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비에 베리 악사손해보험 사장

한경비즈니스 선정 ‘2013 베스트 금융 CEO’에서 손해보험 부문 1위는 악사손해보험이 차지했다. 지난해 영업이익과 순이익 증가율이 300%에 달하는 성과를 거둔 결과였다. 11월 20일 악사손해보험 본사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자비에 베리 사장은 “고객 편의성에 가치를 두고 다양한 혁신을 시도했던 결실인 것 같다”며 기쁨을 표했다. 2011년 취임 이후 3년째 성장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그는 ‘혁신성·편의성·탁월성’의 세 가지 기둥을 세워 경쟁사와 차별화하는 한편 디지털 영역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다이렉트 시장 잠재력을 높게 평가하면서 악사그룹의 아시아 진출 거점으로서의 한국 시장의 역할도 강조했다. 연평균 20% 고성장한데 대해 임직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표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베스트 금융 CEO 릴레이 인터뷰] “영미 다이렉트 비중 80%…한국은 미개척지죠”
손해보험 부문에서 내로라하는 경쟁사들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하셨습니다. 비결을 꼽으신다면.
먼저 베스트 최고경영자(CEO)로 선정해 주신 데 대해 감사드립니다. 특별한 비결이 있다기보다 수립한 전략과 상품군의 간소화, 고객 편의성 증대 노력이 잘 전달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지난 한 해 마일리지 혜택, 3년 무사고 할인, 블랙박스 할인 등 다양한 혁신 시도를 통해 고객들에게 부가 가치를 전달하고자 했고 자동차보험뿐만 아니라 치아·입원비·여행자보험과 같은 비자동차 보험 상품에도 역점을 뒀습니다. 과거엔 하나의 상품을 모든 고객에게 적용했다면 이제는 고객에게 맞춤 상품을 제안해야 하는 시대가 다가왔습니다. 보험 업계에서도 이러한 변화가 시작됐고 우리의 목표와 전략 또한 고객 니즈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서비스를 강화하는 데 맞췄습니다.


악사손해보험은 다이렉트 보험의 개척자입니다. 최근 대형 손보사들이 이 시장에 진출하면서 각축전이 벌어지고 있는데 사업 부문 조정 등의 변화가 있었습니까.
실제 경쟁 지형이 변화하고 있고 여기에 적응하기 위해 악사라는 이름의 집을 짓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한국 시장에서 가장 선호되는 보험사’가 되기 위한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혁신성·편의성·탁월성이라는 세 개의 기둥을 세울 계획입니다. 회사 내부적으로 다양한 혁신을 진행 중이고 이를 위해 성과 관리를 우선 과제로 삼았습니다. 직원 개개인의 역량을 높여 기업 전체의 성과를 강화해 나가고 있습니다. 또한 조직 혁신 노력의 일환으로 디지털 영역에서 변화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모바일·태블릿·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다양한 디지털 환경을 이해하고 활용하기 위해 이미 카카오톡 서비스를 시작했고 앞으로 더 많은 혁신이 진행될 것입니다. 보상 서비스 영역에서도 ‘스피드 보상센터’를 도입해 고객에게 한 걸음 더 다가가는 한편 내부 조직을 개편했습니다. 복잡한 프로세스에 따른 고객 부담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서입니다. 강력한 경쟁사의 등장과 심화되는 경쟁 속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간소화와 부가가치 창출이라고 생각합니다.


전반적으로 자동차보험 수익 악화 소식이 들려오고 있습니다. 악사손해보험은 안전판이 마련돼 있습니까.
자동차보험 시장 경쟁이 심화되고 수익성이 악화되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업무와 보상 처리의 탁월성을 통해 상황을 개선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먼저 리스크에 대한 기술적 분석을 통해 보험료를 합리적인 수준에서 결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고객을 보호하는 만족할 만한 보상 처리를 통해 종국적으로는 회사의 비즈니스도 보호받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세 번째로 전체 오퍼레이션 모델을 개선함으로써 원가와 비용을 줄여 필요 이상의 비용이 고객에게 전가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
[베스트 금융 CEO 릴레이 인터뷰] “영미 다이렉트 비중 80%…한국은 미개척지죠”
악사그룹에서는 다이렉트 보험 시장성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습니까. 한국 시장만의 특수성은 무엇입니까.
전 세계적으로 다이렉트 보험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악사그룹 역시 다이렉트 전담 조직인 AXA글로벌 다이렉트를 통해 유럽과 인도네시아, 중국 등에서 다이렉트 비즈니스를 활발히 전개하고 있습니다. 미국과 영국에서는 다이렉트 보험사들이 자동차보험 시장의 70~8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현재 30% 수준인데, 앞으로 성장이 가속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유럽은 고객들이 가격의 영향을 받는 반면 한국은 SNS와 주변 사람들의 추천에 큰 영향을 받는 게 특징입니다. 한국의 소비자들은 그 어느 나라보다 웹과 모바일에 대한 관심이 높기 때문에 이곳에서 얻은 경험을 다른 국가에 적용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시장이 악사그룹의 아시아 지역 다이렉트 보험 허브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는 이유입니다. 한국형 모델을 아시아나 유럽에 수출할 계획도 갖고 있습니다.


특히 더 확대될 것으로 판단하는 분야가 있습니까.
다이렉트 자동차보험 시장에서 역량을 키울 여지가 충분하다고 확신합니다. 소비자의 행동 패턴이 달라지고 고객들이 상품을 구입하고 이용하는 모든 과정이 디지털화돼 가고 있는 현상은 우리에게 큰 기회입니다. 일례로 빅 데이터를 통해 서비스 모델을 개선하고 더 좋은 서비스를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습니다. 이런 디지털 혁명은 업계 판도를 바꿀 것으로 예상됩니다. 또한 비자동차보험 영역에서도 세 가지 성장 기회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첫째, 실버 상품의 도입으로 한국이 고령 사회로 진입함에 따라 미래에 미리 대비하려는 수요가 발생할 것입니다. 둘째, 사람과 관련된 헬스 케어 및 건강 관련 보험 상품 영역입니다. 이 상품들을 간소화하고 보장을 높일 필요가 있습니다. 셋째, 디지털화에 따른 사이버 리스크에서 생기는 기회입니다. 개인 정보 유출과 같은 리스크는 중요한 문제로 떠오를 것이고 이에 대한 보장 수요가 생길 것입니다.


연말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올 한 해 생각했던 것만큼 성과를 거두셨는지요.
수익성과 성장 측면에서 연초 계획대로 달성하고 있어 좋은 한 해를 보냈다고 생각합니다. 올 한 해 20%가 넘는 성장세를 보이면서 빠르게 성장했습니다. 지난해 에르고다음다이렉트와의 통합이 순조롭게 마무리됐고 다양한 혁신이 진행된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성장세를 한층 가속화할 필요가 있고 앞으로도 혁신·비전·탁월성·성과 관리를 강조할 것입니다. 이 자리를 빌려 악사손해보험 직원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올해 회사가 빠르게 성장했을 뿐만 아니라 내부적으로도 많은 변화가 있었는데 상품과 프로세스, 포지셔닝 등 혁신에 직원들이 최선을 다하고 실제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는 데 크게 감동했습니다. 올해는 성장과 혁신을 위한 토대를 닦은 한 해였다고 생각합니다.


온라인 종합 손해보험사로 입지를 다지고 있는데, 언제쯤 명실상부하게 목표에 도달할 것으로 보십니까.
2014년 1분기 새로운 디지털 플랫폼을 론칭하고 우리의 분석 역량을 기초로 상품 리포지셔닝을 완료할 것입니다. 목표는 고객과의 인터랙션을 막힘없이 수행할 수 있는 디지털 플랫폼을 도입하는 것입니다. 콜센터·모바일·웹·SNS 등 다양한 세일즈 채널을 통합해 끊임없는(seamless) 고객 경험을 제공할 것입니다. 예를 들어 고객은 아침 출근길에 스마트폰과 태블릿 PC로 보험 상품 견적을 받고 출근한 이후 콜센터에 전화를 걸거나 웹 사이트를 통해 청약할 수 있습니다. 기존 콜센터 채널과 상호 보완적으로 통합적 채널 생태계를 구축하는 디지털화를 확대할 것입니다.


세계적인 브랜드 조사 기관 인터브랜드에서 선정하는 보험 브랜드 1위를 5년 연속 수상했습니다. 악사그룹이 세계적으로 통하는 보험 브랜드를 구축한 비결은 무엇입니까.
단순한 운이 아닌 전략의 성공입니다. 보험은 곧 고객에게 약속을 파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5~6년간 악사그룹은 이러한 약속을 지키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노력했고 실제 고객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단순히 마케팅이나 캠페인 차원이 아닌 고객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 전 세계 57개국 악사그룹사들이 뜻을 같이했고 한국의 악사손해보험도 예외가 아닙니다.


한국에 부임한 지 3년째입니다. 외국인 CEO로서 한국에서 경영하는 데 어려움은 없습니까.
그동안 운 좋게도 중동·유럽의 다양한 국가에서 근무해 왔습니다. 아시아에서는 한국이 처음인데, 문화가 다르고 고객과 소통하는 방식, 소비자가 상품에 반응하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적응하는 노력이 필요했습니다. 다른 나라와 비교해볼 때 한국의 직원들은 겸손하고 회사에 대한 충성심이 높습니다. 자신의 의견이나 감정을 표현하는 데 약간의 수줍음도 있습니다. 그래서 항상 표현 너머의 속뜻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경영진과 매주 일대일 미팅을 갖고 직원들과 점심 저녁을 함께하면서 저의 얘기가 잘 전달됐는지, 상대방의 의도를 제가 잘 이해했는지 다양한 소스를 통해 확인하는 ‘협력적 커뮤니테이션’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이 여정에서 직원들이 참을성 있게 지켜봐 주고 있는 데 대해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대담 김상헌 편집장|정리 이현주 기자 charis@hankyung.com|사진 서범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