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현욱 양재하이브랜드 대표

[포커스] 불황에 ‘환호’… 명품 할인 매장 속속 오픈
1956년생.
1978년 고려대 졸업.
1983년 고려대 대학원 경영학 석사.
1997년 신세계백화점 영업과장·영업부장·마케팅부장.
2002년 교보문고장 영업이사.
2008년 양재하이브랜드 영업이사·영업상무.
2009년~현재 양재하이브랜드 대표이사(현).


서울 양재동에 있는 아울렛 ‘하이브랜드’. 소비자들은 이곳을 두고 “하이브랜드에 누가 가느냐”고 한다. 어떤 이는 “아직도 하이브랜드가 있느냐”고 되묻기도 한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양재하이브랜드(이하 하이브랜드)는 조용히 내실을 키워 입지를 다졌다. 2005년 오픈 이후 해마다 두 자릿수 성장세를 보이며 8년 만에 매출이 10배(올해 약 1250억 원)로 뛰었다. 하이브랜드 불황 극복 전략은 크게 브랜드력, 책임 경영, 마케팅의 차별화로 축약된다. 2009년 1월부터 하이브랜드의 경영을 맡고 있는 황현욱(56) 대표는 먼저 프리미엄 브랜드 유치에 사활을 걸었다. 하이브랜드가 패션 상권 중심에 있는 것도 아니고 대중교통 이용도 쉽지 않아 ‘하이브랜드에 일부러 가야 할 이유’를 만들어야 했고 강남 고객이 주를 이루는 만큼 프리미엄 브랜드를 들여오는 게 먼저라는 판단에서였다.

“2005년 설립 당시만 해도 매장이 30~40%밖에 차지 않았다. 프리미엄 브랜드를 입점시키기 위해 수차례 설득에 나섰지만 거절당하기 일쑤였다. 그러던 중 2008년 LG패션 브랜드가 입점하면서 봇물이 터졌다.”

LG패션 매출 성적은 타 브랜드를 영입하는 데 좋은 사례가 됐다. 매장 수수료가 10%라는 점(백화점의 3분의 1 수준)과 단일 매장 규모가 백화점에 비해 두 배 정도 넓어 물건을 진열하고 보관하기 편리한 점도 브랜드를 불러 모으는 데 한몫했다. 이후 제일모직을 비롯해 겐조·바네사부르노 등 프리미엄 브랜드가 입점하면서 하이브랜드는 급성장했다. 할인율 역시 50%에서 최대 80%까지 적용, 판매하면서 충성 고객을 확보해 나갔다. “행사 문자를 보내면 방문하는 고정 고객이 5만 명이다. 여기서 80%가 물건을 구매한다. 장사가 잘 되니 이제 본사에서 먼저 본 시즌 상품을 보내온다.”

하이브랜드는 지하 3층~지상 19층, 16만㎡(약 4만8000평) 건물에 250여 개 패션 브랜드와 가구·가전매장, 오피스와 이마트, 키즈 체험 시설, 편의 시설 등이 들어서 있다. 여기서 유일하게 패션관만 아울렛으로 운영된다. 하이브랜드 매출은 증가하고 있었지만 위치의 단점 극복은 여전히 큰 숙제였다. 신세계백화점에서 오랜 기간 마케팅과 영업 업무를 했던 황 대표는 기지를 발휘했다. 하이브랜드 맞은편에 있는 코스트코의 고객 주차장이 늘 붐벼 많은 이용객들이 불편을 겪는다는 점에 착안해 “하이브랜드에 공짜로 주차하고 코스트코에서 편하게 장 보시라”며 2000여 대 규모의 대형 주차장을 무료로 개방했다. 하이브랜드 지하 주차장에서 패션관 1층을 거쳐 코스트코로 가는 동선을 노렸다. 또한 한 번 매장을 찾은 이들을 고정 고객으로 만들기 위해 ‘숍 매니저’ 모시기에도 공을 들였다. 백화점 경력 15년 이상으로 단골손님 명단은 보통 300~1000여 명, 2000명이 넘는다. 매출 압박에 시달리지 않고 대리점 주인처럼 자유롭게 운영할 수 있는 조건으로 영입했다.

황 대표는 “지금 전 직원들과 함께 ‘(고객)10만 명 모으기 운동’을 하고 있다. 대기업처럼 광고 홍보에 큰돈은 못 쓴다”며 “현재 5만 명의 고객에 더해 각자의 지인, 주변 사무실과 호텔, 아파트 거주민 등을 합해 추산하면 10만 명 정도 된다. 우리는 이 지역을 확실하게 공략해 실속 있게 운영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고객 중심, 현장 중심을 지켜 나가며 더욱 탄탄한 회사로 성장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김보람 기자 boram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