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사돈 기업’들의 수난… 재계선 ‘특혜는커녕 역차별’ 의견 많아

한국타이어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돈 기업’으로 분류된다. 2001년 이명박 전 대통령의 딸 수연 씨와 조현범 한국타이어 사장이 결혼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시 이 전 대통령은 15대 국회의원 임기를 마치고 환경 비정부기구(NGO) 한국본부 총재를 역임할 때다. 조현범 사장 역시 한국타이어에 입사하기 전이었다. 그런데 최근 한국타이어는 ‘사돈 기업’이라는 이름표를 부담스러워 하는 눈치다. MB 정권 때부터 이어져 온 사돈 기업 특혜 시비가 정점을 찍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수난의 시작은 하이닉스반도체의 매각이었다. 2009년 한국타이어와 형제 기업인 효성은 하이닉스 매각에 참여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사업 다각화 차원에서 검토하기 위해 두 장짜리 인수 의향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일부 정치인들을 중심으로 ‘대통령 사돈 기업이 참여하면 유리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효성에 하이닉스를 싼값에 넘기기 위한 매각’이라는 특혜설이 돌자 결국 매각을 포기했다.
남산에서 본 서울도심의 기업 건물들./김영우 기자youngwoo@hankyung.com20110327....
남산에서 본 서울도심의 기업 건물들./김영우 기자youngwoo@hankyung.com20110327....
‘전 정권 사돈이라는 이유만으로…’
재계 관계자는 “당시 ‘하이닉스 분할 매각’ 조건조차 대통령 사돈 기업이 인수하게 위한 것이었다는 황당한 주장도 제기됐다”며 “결국 분할 매각 논란은 최초 ‘주식 매각 안내서’에 명시돼 있는 내용으로 밝혀지면서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효성이 입은 상처는 깊었다”고 말한다.

2009년 국정감사에서도 한 차례 집중 포화를 맞았다. 2008년 재판을 통해 종결된 사안에 대해 ‘효성 봐주기 수사’ 의혹이 제기된 것. 2008년 당시 중공업?건설 비자금 의혹 조사, 해외 부동산 구입 문제 등 기업 활동의 모든 부분에 대해 문제가 제기됐고 검찰의 집중적인 수사를 받았다. 중공업 수사에서는 경영진 120명이 조사받고 45명의 계좌도 조사했으며 40박스 분량의 자료를 통해 철저한 수사를 거쳤다. 해외 부동산 구입 문제도 대법원까지 가서 최종 종결됐던 사안이었다.

단지 전 정권 사돈가라는 이유로 수난을 당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까닭이다. 박근혜 정부 들어 효성이 소문이나 루머의 중심에 서 있다는 데서 이유를 찾는다. 단지 소문이 아닌 현실로 이어지고 있다고 강조한다. 15년 전 부실 정리 과정에서 잘못이 있다며 국세청에 세금 추징을 당했고 검찰에 고발돼 현재 조사 중이다. 지난 5월 국세청 압수 수색에 이어 10월 검찰 압수 수색이 이어졌다.

최근 회사 분위기는 침체돼 있다. 회사 임직원들이 연일 소환 조사에 임하고 있고 앞으로 경영진에 대한 소환 조사도 예견되고 있는 만큼 뒤숭숭한 분위기다. 11월이면 내년도 사업 계획을 수립해야 하지만 엄두도 못 내고 있다고 전한다.

엄격히 말하면 효성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직접 사돈이 아니다.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 동생의 사돈이다. 그런데도 전 정권 내내 사돈 기업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수난을 겪어 왔다. 조석래 회장이 재계 총리인 전령련 회장을 역임하는 동안 구설에 오르지 않기 위해 많은 노력과 희생도 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다른 대기업들도 홍역을 치르고 있다. KT는 이번에 또 5년만에 압수 수색을 당했고 이석채 KT 회장은 사의를 표했다. 포스코도 조만간 정준양 회장이 물러날 것이란 얘기가 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대기업들의 ‘수난’이 이어져 요즘 기업들이 긴장하고 있다. 정권이 바뀌고 현재까지 세무조사를 받는 기업만 50군데가 넘는다”며 “전 정권과 가까웠던 기업에 대한 ‘보복 수사’라는 얘기가 헛소문에 그치기를 바란다”고 호소했다.


이현주 기자 ch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