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학’ 류징 창장상학원 부원장이 보는 3중전회(공산당 중앙위원회 3차 회의) 이후 중국 경제

중국 공산당 18기 중앙위원회 3차회의(18기 3중전회)가 최근 폐막됐다. 이번 회의에선 ‘전면적인 개혁 심화를 위한 약간의 중요한 문제에 대한 결정’을 통과시키고 공보를 발표했다. 중국의 저명 경제학자인 류징 창장(長江)상학원 부원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번 3중전회의 핵심을 짚어본다.
[GLOBAL_중국] “호구제도 개혁 통한 도시화가 내수 살릴 것”
공보에선 2020년까지 중요한 핵심 개혁에서 결정적인 성과를 내겠다는 시간표를 제시했다. 이를 위해 영도소조(태스크포스)를 결성하기로 했다. 류 부원장은 “중국의 저임 노동과 값싼 자원에 기반해 수출과 투입에 의존해 온 개혁•개방 35년의 비즈니스 모델은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됐다. 이번 회의는 기로에선 중국의 갈 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중국은 혁명보다 안정 속의 개량적 개혁을 추구한다”는 류 부원장의 진단대로 공보에서도 ‘원중추진(穩中求進)’이 강조됐다. 이 때문에 급격한 개혁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대표적인 게 국유 기업 개혁이다. 공보는 “흔들림 없이 공유제 경제를 공고히 발전시키고 공유제의 주도적인 지위를 견지해 국유 경제의 활력과 영향력을 끊임없이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유 경제를 축소하고 민영 경제를 키울 것이라는 일각의 기대와는 상반된 메시지다. 류 부원장은 “국유 기업은 고객 및 협력 업체, 지방정부 등과 거대한 이익집단을 형성해 국유 주도 경제 체제를 바꾸는 노력에 오래전부터 저항해 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나 국유 기업 개혁이 이뤄질 수밖에 없는 여건이 조성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7% 성장률도 유지하기 쉽지 않을 만큼 경기 둔화로 실업 문제 등이 심각해지면서 국민들의 부패와 독점에 대한 인내심이 줄어든 게 개혁 압력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고성장 시절에는 국민에게 떨어지는 과실이 적지 않았기 때문에 남의 부패를 용인할 수 있었지만 이젠 상황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그는 또 “성공적인 개혁을 위해 카리스마 있는 지도자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해관계가 다른 인물들로 구성된 집단 지도 체제에서는 과감한 개혁이 쉽지 않다”고 분석했다. 시대가 영웅을 만든다는 것으로 들렸다. 그는 도산 위기에 처한 애플이 강한 카리스마의 스티브 잡스를 통해 돌파구를 마련한 사례를 들었다.

류 부원장은 이번 3중전회의 핵심 중 하나가 정부의 역할 축소라고 말했다. 지방정부의 사법권 및 기업 경영 간섭을 줄이는 게 그것이다. 공보에서 사법권의 공정 집행을 강조한 것은 지방 사법권을 중앙이 직접 관할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류 부원장은 해석했다. 중앙과 지방정부 간 역할 재조정이다. 공보의 “경제체제 개혁의 핵심 문제는 정부와 시장 관계를 잘 처리하는 것이고 시장이 자원 배분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더 잘(서비스형) 정부 역할을 발휘하도록 하는 것이다”는 대목과 맥을 같이한다. 류 부원장은 특히 “새로운 성장점을 찾아 내수를 키워야 한다. 도시화가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과거 도시화는 농민이 도시로 온 이후 의료 자녀 교육 등에서 불평등한 대우를 받는 호구제도로 한계가 있었다. 도시가 활력을 찾으려면 호구제도 개혁이 필요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베이징 = 오광진 한국경제 국제부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