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구 회사 사장, 분위기 망치는 직원 어떻게 내보내야 하나

[신현만의 CEO 코칭] 문제 직원 처리는 ‘정공법’이 답이다
Q
저는 직원이 300명 정도 되는 문구류 회사의 사장입니다. 회사는 올해 초 조직을 개편해 해외시장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직원의 대부분은 변화에 잘 적응하고 있는데 몇몇은 부정적인 자세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시간 때우기 식으로 일합니다. 만나는 사람마다 회사 상황에 대해 매우 부정적으로 말합니다. 부서장들이 몇 번 주의를 줬지만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직원들은 이들 때문에 분위기가 어수선해져 업무에 몰입하기 어렵다고 하소연합니다. 회사를 나가 줬으면 좋겠는데 그럴 의사는 없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업무를 아주 안 하거나 못하는 것도 아니어서 내보내기도 어렵습니다. 이들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문제 직원을 효과적으로 정리하는 방법은 없을까요.

A 기업에서 가장 어려워하는 것 중 하나가 문제 직원에 대한 처리입니다. 간부들은 물론이고 최고경영자(CEO)들도 힘들어 합니다. 어떤 경영자는 “영업과 기술 개발은 열심히 노력하는 만큼 결과가 나오지만 사람을 다루는 문제는 꼭 그런 것만은 아닌 것 같다”고 하소연합니다. 일부 기업은 노무사 등과 계약하고 컨설팅을 받고 있을 정도로 문제 직원은 기업의 주요 고민 중 하나입니다.

수백 수천 명이 일하는 회사에서 “직원 몇 명이 뭐 그리 큰 문제냐”라고 반문하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그러나 중국의 고전 ‘한비자’에는 이런 말이 있습니다.
‘천 길 높이의 둑이 무너지는 것은 개미나 땅강아지의 조그마한 구멍 때문이며 백 척 높이의 으리으리한 집도 아궁이의 작은 불씨 하나로 인해 잿더미가 된다.’


문제를 인식하게 하는 것이 출발점
한두 명의 문제 직원이라고 하더라도 방치하면 조직에 혼란을 만들어 내고 끝내는 심각한 폐해를 낳을 수 있습니다. 이에 따라 어떤 식으로든 문제 직원이 생겨나지 않도록 해야 하고 누군가 문제 직원으로 떠오르면 가급적 빨리 해법을 찾아내야 합니다.

조직에서 문제 직원이 발생하는 가장 큰 원인은 소통의 왜곡과 단절입니다. 사람은 자신을 잘 모릅니다. 그래서 자신의 행동을 대체로 긍정합니다. 다른 사람들의 눈엔 문제가 있어도 본인은 별문제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다른 사람으로부터 “당신의 행동은 옳지 않으며 조직에서 많은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상당수의 직원들은 자신의 잘못된 언행을 고칩니다. 자신의 행동이 옳지 않다는 것을 깨닫기 때문입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직원이 문제 제기를 이해하고 개선 방안에 동의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기업의 문제 직원 중 상당수는 자존감이 강합니다. 입사 초기에는 스마트하고 적극적이어서 선배나 동료들로부터 주목받던 직원들입니다. 정상적으로 성장했으면 조직의 중심에 서 있을 가능성이 큰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어떤 일을 계기로 생각이 바뀌게 됐고 시간이 흐를수록 조직적 관점에서 멀어져 부담스러운 존재로 낙인찍히게 된 것입니다. 주류에서 밀려난 이들은 자신들의 행동을 정당화하는 논리 구조를 갖추게 됩니다. 또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는 직원들끼리 모여 ‘불만 세력’을 형성하게 됩니다. 이에 따라 이들 문제를 해결하려면 조직과 소통의 재개가 급선무입니다.

문제 직원과의 소통을 정상화하려면 먼저 회사의 비전과 CEO의 경영 철학을 비롯해 회사의 현 상황과 경영전략, 조직 운영 원칙 등에 관한 충분한 정보를 제공해야 합니다. 또한 자신의 행동이 조직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고 조직 구성원들에게 어떻게 비춰지고 있는지, 또 어떻게 바꿨으면 좋겠고 바꾸지 않는다면 어떤 조치가 취해질 것인지 분명하게 말해 줘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해당 부서의 책임자가 직접 나서야 합니다. 가급적이면 정식 면담을 통해 직접 소통을 시도하는 게 좋습니다. 그런데 조직의 책임자들은 종종 문제 직원과의 면담을 피합니다. 그만큼 불편하고 부담스럽기 때문일 겁니다. 때로는 부하 직원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전달하거나 술자리나 전체 회의 등에서 두루뭉수리하게 이야기하고 넘어갑니다.

그러나 이런 식의 소통으론 그동안의 단절과 왜곡을 치유하기 어렵습니다. ‘나는 얘기했지만 상대방은 들은 적이 없는 이상한 소통’이 계속됩니다. 조직 책임자가 직접 나서 분명하게 이야기하고 단호한 의지를 보여 줘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면담 3회면 대부분 사태 해결

마지막으로 문제 직원이 면담자에게 호감을 느낄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는 어떤 사람의 말이 자신을 아끼고 배려하기 위해 하는 것인지 아니면 자신을 배척하고 밀어내기 위해 하는 것인지 금방 알 수 있습니다. 부하 직원이 자신을 위해 하는 말이라고 느낀다면 그는 충고와 지적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런데 면담에 임하는 상사들은 문제 직원에 대해 결코 호의적 감정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억지로 웃음을 띠고 그들을 배려하는 자세를 취하기도 하지만 자신을 부정적으로 보는 상사의 눈빛을 보는 순간 부하 직원의 마음은 닫혀 버리고 맙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상사가 무슨 말을 하든 그에겐 ‘쇠귀에 경 읽기’가 되고 맙니다. 면담은 지적하고 문책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이해하고 개선하기 위한 것이어야 합니다.

그렇다면 면담은 몇 번 해야 할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계속해야 합니다. 한두 번으로 끝날 면담이었다면 문제 직원이라는 꼬리표가 붙을 리 없습니다. 글로벌 기업 인사 담당자의 얘기를 들어보면 일반적으로 세 번 정도 면담이 진행되면 문제 직원의 80~90%가 상사의 뜻대로 태도를 바꾸거나 회사를 떠난다고 합니다. 이에 따라 적어도 세 번 정도는 진지하고 솔직한 면담이 진행돼야 합니다.

물론 세 번으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일부 직원들은 자신에 대한 조직의 판단에 동의하지 않고 조직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변해야 할 것은 내가 아니라 조직”이라고 역설합니다. 이러면 해법을 찾기가 참 어렵습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더라도 대화를 중단해서는 안 됩니다. 이야기하고 또 이야기해서 작은 공감대라도 만들어 나가야 합니다.

면담은 매우 구체적이고 체계적이어야 합니다. 먼저 보스의 문제 제기에 대한 직원의 동의를 이끌어 내야 합니다. 동의가 이뤄지면 개선 방안에 대한 계획을 세운 뒤 이를 문서화하는 게 좋습니다. 반드시 직원 스스로 문서를 작성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그런 다음 일정 기간 뒤 이것이 어떻게 시행되고 있는지 점검해 보세요. 이런 식으로 면담이 진행되면 문제 직원은 점차 조직이 원하는 쪽으로 자세를 바꾸게 될 겁니다. 만약 본인이 계획을 세웠는데도 이를 지키지 않았다면 그 이유를 확인하고 다시 계획을 수립하세요. 계속해 약속을 지키지 않고 계획을 이행하지 않으면 면담 때 알려줬던 조치를 단계적으로 취해 나가십시오.

한국의 독특한 법체계와 사회문화에서 직원을 내보내기는 참 어렵습니다. 물론 내보내는 게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이렇게 내보낸 직원은 오랫동안 회사의 ‘골치 아픈 적’으로 남게 되고 두고두고 회사의 부담이 됩니다. 직원을 내보내는 과정이 폭력적인 회사 치고 회사의 브랜드가 좋은 기업은 없습니다.

문제 직원과의 소통은 힘들고 어려운 일입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안 하고 지낼 방법은 없습니다. 소통 중단 상태가 장기화하면 조직적 부담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커집니다. 그러니 더 늦기 전에 진지하고 호의적인 면담을 시작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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