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 스터디 - 다이킨공업

다이킨공업은 ‘고령 직원의 천국’이다. 정년 걱정 없이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여러모로 갖췄다. 연봉도 생각보다 적게 깎여 일할 맛을 북돋운다. 고령 직원을 위한 우수한 근무 환경은 역사가 길다. 생각이 트인 회사인 셈이다. 회사는 1951년 일본 최초로 에어컨을 개발한 중견 메이커다. 지금은 일본 최대 에어컨 업체다. 시스템 에어컨으로 불리는 고효율 에너지 절약형 에어컨은 세계 판매 1위다. 다만 일반에겐 덜 알려져 있다. 애초 B2B 전문회사였기 때문이다. 지금은 고령 직원 등 회사 특유의 인재 중시 경영으로 더 유명하다.

이 회사의 ‘일할 맛’은 고령자 복리 후생 정책에서 찾아진다. 사실상 일본 최고 수준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일본에선 고령 직원을 잘 활용하는 대표 기업으로 평가된다. 4000만 회원을 자랑하는 미국퇴직자협회(AARP)가 우수한 고령 고용주를 선정·표창하는 상도 일본 기업 중엔 처음 받았다. 글로벌 전체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데 회사는 생애 학습·연수, 유연한 노동 형태, 다양한 인재·채용 항목에서 2011년 최우수 기업으로 뽑혔다. 또 주간동양경제는 2008년 장수 기업 조건을 갖춘 회사 랭킹 3위로 선정했다. 뒤이어 잡지는 2010년 70세 정년 연장의 성공 사례로 이 회사를 3페이지에 걸쳐 소개했다. 다른 기업은 1페이지에 불과했다.
[창간 18주년 특집V] 정년 후 재고용률 92%…고령 직원 천국
다이킨공업 고령 직원의 근무 환경은 비교 잣대가 거의 없다. 2006년 법률이 정한 정년 연장, 계속 고용(재고용·근무 연장), 정년 폐지 중 계속 고용을 선택했는데 재고용 비율이 90%에 육박한다. 대부분의 고령자가 정년 이후에도 계속 일하는 환경 정립이다. 고령 근로의 핫이슈인 임금 체계는 심플하다. 공적 연금을 포함해 연봉은 일률 540만 엔이다. 정년 이전과 비교해 20% 떨어진데 그쳤다. 보통 정년 이후 연봉이 정년 이전의 50~60%라는 것을 감안하면 꽤 만족스러운 수준이다. 또 다양한 근무 형태를 제공·선택하게 해 직원이 저절로 일하는 환경 조성에 성공했다. 단시간 근로와 격일 근무, 정상 근무 등이 그렇다. 다만 대부분은 현역 시절처럼 9시~5시 30분의 정규 근무를 택한다. 일종의 기업 배려다.


고령자 복리 후생 최고 수준 자랑
많은 기업이 그렇듯이 문제는 65세 이후다. 일본 정부는 재정 악화 때문에 연금 수급 개시 연령을 60세에서 65세로 늘렸다(2006년). 이때 법률로 계속 고용을 보장하도록 했다. 2025년이 그 한계 연도다. 이후엔 무조건 65세까지 실질적인 정년 연장이 이뤄진다. 이 결과 많은 기업이 단계별로 65세까지의 계속 고용 제도를 도입했다. 다만 65세 이후는 무방비다. 기업이 자발적으로 채용하지 않는 한 65세 이후를 위한 조치는 거의 없다. 또 65세까지의 계속 고용은 재고용·근무 연장이 대부분이다. 일단 정년퇴직 후 노사 협정과 취업 규칙에 따라 선별하는 경우다. 평균 임금은 정년 이전보다 현격이 줄어든다. 길게 일하는 대신 덜 받는 구조다. 그나마 취업자 전원이 65세까지 일하는 기업은 절반 정도인데, 나머진 일하고 싶어도 못한다는 의미다.

반면 다이킨공업은 65세까지는 물론 그 이후의 고령 근로를 위한 제도 장치를 마련했다. 2001년 전문 지식과 대량 인맥을 보유한 경우 얼마든지 일할 수 있는 ‘시니어 스킬 계약 사원 제도’가 그렇다. 대략 70명이 이렇게 근무 중이다(2010년). 최고령자는 72세다. 임금은 기본적으로 64세 때와 큰 차이가 없다. 언론이 주목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회사가 고령 직원 근로 환경 정비에 착수한 건 역사가 길다. 회사 필요에 의한 것이긴 해도 대부분이 생각지도 못한 1975년부터다. 당시 1차 오일쇼크로 판매 급감이 계속되면서 공장 가동률이 급락했다. 그래서 전국 판매망 구축을 지원하기 위해 공장 근로자 1800명 중 600명을 영업으로 돌렸다. 유연성을 갖춘 젊은 사원이 중심이 됐다. 신입 사원 채용이 힘들었기에 공장 근로자의 고령화가 불가피했다. 이때 고령화 대응을 위한 조직 개혁에 나섰다. 고령자 고용 흡수와 복지 향상 차원에서 (부)복지서비스를 설립해 물품 판매, 사택 관리, 서적 보관, 차량 점검 등의 사업을 시작했다.

고령자라도 편한 자세로 작업할 수 있도록 불편한 근무 공간과 중량물 등은 제거하기 시작했다. 1981년엔 고령자 대응의 라인 개선 공사를 마쳤고 이후에도 관련 프로젝트를 다수 진행했다. 풍부한 경험을 완전히 활용하도록 하는 하드웨어가 개선된 이후부터 그 연장선상에서 고용 제도라는 소프트웨어를 개선하기 시작했다. 1992년에는 본인이 희망한다면 63세까지, 회사가 선택할 때는 65세까지 재고용한다는 제도를 만들었다. 근무 형태는 등록 파견, 단시간 근무, 주 3일 근무, 소호(SOHO), 프로젝트 근무 등으로 다양화했다.

회사 관계자는 “고령 근로자는 회사의 지혜 주머니인데 승진 경쟁 같은 게 없으니 조직 문제를 정확히 진단·조언할 수 있다”고 평가한다. 그뿐만 아니라 왕년 경험을 되살려 경영 부진에 빠진 자회사를 회생시킨 고령 근로자도 적지 않다. 현재(2013년) 6700여 명의 종업원 중 60~64세 근로자는 600명에 육박한다. 65세 이상이 이 중 10%를 넘는다. 2011년 정년퇴직자(남) 189명 중 173명이 재고용됐다. 재고용 비율이 92.1%다.
[창간 18주년 특집V] 정년 후 재고용률 92%…고령 직원 천국
회사가 이런 명성을 듣는 데는 역시 최고경영자(CEO)의 역할이 컸다. 1994년 취임한 이노우에 노리유키 회장(당시 사장)의 존재감이다. 경영학계에선 이를 ‘이노우에즘(Inoueism)’이라고 부르며 벤치마킹 교과서에 올렸다. 핵심은 수평적 조직 운영을 통한 과감한 의사결정과 실행력이다. 강조되는 건 ‘중의독재(衆議獨裁)’란 단어다. 즉 중의를 모으는 철저한 토의 문화가 특징이다.


임금은 성과주의 체계 채택
이노우에즘은 사실상 직원 열정을 끌어내 일할 맛 나는 근무 환경을 제공한다는 게 요지다. 지식·기술로 돈을 버는 회사지만 연수 땐 오히려 동기부여와 성장 자극 등을 강조하기 일쑤다. 그 근간은 사람에 포커스를 맞춘다. 직원 중시다. 수평 조직(Flat)인데도 과감한 의사결정(Speed)이 가능한 것은 그 주체가 인재이기 때문이다. 또 인재는 연령·직급 등과 무관하게 자질·의욕을 갖췄다면 누구나 리더가 될 수 있다. 유연한 인재 발탁이다. CEO는 “근로자 한 명 한 명의 능력과 꿈의 합계가 기업 성장으로 이어진다”고 했다. 기업 경쟁력의 원천이 직원이고 이를 축으로 경영 가치를 실현한다. 직원 행복을 강조하는 기업 문화다. 그렇다고 온정적 가족주의는 아니다. 회사이념·기업 풍토에 공감하는 인재에게 기회를 제공함과 동시에 높은 귀속 의식도 요구한다.

결국 고령 직원만을 위한 환경 개선은 아니다. 전체 직원이 대상이다. 어쩌면 그 수혜를 본 게 고령 직원일지 모른다. 탄탄한 복리 후생도 전체에게 적용된다. 대표적인 게 본인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적절한 근로 형태 제공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부가 제도도 많다. 고령 직원을 위한 실버 연금 제도, 간병 지원책, 건강검진, 종합 그룹 보험 등이 있다. 간병 지원은 간병 휴가와 간병 근무로 나뉘는데 간호 수요가 있으면 쓸 수 있다. 간병 휴가는 대상자 1인당 1년 동안 쓸 수 있으며 상황 악화(필요 간병도) 때마다 1회씩 취득할 수 있다. 간병 근무는 1년에 걸쳐 시차 근무, 플렉스 근무, 단시간 근무(1일 6시간) 등이 가능하다. 55세부터 정년퇴직까지 3일간 유급 특별 휴가를 주는 제도(실버 휴가)도 있다.

임금은 실력에 부합하는 성과주의 체계다. 연령급·근속급·가족급 등 일련의 임금 항목과 승급 제도는 폐지했다. 대신 개인별 평가급과 자격별 기본급 등의 자격·평가에 기초해 임금을 설정한다. 과거의 ‘정기 승급+임금 인상’에서 ‘전적인 평가 분배’로 전환한 것이다.

이때 평가 격차는 확대된다. 임금 동결이라도 평가 격차를 크게 벌려 과거보다 현재 성과를 임금에 반영하도록 했다. 무차별 혹은 당연 기준의 인센티브 제도는 개선했다. 역직·자격·연령과 무관하게 공헌 인재에 기준을 맞춰 개별 처우와 함께 적절한 배치를 실천한다. 가산(可算)형 인센티브 제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