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도 더하는 중국 언론의 외국 기업 때리기

중국 관영 언론의 ‘외국 기업 때리기’가 가속화되고 있다. 최근 CCTV가 ‘경제 30분’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이틀 연속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불량 문제와 애프터서비스(AS) 문제를 집중적으로 보도한 게 대표적이다. 특정 기업의 문제를 이틀 연속 장시간 보도하는 건 중국에서 이례적인 일이다. 앞서 CCTV는 미국의 스타벅스가 중국에서 폭리를 취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CCTV는 속성 닭 문제를 들어 미 KFC의 식품 관리 문제를 며칠에 걸쳐 보도한 적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중국 정부가 올 들어 분유·제약·식품·자동차 등 중국 시장에서 잘나가는 외국계 기업을 대상으로 가격 담합 또는 부패 혐의 조사를 벌이는 등 반외국 기업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과 맥을 같이한다는 지적이다.
[GLOBAL_중국] 내수 시장 보호 목적…선제적 대응해야
국가자본주의가 지배하는 중국에서 언론과 정부가 합작하듯이 외국 기업 때리기 공세를 강화하는 이유는 뭘까. 우선 생활수준 향상으로 소비자들의 권리 의식이 커진 데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해석될 수 있다. 여기에 수출과 투자 주도의 경제를 내수 주도로 전환시키는 과정에서 건전한 소비 시장 육성이 정책 과제가 된 것도 내수 시장에서 언론과 규제의 칼끝이 매서워진 이유로 보인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유독 외국 기업에 대한 규제가 상대적으로 강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데 있다. 물론 이에 대해 중국은 경제성장 방식을 양에서 질로 업그레이드하는 과정에서 수준에 미달되는 중국 기업은 물론 외국 기업도 똑같이 영향을 받고 있다는 입장을 보인다. 그러나 중국이 집중적으로 키우는 내수 시장을 보호하기 위한 행보라는 해석이 만만치 않다. 외국 기업 때리기로 외국 기업이 위축되는 틈을 자국 기업의 성장 기회로 활용한다는 것이다. 애플에 이어 삼성전자가 중국 언론의 집중 공격을 받은 제품은 중국 업체들이 맹추격하고 있는 스마트폰이다. 외국 기업 때리기 보도의 전형 중 하나가 중국 소비자를 차별 대우한다는 것이다. 3월 중국에서 도마 위에 오른 애플 아이폰의 AS 문제나 이번 삼성의 AS 문제 보도 역시 그랬다. 중국 내 민족주의를 자극시키는 보도였다는 것이다. 스타벅스의 경우 비판 보도가 무리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 내 경쟁 기업에 비해 가격이 싼 커피도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눈을 감았다는 것이다. 테이크아웃이 많은 미국과 달리 중국에선 고객이 오랜 시간 테이블을 차지하고 임대료 등 국가마다 다른 비용 조건 등을 무시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보도 직후 곧바로 사과 성명
언론의 고발 기능도 중요하지만 과장 보도로 자칫 기업의 사업 생명까지 영향을 줄 경우 피해 보상 문제에 대해서는 중국에서 제대로 거론되지 않는 상황이다. 최근에서야 중국에서 일부 파워 블로거가 인터넷의 영향력을 이용해 기업에 위협을 가한 혐의로 체포되는 등 언론의 역기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는 있다. 하지만 이도 중국 당국의 인터넷 단속 강화 일환이라는 해석이 나오면서 큰 의미를 부여받지 못하고 있다.

중국 진출 외국 기업은 이 같은 리스크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선제적 대응이 최선이라는 지적이다. 삼성전자가 이틀 연속 CCTV에서 공격을 받은 직후 곧바로 사과 성명을 내고 관련 보상 조치를 발표한 것은 발 빠른 대응으로 평가된다. 중국 법적으로 문제없다는 식으로 해명했다가 다시 언론의 집중 공세를 받고 사과 성명을 내 온 일부 다국적기업과 다른 행보다. 중국에서 새 규제가 추진될 때 선제적으로 이에 맞는 제품을 개발, 보완하는 것도 중요하다.

중국 정부나 언론의 무리한 견제로 생긴 외국 기업의 피해 보상 체계를 강구하는 것은 외국 정부가 중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등에서 다뤄야 할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오광진 한국경제 국제부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