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기회는 지역과 상품에 대한 심층 이해와 전문가의 양성에서 올 수 있다고 판단한다.
지역 전문가는 우리가 해외 투자를 확대하기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인력이다.
[경제 산책] 해외 채권 투자와 옥석 가리기
증권사 리서치센터가 바뀌고 있다. 발단은 증권업계 전반이 장기 불황의 늪에 빠지면서 비롯됐다. 비용 절감이 단기적인 목표가 되면서 수익 부서가 아닌 리서치센터가 왕왕 타깃이 되는 분위기다. 그러나 오래전부터 주요 증권사들은 리서치센터의 역할을 고민하며 조용하게 변화를 준비하고 있었다. 단순한 비용 절감이 목표가 아니라 미래 현금 창출을 위한 사업 구조 개편과 신사업 발굴을 위한 전략이 그 핵심이다.

몇 년 전부터 리서치센터의 변화를 주도한 상품은 ‘채권’이었다. 금융 위기 이후 투자자들의 기대 수익률이 낮아지면서 중위험?중수익 수준의 안정적인 고정 금리를 제공해 준 것이 회사채다. 회사채가 리테일을 통해 대거 팔리고 ‘한국 기업이 발행한 해외 채권(Korean Paper)’이 매력적인 고정 수익과 자본 차익을 제공하면서 주식거래 수익에 집중하고 있던 국내 증권사들의 시야를 크게 확대시킨 것이 사실이다.

그런 가운데 몇 년 전부터 급증한 ‘브라질 채권 투자’는 국내 증권사들의 투자 대상을 해외로 빠르게 확산시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10% 이상의 고금리와 함께 비과세 혜택은 저금리의 국내 투자 환경을 극복할 수 있는 주요 대안으로 부각됐다. 그러나 5월 이후 양적 완화 축소 이슈로 신흥국 통화가 흔들리면서 상당한 곤욕을 치렀다.

2013년 상반기 신흥국 채권 투자 자료가 각 증권사별로 집중적으로 등장했지만 대부분이 심층 분석이 아닌 판매를 위한 소개서 수준이었다. 해당 지역에 대한 심층 분석을 하지 못한 증권사들은 시장이 흔들릴 때 아무런 대응도 하지 못했다.

해외 채권 투자는 되돌릴 수 없는 추세다. 일본의 금융시장이 그랬던 것처럼 우리는 이미 1998년 외환 위기 때 인도네시아 회사채, 러시아 국채 등 신흥국 채권에 대한 묻지 마 투자로 심각한 위기를 경험했다. 이 후유증으로 해외 채권 투자는 금기시됐고 그 덕분에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 담보대출) 부실 사태가 터졌을 때 운 좋게도 직접적인 부실의 위기를 피할 수 있었다. 이 때문에 국내 금융회사들은 2008년에 부채담보부증권(CDO)의 문제와 그것이 몰고 올 충격에 대해 무지했고 2011년에는 유럽 소버린 이슈와 파장에 대해 알지 못했다. 2013년에는 신흥국 소버린에 대해서도 무지했다.

요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시니어론(Senior Loan), 대출채권담보부증권(CLO), 미국 하이일드 채권과 리츠(REITs) 같은 상품 리서치의 리포트는 단 1건씩뿐으로, 여전히 다양한 상품에 대한 리서치 분석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채무 상환 능력은 국제 수지 분석과 재무분석표를 통해 어렵지 않게 판단해 볼 수 있지만 채무 상환 의지를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책상에서 분석하는 경제 분석이 자꾸만 틀리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내년을 기점으로 해외 채권 투자가 본격적으로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모든 지역과 상품의 투자가 성과가 좋다기보다 제대로 옥석을 가리는 기회가 올 것이다. 이러한 투자 기회는 지역과 상품에 대한 심층 이해와 전문가의 양성에서 올 수 있다고 판단한다. 지역 전문가는 우리가 해외 투자를 확대하기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인력이다.


신환종 우리투자증권 리서치센터 글로벌 투자전략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