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무역 흑자 급증, 위안 강세 베팅 자금 유입 영향 분석

외환은행 본점 위엔화....
/허문찬기자  sweat@  20131120
외환은행 본점 위엔화.... /허문찬기자 sweat@ 20131120
중국 위안화 가치가 다시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인민은행이 12월 11일 고시한 위안화 기준 환율은 달러당 6.11위안으로 4일 연속 최고치 기록을 깼다. 중국이 이중환율제를 단일화한 1994년 이후 최고치다. 올 들어서만 달러 대비 가치가 2.53% 상승했다. 달러 대비 일본 엔화가 20%, 인도 루피화가 11.7% 절하되는 등 아시아 통화가치가 하락한 것과 대조된다.

중국은 1997년 아시아 외환 위기 이후 위안화 환율을 사실상 고정했지만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이후 무역수지 흑자가 불어나고 외화보유액이 세계 최대 규모로 증가하면서 절상 압력이 거세지자 2005년 7월 관리형 변동환율제로 바꾸는 개혁을 단행했고 이후 점진적인 절상을 용인했다. 이때부터 위안화 가치는 이미 달러 대비 35% 절상됐다.

저우샤오촨 인민은행 총재가 11월 “기본적으로 일상적인 시장 개입을 중단하고 환율변동성을 확대하겠다”고 발언, 위안화 가치 상승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고 중국 언론들은 전한다. 인민은행이 이르면 내년 초 위안화 환율 변동 폭을 추가 확대할 것이라는 설도 나돈다. 그러나 최근 다시 가파르게 상승한 배경을 놓고 엇갈린 해석도 나온다. 11월 중국의 수출은 예상보다 높은 12.7%의 증가율을 보인 반면 수입은 증가세가 둔화돼 무역수지 흑자가 338억 달러로, 2009년 1월 이후 월간 기준 최고치를 기록했다. 교통은행은 수출 호조가 중국 경제 회복에 대한 신뢰를 높여 위안화 절상 기대감도 키우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11월의 무역 흑자 급증은 위안화 상승에 베팅하는 핫머니가 가짜 수출을 위장해 유입된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다. 바이밍 중국 상무부 국제무역경제협력연구원 국제시장연구부 부주임은 “중국으로의 외국인 직접 투자 둔화 추세가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았고 중국 무역의 거울로 불리는 최대 무역 박람회인 광교회에서도 낙관적인 분위기가 없었는데도 수출이 갑자기 두 자릿수로 성장하고 위안화 가치가 최고치 기록을 깬 것은 우연이 아니다”며 “무역의 외투를 입은 핫머니 때문에 위안화가 상승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12월 7일 인민은행이 은행과 기업이 공모해 가짜 무역을 일으키는 것을 단속하는 조치를 발표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다. 올 상반기 위안화 가치 상승 때도 이 같은 일이 반복됐었다. 당국의 단속이 효과를 봐 무역 흑자가 다시 급감하게 되면 위안화가 일시 절하될 수 있다는 관측도 그래서 나온다. 위안화의 환율 변동성이 커지면서 위안화로 거래하는 외국 기업들의환율 리스크도 커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맹목적으로 위안화 상품에 베팅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얘기다.

물론 위안화 가치가 장기적으로 오를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거의 없다. 중국 정부도 위안화 가치 상승이 산업 구조조정을 통한 경제 업그레이드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 위안화 절상은 경제 주체 간의 이익 재조정을 의미한다는 분석도 그래서 나온다.


베이징 = 오광진 한국경제 국제부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