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에 역외거래 거점…달러 대항마 부상
영국 런던이 역외(域外) 위안화센터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런던은 지난 10월 15일 베이징에서 열린 영국·중국 제5차 경제 및 재정금융 대화에서 800억 위안의 위안화 적격 외국인 기관투자가(RQFII) 쿼터를 받았다. 지난 7월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가 RQFII를 싱가포르와 런던 등으로 확대한다고 발표한 데 이은 것이다. RQFII는 역외 위안화로 중국 증시에 투자할 수 있는 제도로, 2011년 홍콩에서 시작됐다. 1950년대 유로 달러(역외 유통 미 달러)를 거래하며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역외 금융센터를 운영 중인 런던의 행보는 세계 금융 도시들의 역외 위안화센터 개설 경쟁을 보여주는 한 사례다. 기존 역외 금융센터들이 신성장 동력 확보에 나서고 중국 당국이 위안화 국제화를 서두르면서 나타난 현상이다.중국 정부가 공개적으로 홍콩을 역외 위안화센터로 키운다고 선언한 2011년을 기점으로 대만·싱가포르·도쿄 등 아시아 지역은 물론 유럽의 런던·룩셈부르크·파리·프랑크푸르트, 중동의 두바이 등 역외 위안화센터 설립이 줄을 잇고 있다.
영국의 경제 살리기와 중국의 야심 손잡아
아시아에서 가장 오래된 45년 역사의 역외 금융센터를 운영 중인 싱가포르 금융관리국(MAS, 중앙은행 격)이 지난 5월 베이징에 사무소를 열었다. 개소식에 참석한 저우샤오촨 인민은행 총재는 “싱가포르가 홍콩에 이어 두 번째 역외 위안화센터”라고 치켜세웠다. 같은 달 싱가포르에서는 중국 공상은행 분행이 첫 역외 위안화 청산 업무를 시작했고 HSBC와 스탠다드차타드가 위안화 채권을 발행했다. 대만도 올 2월 양안(兩岸, 중국과 대만) 위안화 청산 시스템을 가동했다. 대만 내 46개 은행은 위안화 청산 업무 개시에 맞춰 위안화 업무를 시작했다. 이어 대만계인 중국신탁상업은행과 도이치은행이 위안화 채권을 발행했다. 홍콩은 2003년 은행들의 위안화 예금 대출 은행카드 등 위안화 업무가 시작되고 중인(中銀)홍콩이 첫 역외 위안화 청산 은행으로 지정되면서 가장 먼저 역외 위안화센터 설립을 향한 행보를 시작했다.
일본·홍콩·싱가포르처럼 자본 계정 자유 태환에 따른 충격에 대비한 실험장으로 역외 금융센터 운영에 나선 것처럼 중국도 “역외 위안화센터가 금리자유화와 같은 금융 개혁을 가속화할 것(런민대 2013 위안화 국제화 보고서)”으로 기대한다. 최근 출범한 상하이자유무역구에 역외 위안화 유통이 이뤄지는 역외 금융센터를 개설하기로 한 것도 이 때문이다. 역외 금융센터는 당초 지리적인 국경 밖에 설치되는 것으로 이해됐지만 미국이 1981년 뉴욕, 일본이 1986년 도쿄에 각각 달러와 엔화를 유통시키는 역외 금융센터를 두는 혁신을 하면서 더 포괄적인 개념으로 진화했다.
한국은 원화 국제화는 차치하고라도 역외 금융센터조차 없다. 아시아 4룡(한국·홍콩·대만·싱가포르) 중 유일하게 역외 금융센터가 없다. 필리핀(1977년)·말레이시아(1990년)·태국(1993년) 등 다른 아시아 개도국도 오래전부터 역외 금융센터를 운영 중이다. 위안화 국제화라는 흐름은 이 같은 열세를 만회할 계기가 될 수 있다. 2008년 제주도를 역외 금융센터로 만들자는 목소리가 있었지만 미국발 금융 위기로 규제론이 힘을 받으면서 흐지부지됐다.
한국은 중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추진 중이다. FTA 만한 경제 일체화 수단도 없다.
한국으로 쏟아지는 중국 관광객과 연간 661억 달러(2012년, 한국은행 통계)에 이르는 대중 경상수지 흑자와 한국 자본시장으로 밀려드는 차이나 머니는 한국 내 유통 가능한 위안화의 잠재 기반이다. 중국인과 중국 자본이 몰려드는 제주도에 역외 위안화센터를 기반으로 한 역외 금융센터 건설 방안 카드를 다시 꺼내들 때다.
베이징=오광진 한국경제 국제부 기자 kjo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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