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국 분쟁 혜택… 돈·사람 몰려든다
모래 위에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과 야자수 모양의 인공 섬을 지어 ‘부동산 붐’의 상징이 된 두바이. 지금 이곳에는 수천 채의 텅 빈 아파트가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5년 전의 부동산 버블이 꺼지고 난 단상이다.
두바이의 두 번째 부동산 붐을 부추기는 건 정치적 안정과 중동 지역 내에서 비교적 안전한 투자처라는 인식이다. 부동산 서비스 회사 아스테코에 따르면 9월 말까지 12개월간 두바이 아파트 가격은 42%나 올랐다.
거품 붕괴 5년…경제 회복세 뚜렷
버블이 절정이던 2008년처럼 개발 열풍이 뜨겁지는 않다. 2008년에는 5만4000채가 물량으로 나왔는데 이는 올해 물량의 세 배가 넘는 규모다. 또 두바이 당국이 부동산 투기를 막고 글로벌 금융 위기 전 가격 거품을 조장했던 단기 매매 투기꾼들을 규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달 들어 부동산 매매 세금을 2%에서 4%로 두 배 인상한 것이 그 예다.
새로운 거품이 형성될지 모른다는 일부 전문가들의 우려에도 투자자들은 두바이에 대한 장밋빛 전망을 갖고 있다. 중동 지역 내에서는 두바이의 부동산 수요가 계속 증가할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두바이에서 사업을 하는 인도계 니틴 칼와니는 “다른 지역보다 평화롭고 주변국의 분쟁 때문에 오히려 혜택을 보기도 한다”고 말한다. 그는 “이슬람교도들이 선호하는 투자처가 9·11테러 이후 미국에서 두바이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두바이 주택 시장은 외국인을 중심으로 움직인다. 토착 에미리트인은 인구의 20%도 안 되기 때문이다. 대부분이 유럽과 남아시아, 다른 중동 국가에서 온 외국인 거주자다.
첫 번째 부동산 붐은 2008년까지 약 6년간 계속되다가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무너졌다. 두바이 최대 개발 업체였던 국영 두바이월드는 2009년 파산 직전에서 재무 구조조정을 거쳤다. 결국 두바이는 아부다비로부터 100억 달러의 구제금융을 약속받았다. 두바이 경제는 현재 회복세가 뚜렷하다. 관광과 무역업을 원동력으로 올 상반기 경제성장률 4.1%를 달성했다. 2008년 초 이후 가장 빠른 속도다.
이번 개발 붐에서는 메이단그룹과 메라스홀딩 두 개 기업이 나킬 대신 통치자인 셰이크 무함마드 빈 라시드 알 마크툼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 메이저 개발 업체가 됐다. 메이단과 메라스는 길이 3km, 너비 100m에 달하는 두바이 운하 프로젝트를 주도할 업체로 선정됐다. 주거 단지와 호텔, 소매 업체들이 들어서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애널리스트들은 개발 업체들이 지난번보다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전한다. (지난번 붐 당시 지었다가 팔리지 않고) 남은 아파트가 많고 마무리가 덜 된 아파트들의 공사가 완료되고 있어 가격 인상 폭도 제한적일 것이라는 설명이다. 일례로 나킬은 절반쯤 준설을 끝낸 인공 섬 ‘팜데이라’ 공사를 재개하고 이름도 ‘데이라섬’으로 바꿀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두바이는 중동 증시의 피난처로도 주목받고 있다. 시리아와 이집트에서 온 대형 커뮤니티가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시리아와 이집트에서 정정 불안 등 소요 사태를 빚을 때마다 두바이 증시는 투자자들에게 상승 곡선으로 응답했다.
김보라 한국경제 국제부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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