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주의 인물 이석채 KT 회장

이석채(68) KT 회장이 검찰 수사로 또 한 번 벼랑 끝에 섰다. 검찰은 10월 22일 이 회장의 자택과 KT 본사, 계열사 등 16곳에 대한 고강도 압수 수색을 실시했다. 이 회장의 휴대전화까지 압수 목록에 포함됐다. 예정된 아프리카 출장은 불투명해졌다. 국회 국정감사 증인 출석 압박도 갈수록 강해지고 있다. 많은 사람이 ‘검찰 비리 수사→자진 사퇴’라는 전임 남중수 전 KT 사장의 결말을 떠올린다. 하지만 이 회장은 흔들리는 기색이 없다. 경영에 전념하겠다는 의지를 꺾지 않는다.
<YONHAP PHOTO-0625> 발표하는 KT 이석채 회장

    (서울=연합뉴스) 신준희 기자 = KT 이석채 회장이 11일 오전 서울 광화문 KT에서 열린 '통합 KT 출범 4주년 기자간담회'에서 프레젠테이션을 하고 있다. 2013.6.11

    hama@yna.co.kr/2013-06-11 10:56:02/
<저작권자 ⓒ 1980-2013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발표하는 KT 이석채 회장 (서울=연합뉴스) 신준희 기자 = KT 이석채 회장이 11일 오전 서울 광화문 KT에서 열린 '통합 KT 출범 4주년 기자간담회'에서 프레젠테이션을 하고 있다. 2013.6.11 hama@yna.co.kr/2013-06-11 10:56:02/ <저작권자 ⓒ 1980-2013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이 회장의 고난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그야말로 ‘산전수전 다 겪은’ 백전노장이다. 현직 장관도 함부로 못하는 거물급 최고경영자(CEO)로 불려 왔다. 이 회장과 일해 본 사람은 누구나 그의 명석함에 감탄한다. 그는 경제기획원에서 공무원으로 일할 때부터 남다른 존재감을 보여줬다. 주무 과장 시절 전두환 전 대통령이 브리핑을 받다가 “이렇게 똑똑한 공무원이 있나”라고 감탄하면서 바로 청와대로 불러들였다는 일화가 있다.


드라마 같은 인생 역전…검찰과 2번째 악연
관료로서 그의 전성기는 김영삼 정권 출범과 함께 찾아왔다. 김 전 대통령의 차남인 김현철 씨의 경복고 선배라는 인맥까지 더해지면서 승승장구했다. 농림수산식품부 차관과 초대 재정경제원 차관을 거쳐 정보통신부 장관에 올랐다. 지금도 많은 정통부 출신 관료들이 체신부를 경제 부처 정통부로 변화시킨 정체성 전환의 주역으로 그를 기억한다. 1997년 청와대 경제수석으로 옮겨서는 이원종 당시 정무수석과 함께 막강 실세로 군림했다.

그의 첫 번째 시련은 성공의 정점에서 찾아왔다. 정권 말 PCS 사업자 선정 비리 수사와 함께 고난이 시작됐다. 검찰이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특정 업체를 도왔다는 혐의로 이 회장을 기소했다. 하지만 그는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1997년 미국 하와이로 건너가 3년 넘게 버티다가 자진 귀국했다. 길고 지루한 법정투쟁을 외롭게 이어갔다. 그의 이름은 서서히 잊혔다. 이 회장은 “변호사도 믿을 수 없다. 결국 믿을 것은 나 자신뿐”이라면서 스스로 공부해 법정에서 자신을 변호했다. 2006년 끈질긴 싸움 끝에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이 회장은 “(1997년부터 2009년까지) 12년을 허송세월했다”고 말한다. 인생의 황금기 50대를 야인으로 흘려보낸 것이다.

오랜 기다림 때문이었을까. 이명박 정부 출범 후 KT 사령탑에 오른 이 회장은 ‘낙하산 인사’라는 비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거침없는 광폭 행보를 이어갔다. 2009년 1월 취임 엿새 만에 KT-KTF 합병을 결정하고 방송통신위원회 승인에서 통합KT 출범까지 일사천리로 마무리 지었다. 이 회장의 강한 카리스마가 아니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해 말 정부와 업계의 강한 반대를 무릅쓰고 애플 아이폰을 도입해 통신 시장에 파란을 일으켰다. 창사 이후 최대 규모(5992명)의 희망퇴직도 실시했다. 해외 언론은 ‘통신 공룡 KT를 춤추게 한 변화와 혁신의 아이콘’이라며 이 회장을 치켜세웠다. 뒤늦게 찾아온 ‘제2의 전성기’였다.

KT의 지난 5년은 ‘탈통신’으로 요약된다. 통신 시장의 포화로 통신 수익만으로는 더 이상 생존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종합 미디어 그룹으로 탈바꿈해야 한다는 논리였다. 이 회장은 2015년까지 비통신 매출 비중을 전체 45%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부동산과 동케이블, 자산 매각을 통해 마련한 자금으로 수많은 기업 인수·합병(M&A)이 추진됐다.

문제가 된 부동산 헐값 매각과 부실 기업 인수 논란도 모두 이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다. 이 회장은 사옥 39곳을 감정가의 75%에 팔아 회사에 869억 원의 손해를 입혔고 스마트애드몰, OIC랭귀지 비주얼(현 KT OIC), 사이버MBA(현 KT 이노에듀) 등을 무리하게 사들여 수백억 원의 손해를 끼쳤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이 회장은 취임 직후 이사회 규정을 변경해 이사회의 투자 승인 요건을 100억 원에서 300억 원으로 대폭 상향했다. 그가 이사회를 거치지 않고 사용할 수 있는 돈을 크게 늘려 놓은 것이다. 부실 인수 기업으로 지목되는 OIC와 사이버MBA가 이 회장의 친척인 유종하 전 외무부 장관이 설립하거나 경영하던 회사라는 점도 석연치 않은 부분이다.

그는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다양한 경로를 통해 사퇴 압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6월 ‘KT·KTF 합병 4주년’ 기자 간담회에서 “KT는 재벌 기업과 일대일로 진검 승부할 수 있는 유일한 기업”이라며 각종 루머를 일축했다. 하지만 이번 검찰 수사로 이 회장의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 그는 우군이 없는 ‘사면초가’의 상태다. ‘정부의 부당한 인사 개입’을 규탄해야 할 노조와 시민 단체가 오히려 더 강하게 그의 등을 떠밀고 있는 형국이다.

이 회장은 평소 사마천의 ‘사기열전’ 같은 역사서를 즐겨 읽는다. 그는 “역사가 반복된다는 것은 인간의 능력이 잘못을 반복할 수밖에 없도록 설계됐다는 얘기”라며 “역사적 경험에서 지혜를 빌려와야 한다”고 말했다. 권력의 빛과 그림자를 누구보다 잘 아는 그가 역사에서 어떤 답을 찾아낼지 주목된다.



CEO 동정

정몽구 회장, “품질 높여 유럽 시장 회복 대비”
[ISSUE&TOPIC] 검찰 수사로 벼랑 끝에 선 ‘혁신 아이콘’
유럽을 방문 중인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품질 고급화를 주문했다. 품질 혁신을 통해 브랜드 가치를 높여 유럽 시장에서 질적 도약을 하겠다는 전략이다. 정 회장은 10월 22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현대차 공장을 방문해 “유럽 전 임직원이 역량을 집중해 품질 고급화, 브랜드 혁신, 제품 구성 다양화 등을 추진해 미래를 준비하라”고 말했다. 그는 “유럽 시장 침체에도 불구하고 현대·기아차가 시장점유율을 높이며 선전하고 있지만 브랜드 인지도가 뒷받침되지 않아 성장세가 주춤하고 있다”며 “이제는 질적인 도약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강신호 회장, 동아치매센터장 직접 맡아
강신호 동아쏘시오홀딩스 회장이 10월 23일 경기 용인시 상갈동에 문을 연 동아치매센터 초대 센터장을 맡았다. 동아치매센터는 국내 제약사의 첫 치매 전문 연구 센터다. 강 회장은 치매 치료제 사업을 향후 동아쏘시오홀딩스의 핵심 사업으로 키우겠다는 강 회장은 개소식에서 “치매는 증상을 완화시키는 일부 약물을 제외하면 근본적인 치료제가 전무한 실정”이라며 “치매센터가 앞으로 국내외 연구 권위자들과 협력해 혁신적인 치료제를 연구·개발할 수 있도록 온 힘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장재영 대표, “신세계만의 DNA 만든다”
장재영 신세계 대표는 10월 24일 신세계백화점 개점 83주년 기념식에서 “100년 기업이 되려면 끊임없는 혁신을 지향하는 신세계 DNA가 만들어져야 한다”며 “공급자가 아닌 고객 중심의 판매 체인 구축을 통해 성장 동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 대표는 “당장 매출을 늘리는 것보다 중요한 것이 콘텐츠 혁신을 통해 업계를 이끌어 가고 새로운 경쟁 법칙을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장승규 기자 sk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