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울 중상위권 대학을 졸업한 김모(29) 씨는 얼마 전 경기도 과천에 있는 한 정부 지원 공기업 인턴을 시작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2년 동안 100여 군데 취업 원서를 넣었지만 번번이 낙방, 우선 ‘스펙’을 쌓아보자는 생각으로 일을 시작했다. 1년 계약에 월급은 100만 원이다.

#2. 인천 서구에 거주하고 있는 황모(57) 씨는 지난 9월부터 한 환경관리센터에서 폐자원 활용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정부가 재정을 지원하는 지역공동체 사업을 통해 임시직을 얻은 것. 1주일에 28시간을 일하고 한 달에 55만 원 정도를 받는다.

김 씨와 황 씨는 통계청이 매달 발표하는 취업자에 포함된다. 다만 기업 투자로 늘어나는 정규직 일자리라기보다 정부 재정에 의한 임시직 일자리로, 국내 고용 여건이 나아졌다고 판단하기에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지난 9월 취업자가 작년 같은 기간보다 46만3000명 늘었다. 두 달 연속 국내 일자리가 40만 개 이상 증가한 것이다. 그러나 김 씨나 황 씨와 같은 종류의 고용이 늘었다면 마냥 반가운 일만은 아니다. 기업의 산업 활동은 여전히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청년층(15~29) 고용률은 40% 밑으로 떨어져 있는 상황인데 김 씨와 황 씨 처럼 고용이 늘었다면 고용의 질이 나아졌다고 판단하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경제부처 24시] 취업자 증가 최대, 고용 질은 ‘ 제자리’
지난 10월 16일 통계청이 발표한 ‘고용 동향’에 따르면 9월 취업자 수는 2546만6000명으로 1년 전보다 46만3000명 늘었다. 취업자 증가 규모가 두 달 연속 40만 명을 넘어선 것은 16개월 만이다.

하지만 경기 여건이 나아졌다고 판단하기는 힘들다. 정부가 예산을 투입한 곳에 만들어진 임시직·비정규직 일자리가 늘었기 때문이다. 올해 공공기관 인턴 등 정부가 일자리 사업을 통해 고용한 인원은 64만6000명에 달한다. 지난해(56만5000명)보다 8만 명 이상 늘어난 것이다. 지난 5월 추가경정예산 편성으로 늘어난 정부 지원 일자리는 대부분이 7월부터 근무를 시작했고 지난 9월에만 4만5000명 규모의 지역공동체 일자리 사업도 시작됐다.


2개월 연속 40만 명대 넘어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고용 증가 구조가 고착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보건·복지 서비스업 일자리가 늘고 있는 이유도 정부가 복지 지출을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정부 무상 보육 정책으로 어린이집 보육 교사나 유치원 교사가 증가하고 있다. 또 장기요양보험 확대로 노인 돌봄 서비스 관련 일자리도 늘었다. 9월 보건업 및 사회복지 서비스업 취업자는 전년 같은 달보다 17만2000명 늘었다. 이는 전체 취업 증가 규모(46만3000명)의 37%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낮은 경제성장률에도 일자리가 크게 늘어난 것은 고용 구조가 변하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양질의 일자리가 아닌 정부 재정지출에 따라 만들어진 일자리와 임시직을 중심으로 고용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청년층의 고용 사정은 더 심각하다. 지난 9월 20대 실업자는 30만5000명을 기록, 전년 동기보다 5만5000명 증가했다. 대학을 졸업한 구직자가 몰려 있는 25~29세(3만7000명)에서 큰 폭으로 확대됐다. 지난 9월 고용률은 57.3%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0.3% 포인트 떨어졌다. 20대 고용률은 17개월째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20대 ‘그냥 쉬었음’ 인구(30만1000명)가 전년보다 15.5%(4만1000명) 늘어났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이 계층을 ‘구직 단념을 넘어 구직에 무관심해진 계층’으로 보고 있다.


세종=김우섭 한국경제 경제부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