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18주년 특집II] 베스트 금융 CEO 입체 분석

전문성 탁월…고객 기반 확충에 총력

‘2013 베스트 금융 CEO’에 선정된 주인공들은 평균 나이 ‘53세’의 금융 리더들이다. 외국인 최고경영자(CEO) 2명을 제외하고 출신 대학은 서울대 1명, 연세대 2명, 지방대 2명, 해외파 1명으로 분포돼 있다. 대부분이 해당 업계에서 사회 초년생으로 출발해 CEO 자리에까지 오른 잔뼈가 굵은 리더들로, 전문성을 바탕으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실적으로 실력을 입증했다는 점이 공통점으로 취임 후 자사의 경쟁력을 향상시키고 수익성에 기여해 왔다. 고객의 목소리를 최우선에 놓는 경영 방침과 소통 노력으로 고객 기반을 확충하고 수익성을 높였다는 점은 베스트 금융 CEO의 주목할 만한 자질이다.

먼저 증권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한 미래에셋증권의 조웅기·변재상 대표이사 사장은 2012년 6월 주주총회 이후 각자 대표이사 체제로 회사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조웅기 사장은 미래에셋자산운용에서 미래에셋과의 인연을 시작한 이후 1999년 미래에셋증권 출범과 함께 한 배를 타고 미래에셋의 성장을 주도해 온 주역이다.

보람은행과 하나은행을 거쳐 금융상품영업본부로 입사한 ‘영업통’이며 법인사업부 대표에서부터 리테일사업부 대표 등 영업 전반에 대한 경험과 추진력을 인정받아 2011년 대표이사를 맡게 됐다. 평소 소통의 리더십을 강조하는 그는 임원이 된 이후 가장 먼저 부서 회의실을 원탁으로 바꿨는데, 이는 상석이 없는 원탁에서 직원들과 격의 없이 커뮤니케이션을 하기 위해서다. 변재상 사장은 2000년 미래에셋증권에 합류한 후 채권본부장, 홍보실장, HR본부장, 경영서비스 부문 대표와 리테일 부문 대표를 역임했으며 대표이사 취임 후에는 리테일 조직 개편에 가장 큰 공을 들이고 있다.

고객들을 적극적으로 찾아나서는 ‘무빙’ 개념의 지점, 미래형 지점 전략을 핵심 키워드로 내세우고 정보기술(IT) 부문 지원을 확대하며 스마트비즈센터를 운용하고 있다.

금융지주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한 DGB금융지주의 하춘수 회장은 지주회사 출범 당시 ‘지역 밀착형 종합금융그룹’을 공표하고 지역 축제나 행사를 적극 지원하는 등 고객과의 소통을 강조하고 있다. 하 회장 또한 지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대구은행에서부터 경력을 쌓아 은행장과 대표이사 회장까지 지내고 있는 대표적인 지역 인사다. 그는 지난해부터 그룹 사업 다각화를 펼치고 기존 계열사와의 시너지 창출에 공을 들이고 있다. DGB캐피탈을 인수하고 은행과 같은 건물에 복합 점포를 개점해 원스톱 금융 서비스를 제공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금융지주의 또 다른 1위인 한국스탠다드차타드금융지주의 리처드 힐 회장은 2009부터 그룹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스탠다드차타드 입행 전 10년 동안 이탈리아와 그리스에서 경력을 쌓고 19년 동안 소비재 업계에서 영업·마케팅·파이낸스·종합관리 부문의 업무를 수행해 왔다.

2011년 그룹 브랜드와의 통합을 이룸으로써 광범위한 국제 네트워크를 활용하며 실적 상승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5개 국어를 구사하는 리처드 힐 회장은 한국어 공부에도 열심이다. 그룹 경영 프레젠테이션 때 길게는 30분 정도 한국어로 말하며 직원들과의 스킨십에 나서고 있다.


“현장에 답이 있다” 강조
카드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한 최치훈 삼성카드 사장은 한국인 최초의 제너럴일렉트릭(GE) 최고경영진, 삼성전자·삼성SDI·삼성카드 사장 등의 화려한 이력을 자랑한다. 삼성그룹의 ‘열정락서’, 삼성카드의 토크 콘서트 ‘톡&플레이’의 강연자로 금융권을 넘어 대학생들의 멘토로도 이름을 알렸다.

최 사장의 대표적인 성과는 ‘숫자 카드’로 꼽힌다. 고객들에게 제공되는 상품과 서비스는 실용적이고 단순해야 한다는 경영 철학 아래 ‘참 실용적인 삼성카드’라는 브랜드 체계를 선포하고 숫자 카드를 선보였다. 고객의 소비 패턴을 1~7로 분류해 카드 플레이트에 대표 혜택을 표기하고 이용 조건도 단순화한 카드로, 지난해 출시 이후 현재까지 200만 장 이상 발급됐다. 최 사장은 평소 ‘고객과 현장 속에 답이 있다’는 내용을 임직원들에게 지속적으로 강조한다.

손해보험 부문의 자비에 베리 악사손해보험 사장은 2013 베스트 금융 CEO 중 최연소다. 2011년 사장으로 취임한 이후 악사다이렉트는 ‘시장 선도’에서 ‘혁신’과 ‘편의성’에 더 큰 가치를 두게 됐다. 타는 거리만큼 보험료를 할인해 주는 마일리지 자동차 보험을 업계 최초로 출시하고 보상 서비스 강화를 위해 3년 수리 품질 보증제를 도입하는 실험을 했다. 그 결과는 수익성 증대로 이어졌고 한경비즈니스 조사 결과 2012년 영업이익과 순이익 증가율이 300% 안팎에 달했다.

자비에 베리 사장은 “한국 다이렉트 보험 시장이 그동안 콜센터 영업을 기반으로 성장을 했지만 앞으로는 웹과 모바일 기반으로 디지털 시장에 성장 기회가 기다리고 있다고 확신하고 있다”고 밝히며 디지털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사적인 노력에 나서고 있다. 이와 함께 기존 강점인 자동차보험을 넘어 다이렉트 종합 손해보험사로 도약하기 위한 전열을 갖추고 사업 영역을 확장해 가고 있다.

생명보험 부문의 선정된 구한서 동양생명 사장은 동양생명에서 10년간 근무한 경력과 은행·중권·선물 등 금융업권에서 쌓아 온 경륜을 인정받아 지난해 대표이사에 발탁됐다. 동양생명은 1990년대 후반만 해도 생보사 후발 주자였다. 회사는 기존 대면 시장 중심에서 중소형사들이 성장할 수 있는 기회는 신판매 채널에 있다고 판단, 2003년 방카슈랑스를 선보이고 2004년 홈쇼핑 보험 판매를 시작하면서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확립할 수 있었다. 이때 동양생명의 신채널사업본부장으로 신판매 채널을 진두지휘한 사람이 구한서 사장이다. 그는 10년 만에 ‘친정’에 돌아온 이후 소통 강화에 나서고 있다.

은행 부문의 허창기 제주은행장은 1973년 상업은행에 입행해 여신·대기업·카드 등 신한은행의 본부 부서 및 영업점 등을 두루 거쳤다. 2005년 신한금융지주에서 경영지원팀장을 지내고 2006년부터 신한은행 기업고객그룹 부행장으로 재직한 뒤 2009년부터 제주은행장을 맡고 있다. 도내 영업 기반 강화에 노력한 점 등을 인정받아 올해 초 1년 연임이 확정됐다.


이현주 기자 ch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