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기량 아쉽지만 가격 대비 만족도 최고

‘가난한 자의 포르쉐’. 닛산 370Z를 따라다니는 말이다. 5790만 원(부가세 포함)짜리 차를 가난한 자가 탈 수 있는 지는 의문이고 RR(엔진 후미 배치 & 후륜구동) 특유의 의도적인 오버 스티어링(코너링에서 의도한 것보다 차체가 더 안쪽으로 쏠리는 현상)이 매력적인 포르쉐(911)의 느낌과도 많이 다르지만 370Z는 비교적 합리적 가격대에서 스포츠카 감성의 최대치를 보여준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우선 디자인은 눈길을 끌 만하다. 2인승은 흔한 차가 아니다. 한국 메이커는 시도조차 할 수 없는 카테고리다. 과감히 뒷좌석을 포기하면 상식을 뛰어넘는 디자인이 가능하다. 평범하지 않으니 시선을 끌 수밖에 없다. C필러가 뒤로 갈수록 좌우가 좁아드는 것이 포르쉐와 닮긴 했다. 앞뒤 오버행이 더 불쑥 튀어나왔더라면 정말 비슷했을지도 모르겠다.
[시승기] 5790만 원으로 즐기는 스포츠카 ‘닛산 370Z’
풀 가속에 포효하는 엔진음이 매력적
엔진은 3.7리터 자연 흡기 방식이다. 알루미늄 합금으로 엔진 블록을 만들었고 최대 333마력, 7000rpm에 최대 토크 37kg·m, 5200rpm이다. 이 성능이 궁금하다면 수치상의 성능이 거의 비슷한 현대자동차 제네시스 쿠페 3.8을 떠올리면 된다. 닛산의 3.7 VQ 엔진은 인피니티 G37에도 쓰이고 심지어 르노삼성 SM7에도 쓰인다. 물론 370Z는 흡·배기관이 달린 엔진 상부가 다르기 때문에 배기량이 같다고 다 같은 엔진은 아니다. 여기서 생각나는 것은 ‘글로벌 5위 메이커인 현대·기아차는 왜 2인승 스포츠카를 만들지 않을까’하는 아쉬움이다. 그런 면에서 2인승 섀시를 개발한 글로벌 4위 메이커인 르노닛산의 과감함이 돋보인다. 세단의 편의성을 모두 포기했으니 스포츠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다.

370Z는 두 가지 느낌으로 몰 수 있다. 시내에서 살살 다루면서 몰 때는 잔잔하게 그르렁거리는 엔진음을 들려준다. 그러다 텅 빈 도로에서 마치 엔진을 채찍질하듯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으면 급가속과 함께 우레와 같은 소리로 돌변한다. 배기관의 일부를 닫았다 열었다 하며 정제된 배기음과 거친 배기음을 선택적으로 낸다. 다만 3.7리터 자연 흡기 엔진의 초반 가속력에 비해서는 우렁찬 소리가 조금 과장된 것이 아닌가 싶은 아쉬움은 남는다. 한 박자 이후부터는 가속페달을 계속 밟고 있으면 계기판 마지막 숫자에 다다를 때까지 아무런 저항을 받지 않고 속도가 솟구친다. 이때쯤엔 이미 운전석을 가득 채운 엔진음으로 머리가 얼얼할 지경이다.
[시승기] 5790만 원으로 즐기는 스포츠카 ‘닛산 370Z’
엔진음과 보조를 맞춰 조금 더 배기량이 높았더라면 좋았겠지만 약간의 허세에도 불구하고 370Z로 스포츠카의 풍부한 감성을 즐기는 데는 문제가 없다. 외관에서는 롱 후드에 뒷좌석이 없으니 무게중심이 가운데로 향한다. 급회전에서도 저중심과 미드십 느낌이 맞물려 자세가 안정적이다. 뒤쪽 타이어 너비가 20mm 더 길어 접지력이 향상됐다. 제동력은 엔진의 힘을 감당하고도 남는다. 튜닝으로 엔진 파워를 높이는 것까지 감안한 듯하다.


우종국 기자 xyz@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