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 50주년 맞아 재조명 활발… 보수·진보 시각차

A bronze statue of President John F. Kennedy stands in downtown Fort Worth as part of the JFK Tribute that was dedicated Thursday, Nov. 8, 2012, in Fort Worth, Texas. The exhibit that includes a granite wall with photographs and Kennedy’s quotes is  near the site where he gave one of his last two public speeches the morning of Nov. 22, 1963, before he was assassinated hours later in nearby Dallas. (AP Photo/Angela K. Brown)
A bronze statue of President John F. Kennedy stands in downtown Fort Worth as part of the JFK Tribute that was dedicated Thursday, Nov. 8, 2012, in Fort Worth, Texas. The exhibit that includes a granite wall with photographs and Kennedy’s quotes is near the site where he gave one of his last two public speeches the morning of Nov. 22, 1963, before he was assassinated hours later in nearby Dallas. (AP Photo/Angela K. Brown)
“국가가 당신을 위해 무엇을 해줄 것인지 묻지 말고 당신들이 조국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라”는 명연설을 남긴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암살범 리 하비 오즈월드의 총에 숨진 지 11월 22일로 50주년이다.

케네디 전 대통령은 미 역사상 최연소(43세) 대통령으로 미국 사회에 젊음과 도전, 모험 정신을 상징한 패기의 지도자로 평가되면서도 2년 10개월의 짧은 재임 기간으로 생을 마감한 비운의 인물이다. 그래서인지 케네디 추모 열기는 더욱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케네디 사망 50주년을 맞아 미국 정치권은 물론 학계와 언론 등에서 ‘가장 인기 있는 대통령(케네디)’이 남긴 유산을 새롭게 재조명하는 작업이 한창이다. 케네디는 ‘가장 존경 받는 대통령’인 링컨 대통령과 함께 기득권 세력의 저항에 맞서 노예해방, 시민 평등 등 인권 신장에 앞장섰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이 같은 추모 열기와 별도로 케네디의 암살 배후를 둘러싼 논란은 더욱 뜨겁다. 오즈월드의 단독 범행이라는 정부 발표에도 불구하고 여론조사를 보면 미 국민의 60~70%는 아직도 음모론을 믿고 있다. 특히 총상의 각도와 탄도, 총상을 입을 당시 케네디 대통령의 움직임 등을 따져보면 오즈월드 단독 소행이기라고 보기엔 의문점이 많기 때문이다. 게다가 오즈월드가 경찰서로 호송되던 중 잭 루비에 의해 살해됐고 루비도 구치소에서 의문사해 음모론은 더욱 증폭됐다.

케네디 대통령이 시민권 운동에 찬성했다는 이유로 KKK 등 백인 우월주의 단체 등이 중앙정보국(CIA) 등과 결탁해 암살을 저질렀다는 가설이 가장 흔한 음모론이다. 케네디가 진보 진영의 ‘아이콘’으로 기억되는 이유기도 하다. 그뿐만 아니라 쿠바의 피델 카스트로가 ‘쿠바 미사일’ 위기에서 패배한 것을 복수하기 위해 암살을 모의했다는 설, 케네디 대통령의 베트남 철수 계획으로 큰 피해를 볼 수 있는 군수 업체들이 대통령 경호실을 동원해 케네디를 제거했다는 설까지 등장했다.


인권의 순교자인가 냉전의 희생자인가
언론들도 흥행을 위해 암살 배후를 파헤치는 기획물을 다시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보수 진영은 음모론에 거리를 두고 있다. 맨해튼연구소의 제임스 피어슨 선임연구원은 최근 월스트리트저널 기고문에서 “케네디의 암살자는 반(反)쿠바 정책에 반대한 극렬한 공산주의자 오즈월드이지 극우 단체의 광신도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진보 진영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인권의 순교자’가 아니라 ‘냉전의 희생자’라는 얘기다. 케네디 대통령이 쿠바 미사일 위기 등을 불러오면서 소련과 핵전쟁 일보 직전까지 갔던 당시 상황을 지적한 것이다.

보수 진영은 케네디 대통령이 세금 인하 등 보수 정책을 폈으며 ‘뼛속까지 반공주의자’였다며 ‘진보의 아이콘’으로 묘사되는데 선을 긋고 있다. 케네디 추모 열기 속에서도 진보와 보수의 깊은 골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케네디 암살에 관한 CIA 비밀문서 100만 건 가운데 상당수가 2017년 10월 26일 해제된다. 그때까지 음모론과의 논쟁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 = 장진모 한국경제 특파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