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회 변호사
아버지는 내 거울이고 나는 아버지의 거울이다. 거울 속의 내 모습에서 예전 아버지를 본다. 외모는 물론이고 걸음걸이·말투·습관·성격 등 닮고 싶은 혹은 닮고 싶지 않은 아버지의 모습을 보며 문득문득 놀랄 때가 많다.![[아! 나의 아버지] 나는 아버지의, 아버지는 나의 거울](https://img.hankyung.com/photo/202102/AD.25483248.1.jpg)
아버지는 내게 엄했다. 동생과 불과 1년 차이밖에 나지 않았지만 아버지는 내게 장남 역할을 누차 강조했다. 동생들의 잘못도 모두 내 몫이었다. 한번은 너무 억울한 나머지 어머니에게 설움을 호소하기도 했지만 어머니는 말없이 등을 두드려 주셨을 뿐이다.
그러나 나는 아버지를 단 한 번도 미워하거나 원망해 본 적이 없다. 그때는 잘 몰랐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 제법 클 무렵까지 항상 함께하던 ‘둘만의 의식’ 때문이었던 것 같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사법시험 공부를 시작하기 전까지 나는 아침 6시에 일어나 아버지와 함께 매일 집 뒤의 작은 산에 함께 올랐다. 많은 말을 하지 않았고 물론 밤에는 당신의 모습을 볼 수조차 없었지만 그 시간만큼은 아버지는 ‘내 사람’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매일 아들과 함께 뒷산에 오른 이유는 두 가지였던 것 같다. 하나는 당신의 부지런함을 알려주고자 하는 것 그리고 하나는 말이 아닌 행동으로 당신의 자식 사랑을 보여주고자 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그 시간만큼은 아버지는 내 의견을 들어주고 존중해 주셨다. 지금 생각해 보면 큰아들인 내게 강한 독립심을 길러 주기 위해 특별히 마음을 많이 쓰셨던 것 같다.
아버지가 물려준 또 한 가지는 ‘긍정의 힘’이다. 아버지는 늘 “너는 큰 사람이 될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지금 내가 비록 큰 사람이 되지는 못했지만 아버지가 매일 하신 말씀이 내가 ‘항상 도전하는 사람’이 되는 데 큰 역할을 해줬다. 무엇을 하든 성공할 것이라는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나는 도전적 의사결정을 좋아했다. 공대를 다니다 엉뚱한(?) 길로 들어서는 선택을 한 것도 별 말씀 없이 ‘잘하라’는 당신의 한마디 때문이었던 것 같다.
그저 묵묵히 서로를 책임지면서 살아가는 부자의 모습을 만들어 가고 싶다. 아버지는 아들을 만들었고 아들도 아버지가 됐다.
아버지는 작년에 오랜 경찰 생활을 마무리하고 정년퇴직하셨다. 지금도 가끔은 아들과 뒷산에 오를 만큼 정정하신 데도 그 자리를 떠나야 한다는 사실에 속으로 눈물도 많이 흘렸다.
그렇지만 돌이켜보면 이제는 내가 아버지를 응원할 시간인 것 같다. ‘힘내시라’는 한마디 말보다 ‘아버지 역시 뭐든지 잘하실 수 있다’는 말로 아버지가 시작하는 제2의 인생을 응원하고자 한다.
지금까지 살아온 내 인생이 아버지에 의해 만들어졌다면 앞으로 펼쳐질 아버지의 인생에 내가 큰 도움이 되려고 한다. 그저 묵묵히 서로를 책임지면서 살아가는 부자의 모습을 만들어 가고 싶다. 아버지는 아들을 만들었고 아들도 아버지가 됐다. 그리고 이제는 아버지의 벗이 돼 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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