔루션 개발이 효과적이라는 사실이다. 개인 정보가 마케터에게 넘어갈 수 있는 일반적인 개인화 앱이 아니라는 사실을 소비자에게 보여줘야 한다. 개인 정보 보안 솔루션을 탑재해 오직 사용자의 스마트 기기 내에만 저장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보호 장치가 필요하다.
마케터는 연구진이 제시한 바와 같이 앱 개발자와 긴밀히 협업해 앱 디자인에 개인 정보 보안과 같은 기능을 추가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마케터는 소비자에게 개인화 서비스의 혜택을 효율적으로 제공하도록 사전에 개인 정보 침해를 막을 수 있는 기술적 솔루션에 보다 많은 관심을 쏟음으로써 개인화-프라이버시 패러독스를 극복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김수경 삼정KPMG 경제연구원 연구원 sookyungkim@kr.kpm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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