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완석 한국외국어대 러시아연구소 소장

[포커스] “푸틴, 조선산업기지 구상에 한국 기업 참여 바라죠”
“과거 한국과 러시아의 경제협력에 대한 합의가 많았다. 하지만 이행된 것은 없었다. 이유는 양국의 접근 방식에 차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한국과의 경제협력에 주안을 두고 있는 반면 한국은 북한이라는 변수와 연계해 정치·외교적으로 접근해 왔다.”

홍완석 한국외국어대 러시아연구소 소장은 지난 11월 13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공식 방한을 계기로 한·러가 경제협력 합의를 실질적으로 이행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양국 관계는 내재적·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는데 이를 극복하려는 자세가 요구된다는 것이다. 러시아는 한국과의 경제협력에 대해 오래전부터 적극적이었다. 특히 극동 지역 개발에 목이 말라 있다고 홍 소장은 설명했다.

“지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푸틴 대통령은 기존 남·북·러 가스관 건설 합의에 대해 북한을 거치지 않는 동해 해저 가스관 건설을 제안했다. 이는 북한을 극복하겠다는 의미 있는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한국은 한미 동맹 질서라는 제약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이는 한·러 경제협력을 추진하지 못하는 하나의 이유가 되고 있다.”


한국은 한미 동맹 질서라는 제약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이는 한·러 경제협력을 추진하지 못하는 하나의 이유가 되고 있다.


이번 푸틴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의 정상회담 결과에 대해서는 협의 사항이 풍성하다고 홍 소장은 평가했다. 이번에는 합의가 세밀한 부분까지 진행됐다는 점에서 한 발짝 진전이라는 의미를 더했다. 러시아 극동 하산과 북한 나진항을 잇는 54km 구간 철로 개·보수와 나진항 현대화 작업, 복합 물류 사업 등이 핵심인 ‘나진-하산 프로젝트’에 한국 기업의 참여는 주목할 만하다.

또한 철도·가스관 연결, 조선 산업 협력 등의 사안에 대해 한국 정부와 기업은 이제까지 주저하는 모습이 실질적으로 있었다고 홍 소장은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은 특히 조선 산업 기지를 만드는 게 오랜 꿈으로, 한국 기업에 특혜를 제안하고 기술협력을 바라고 있고 이를 우리는 부가가치를 생성하는 쪽으로 이끌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한·러 비자 면제 협정 역시 인적 교류 활성화를 통해 양국 관계 개선의 실마리가 될 것이라고 그는 바라봤다.


러시아 연구 특화… 연구원 100여 명
“기본적으로 박 대통령의 3대 외교 비전인 유라시아 구상,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동북아 평화 협력 구상은 러시아의 방향과 충돌하는 것이 거의 없다. 러시아는 한반도 통일에 대해서도 부정적이지 않다. 주변 4대 강국 중 러시아와의 관계는 장기적 관점에서 보다 비약적으로 발전할 수밖에 없다.”

홍 소장이 이끌고 있는 한국외국어대 러시아연구소는 1972년 국내 최초의 소련 및 동유럽 공산권 전문 연구 기관으로 외교·안보 관련 주요 싱크탱크로 성장해 왔다. 2009년 러시아연구소는 한국연구재단이 주관하는 인문한국(Humanities Korea) 사업에 선정돼 10년 동안 80억 원이 넘는 예산을 확보했다. 러시아 및 독립국가연합(CIS) 국가에 대한 연구를 전담하는 100여 명의 연구원들을 확보하고 러시아 연구의 허브로서의 위상을 키워 나가고 있다. 러시아 연구소는 ‘러시아 어디로 가는가’, ‘러시아 리포트’, ‘슬라브 연구’ 등 뉴스레터·보고서 연간 10종, ‘러시안연방총서’ 등 연간 10권 정도의 서적을 출간하고 있다. 이와 함께 국내외 학술회의, 초청 강연회 등 러시아 지역 연구의 대중화를 위해 러시아어 토론대회 등을 열고 있다.


이진원 기자 zino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