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 ‘언제 외부 영입 CEO가 전략적 변화를 일으키나?’

Based on “When Do Outsider CEOs Generate Strategic Change? The Enabling Role of Corporate Stability” by Ayse Karaevli and Edward J. Zajac (2013, Journal of Management Studies, 50(7), pp. 1267~1294)


연구 목적
기업의 수장인 최고경영자(CEO)에 누가 오르는지에 따라 그 회사의 운명이 갈린다. 인사이트를 지닌 CEO는 기업이 승승장구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준다. 반면 무능력하거나 기업 거버넌스 시스템을 뒤흔들어 놓는 CEO는 ‘CEO 리스크’를 기업에 떠안긴다.

CEO는 기업 내부에서 양성한(Home-grown CEO) 인재가 될 수 있고 외부에서 영입한 사람(Outsider CEO)도 물망에 오른다. 기업 내에서 길러온 CEO와 외부에서 스카우트해 온 CEO 각각의 장단점에 대한 논의는 경영계에서 지속적으로 언급되는 화두 중 하나다.

독일의 WHU-오토 바이스하임 경영대의 아이세 카라에브리(Ayse Karaevli) 교수와 미국 노스웨스턴대의 에드워드 자작(Edward J. Zajac) 교수는 ‘매니지먼트 스터디스 저널’ 최근호에 ‘언제 외부 영입 CEO가 전략적 변화를 일으키나? 기업 안정성의 역할’이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내부 육성 CEO와 외부 영입 CEO 가운데 외부에서 온 CEO에 초점을 맞췄다. 외부에서 고용된 신임 CEO가 기업에 ‘전략적 변화’를 불어넣을 기회를 넓히기 위해 기업에 선행돼야 할 조건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데서 출발했다.


연구 대상
그동안 경영 학계의 CEO 승계에 관한 연구는 내부 양성 CEO와 외부 고용 CEO 각각의 장점과 한계점, 효과 등에 초점이 맞춰져 왔다. 기업 내부에서 오래전부터 성장해 온 ‘순혈주의’ CEO는 회사의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 그 누구보다 잘 안다. 또한 조직 내부 구성원의 문화를 뼛속 깊이 이해하고 애사심도 강하다. 기업의 다른 구성원에게 ‘직장인 성공 신화’를 보여줄 수 있는 입지전적 인물의 실례이기도 하다. 반면 기업 외부에서 영입한 CEO는 회사의 내부 구성원이 보유하고 있지 않던 차별화된 역량을 지닌 경우가 적지 않다. 변화의 신선한 바람을 몰고 오기도 한다.

이 연구는 기존 연구와 다르게 외부에서 온 CEO가 어떤 긍정적 역할을 할지, 외부에서 고용됐다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어떤 요건이 필요할지 등에 주안점을 두지 않았다. 그 대신 ‘외부 고용 CEO는 전략적 변화를 실질적으로 가져 오는가’, ‘외부 영입 CEO가 언제 전략적 변화를 일으킬 수 있을까’의 이슈를 고민했다. 어떠한 특정 상황에서 외부에서 온 CEO가 빛을 발하거나 또는 반대로 역량을 펼치지 못할지 연구했다.


연구 방법
연구진은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미국 항공 산업과 화학 산업에 속한 기업들의 데이터를 분석했다. 연구에서 산업 간 차이점을 반영하지 못하는 한계점이나 단기간의 자료 분석에 따른 미비점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단 1개의 산업이 아닌 항공과 화학 등 다수 산업에서 데이터를 추출했다. 또한 분석 대상 기업의 샘플을 1972년부터 2010년까지 38년이라는 장기간을 택하는 종적(longitudinal) 연구를 수행했다. 최종적으로 사용한 샘플은 110개 기업이고 이 가운데 193건의 CEO 승계 사례를 대상으로 분석했다.


연구 결과
두 교수는 기업의 안정성(Corporate Stability)이 전제돼야 외부에서 영입한 CEO가 전략적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기업의 안정성은 3가지의 측면을 살펴봤다. 첫째, 일반적으로(ordinary) 진행된 CEO 승계(전임 CEO 해고를 당하지 않고 은퇴 등 순조롭게 CEO 승계가 된 경우). 둘째, 전임 CEO의 오랜 재직 기간. 셋째, 기업의 우수한 성과가 선제적으로 뒷받침되는 경우를 기업이 안정화돼 있다고 봤다.

연구진은 전임 CEO가 은퇴해 순조로운 과정 속에서 CEO 승계가 됐든, 전임 CEO가 돌연 해고를 당한 상황이든 외부 영입된 신임 CEO가 전략적 변화를 추구하는 동기부여(motivation) 자체에는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기업 안정성의 첫 번째 측면으로 논의된 전임 CEO의 퇴직 시 상황은 외부에서 온 신임 CEO가 자신의 능력(ability)을 펼치는 데에는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역량이 뛰어난 외부 인사가 CEO가 됐다고 하더라도 CEO 취임 이전 기업의 안정화 여부에 따라 그 능력을 십분 발휘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전임 CEO가 전격 해고된 뒤 이사회는 이른 시일 내에 새로운 CEO를 찾도록 투자자로부터 강한 압력을 받는다. 기업의 특성에 정확히 부합하는 세부적 스킬과 경험을 가진 새로운 CEO를 탐색할 시간이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투자자에게 확신을 주기 위해 지명도가 높은 인사 중에서 신규 CEO를 택할 가능성도 있다. 이러면 외부에서 스카우트된 CEO 임명자는 오히려 회사에 전략적 변화를 가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이사회는 이전의 불만족스러웠던 CEO를 떠올리며 현재 CEO에 대해 모니터링을 더욱 강화하려고 한다. 이는 신임 CEO의 재량을 줄이고 리스크를 감수하고 도전하려는 움직임을 위축시킨다. 전임 CEO가 해고되면 회사 내 구성원은 불안감과 조직에 대한 불신을 겪는다. CEO 승계에 대한 다른 연구(Fizel and D’Itri, 1997; Zhang, 2008년)에서는 해고된 CEO의 뒤를 이어 신임 CEO가 된 외부 인사들은 향후 다시 해고되는 경향이 더 크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는 것이다.


전임 CEO가 전격 해고된 뒤 이사회는 이른 시일 내에 새로운 CEO를 찾도록 투자자로부터 강한 압력을 받는다. 이사회는 이전의 불만족스러웠던 CEO를 떠올리며 현재 CEO에 대해 모니터링을 더욱 강화하려고 한다.


반면 전임 CEO가 은퇴나 그 밖의 다른 사전적 계획에 따라 순조롭게 퇴임할 때에는 이사회에 신규 CEO 후보군을 검토할 시간이 충분히 주어진다. 또한 이미 수립한 경영권 승계 계획에 따라 사내 승진자가 아닌 외부인을 CEO로 택할 때는 이사회와 기업 구성원의 변화에 대한 열망이 큰 상황이다. 외부 영입 신임 CEO가 전략적 변화를 시작하는 데 저항이 적게 마련이다.

기업 안정성의 두 번째 측면인 ‘전임 CEO가 오랜 기간 재직’한 후 외부 CEO를 영입하는 사례도 마찬가지다. 기업은 내부 조직의 타성을 타파하기 위한 일환으로 외부에서 신임 CEO를 고용함으로써 변화에 대한 기대치가 원천적으로 높다. 회사 밖에서 새로 온 CEO는 오픈마인드에 새로움을 추구할 것을 기대한다. 변화를 거부하는 내부 저항도 적다. 그러나 전임 CEO가 짧은 기간 일한 뒤 퇴임했다면 회사 직원들은 CEO의 교체가 잦아지는 것은 아닌지 우려한다. 조직 내 불확실성과 불안정성을 고민하며 신규 CEO가 변화를 몰고 오는 것 자체도 걱정한다.

기업 안정성의 세 번째 측면인 ‘기업의 우수한 성과’가 중요한 이유는 기업이 저조한 실적에 시달릴 때 이사회는 나쁜 실적을 보다 빠르게 개선하기 위해 외부에서 신임 CEO를 급히 찾아 나선다. 이때 역시 CEO 후보군을 충분히 검토하지 못한 채 신임 CEO를 선택할 수 있다. 회사 실적이 좋지 않으므로 이사회는 CEO를 정밀 모니터링한다. 신임 CEO의 재량권이 축소되고 리스크를 감수하고 도전하려는 의지가 위축돼 능력을 마음껏 펼치지 못한다.


시사점
전통적 관점에 따르면 외부 영입 CEO는 격동하는 불안정한 환경 속에서 영웅처럼 나타나 리스크를 감내하며 즉각적인 변화를 꾀하는 과감한 액션을 선보여야 한다. 하지만 이 연구는 통상적으로 믿어 왔던 기존 관점과는 오히려 반대로, 기업의 안정성이 있는 상황이어야 외부 영입 CEO가 전략적 변화를 만들어 낸다는 결론을 내렸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시가총액 기준 상위 2500대 글로벌 기업 중 15%가 CEO를 교체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 중 외부 영입 CEO는 10명 중 3명꼴로 2007년의 14% 대비 증가했다. 최근 국내 기업에도 외부 영입 CEO의 수가 적지 않다. CEO 교체 상황에 직면했거나 경영권 승계 계획을 사전적으로 수립하는 기업은 CEO를 내부 혹은 외부에서 택할지 고민하는 일 못지않게 염두에 둬야 할 부분이 있다. 이 연구에서 강조한 것처럼 자사의 상황이 외부에서 영입한 CEO가 충분히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여건인지 먼저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효정 삼정KPMG 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 hyojunglee@kr.kpm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