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 신호 잇단 감지…금리 인하 가능성

지난 2분기 이후 미국·유로존 등 서구 핵심 선진국은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뚜렷하게 반등하고 대표적 제조업 지표인 구매관리자지수(PMI)도 꾸준히 증가하는 등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유로존 경제는 지난 2분기 동안 7분기 만에 전 분기 대비 플러스 성장세로 전환했고 내수는 9분기 만에 플러스 성장세로 전환했다.
<YONHAP PHOTO-0473> (FILES) - Picture taken on April 4, 2013 shows the Euro logo in front of the European Central bank (ECB) in Frankfurt am Main, central Germany. The European Central Bank celebrates its 15th birthday on June 1, 2013. AFP PHOTO / DANIEL ROLAND../2013-05-30 07:09:22/
<저작권자 ⓒ 1980-2013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FILES) - Picture taken on April 4, 2013 shows the Euro logo in front of the European Central bank (ECB) in Frankfurt am Main, central Germany. The European Central Bank celebrates its 15th birthday on June 1, 2013. AFP PHOTO / DANIEL ROLAND../2013-05-30 07:09:22/ <저작권자 ⓒ 1980-2013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유로존 내수도 플러스 성장으로 반전했는데 이는 예상보다 조금 이른 것으로, ▷민간 소비 ▷정부 지출 ▷총자본 형성 등 세 가지 요소가 모두 증가했기 때문이다. 회원국별로는 독일·프랑스 등 유럽 중심부 국가를 중심으로 플러스 성장했고 스페인 등 남유럽 국가도 빠른 수출 회복세에 힘입어 위기 국면에서 벗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2분기 유로존 성장률이 플러스로 전환된 것은 ▷무역수지 흑자세가 지속되고 ▷8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한 투자 부문이 플러스를 기록한 것에서 기인한다. 지출 항목별 기여도를 보면 순수출 기여도가 높아진 가운데 아직까지 그 비중은 작지만 정부 지출, 민간 소비, 총자본 형성 기여도도 모두 플러스로 돌아서 질적으로 개선될 기미를 보이고 있다.

각국별 회복 요인을 보면 독일은 투자 부문의 증가세가 두드러지는 가운데 민간 소비, 재고 증감, 정부 지출, 무역수지 등 대부분의 영역이 GDP 성장세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돼 회복세 지속 가능성이 높아졌다. 프랑스는 재고 증감 부문이 실질 GDP 성장률 개선에 기여한 것으로 분석되지만 유럽연합(EU)·유로존의 주요국 중에서는 유일하게 2012년 0% 성장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탈리아와 스페인은 무역수지 흑자세가 유지 또는 확대됐음에도 불구하고 계속되는 긴축 정책으로 내수 부진이 본 효과를 상쇄하는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다. 유로존 중심국과 주변국 경제지표의 엇갈린 흐름은 민간 소비 부문에서 더 극명하게 나타나 독일·프랑스 등의 개선세에 비해 이탈리아와 스페인 등은 부진했다.

EU·유로존의 경제성장률이 2013년 2분기에 플러스 성장으로 전환된 것은 경기 회복에 대한 긍정적인 신호로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유로존 주변국 경기 회복세가 여전히 미약하고 금융시장 역시 변동성 확대 요인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 보다 신중한 해석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EU·유로존 경제성장률 플러스 전환
주요 경기 지표들의 개선은 긍정적이지만 ▷은행권의 디레버리징 지속 ▷취약한 주택 경기 ▷남유럽의 디플레이션 압력 등은 경기 회복에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남유럽 은행권의 디레버리징이 장기화되고 있고 스페인·이탈리아의 주택 시장은 조정 국면 중인 것으로 평가돼 재정 위기국의 내수 진작에 부정적인 요소들이 존재하는 상황이다.

남유럽의 디플레이션 현상은 구조 개혁과 임금 하락으로 특징 지을 수 있는 내적 절하(internal devaluation)에서 나타나는 전형적인 현상이나, 이에 따라 소비·투자 둔화, 자산 가격 하락 및 금융회사 부실화 등으로 이어지는 ‘디플레이션 악순환(deflationary Spiral)’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한편 유로존의 경제 회복 추세에 대해 ▷경기 체감 지수 상승 폭이 크지 않고 ▷경기 회복 신호가 경기 부양책과 지속적인 저성장에 따른 일시적 기저효과일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최근의 유로존 경기 회복 신호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정책 대응이 필요한데 유럽중앙은행(ECB)의 추가적인 기준 금리 인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유로존 실업률 상승세가 둔화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본격적인 실업률 하락에는 시간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유로존 국가들의 실제 성장세가 잠재성장률에 못 미치고 있는 만큼 저금리 기조 유지와 인프라 투자 확대 등 상당 기간 부양을 위한 정책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회원국 간 경제력 격차 벌어져
올해 10월에 IMF가 발표한 세계경제 전망에 따르면 향후 EU 및 유로존의 경제는 2013년까지의 부진을 극복하고 2013년에 플러스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IMF는 ▷재정적 견인(fiscal drag)의 축소 ▷외부 수요의 회복 ▷개인 부문의 대출 상태 개선 등으로 2013년과 2014년의 유로존 경제성장률을 각각 마이너스 0.4%와 1.0%로 전망했다.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회복세 유럽 경기 진단과 향후 전망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유럽 통합도 유럽 위기가 제때에 해결되지 못함에 따라 회원국 간의 경제력 격차가 더 심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경제 통합은 경제발전 단계가 비슷한 국가끼리 달성돼야 역내국뿐만 아니라 역외국에도 도움이 된다. 이 때문에 유럽 통합이 더 진전되기 위해서는 경제 여건이 나쁜 회원국들의 조정 문제는 계속해 논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회원국 조정 방안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경제 여건이 나쁜 회원국(bad apples)을 탈락시키는 방안(exit)과 다른 하나는 유로 존에 잔존시키되 독자 운영권을 주는 방안이다. ‘엑시트(예: Grexit=Greece+Exit)’는 가장 확실한 방안이지만 유럽 통합의 역사가 긴 점을 감안하면 단기적으로는 상당한 파장이 예상돼 현재로서는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하지만 독자적인 운용권을 주는 방안(예: G-euro=Greece+Euro)은 유로존 붕괴에 대한 우려를 불식하면서 위기 발생국(bad apples) 회원국들이 위기 극복에 보다 자유로워질 수 있고 경기까지 회복된다면 독일 등 건전한 우량국(good apples) 회원국의 구제금융 부담도 줄어드는 이점도 있어 가시화된다면 유럽 위기에 따라 지금까지 겪었던 혼란은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이상과 같은 문제점을 풀어가는 모습에 따라 향후 유럽 위기와 유럽 통합은 ▷현 체제 유지(유럽 통합에 대한 회의론 확산에도 불구하고 근본적인 변화 없이 지금 상황이 지속되는 시나리오) ▷유럽 통합 및 유로화 강화(붕괴 조짐을 보이는 유럽 통합을 강화하기 위해 유로 본드 도입, 재정 동맹 등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시나리오) ▷유럽 통합과 유로화 동시 붕괴(유럽 위기 회원국이 독자 통화 도입을 위해 혹은 국내외 정치적 압력에 의해 유로 통합을 탈퇴하는 시나리오) ▷유럽 통합 질서 회복(특별한 조치 없이 주변국의 경쟁력 회복과 재정 개선 등으로 회원국 간 불균형이 해소되면서 유럽 통합이 재정 위기 이전 상황을 회복하는 시나리오) 등의 네 가지 시나리오를 상정할 수 있다. <표 2>에서 보는 바와 같이 현시점에서는 첫 번째 시나리오가 가능성이 가장 높다.


한상춘 한국경제 객원 논설위원 겸 한국경제TV 해설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