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家 세대교체 바람…30~40대 주축 ‘현장 경영’ 박차

재계 3·4세들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이미 경영권을 넘겨받았거나 후계 구도 완성을 목전에 둔 재계의 3세들과 경영 수업에 한창인 4세들이 차세대 리더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의 재계를 이끌 이들은 누구일까. 국내 30대 그룹을 대상으로 총 72명의 면면을 집중 조명했다.
[창간 18주년 특집I] 재계 차세대 리더 72명, 그들은 누구인가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올 4월 발표한 국내 62개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중 민간 기업을 대상으로 총수가 있는 43개 그룹 중 상위 30위까지(법정 관리에 들어간 STX·동양그룹 제외)가 대상이다. 차세대 리더는 삼성과 같은 회장이나 대주주의 자녀부터 현대·두산·LS 등 창업주의 2·3세 형제들이 지분을 나눠 갖고 있는 그룹은 현 회장의 자녀뿐만 아니라 조카까지 포함했다. 해당 그룹 경영에 전혀 참여하지 않거나 아직 대학을 졸업하지 않은 자녀는 제외했다.
[창간 18주년 특집I] 재계 차세대 리더 72명, 그들은 누구인가
[창간 18주년 특집I] 재계 차세대 리더 72명, 그들은 누구인가
[창간 18주년 특집I] 재계 차세대 리더 72명, 그들은 누구인가
재계가 젊어지고 있다. 경영 일선에서 뛰고 있는 30~40대 3세들이 있는가 하면, 착실히 경영수업을 받는 20~30대인 3~4세도 있다.

범현대가는 오너 경영 체제로 세대를 변화하는 중이다. 고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5남인 정몽준(63) 새누리당 의원의 장남 정기선(31) 씨가 현대중공업에 복귀하면서 미래 범현대가 기업들을 책임질 후계 경영 구도가 윤곽을 나타내고 있다. 정 씨는 지난 6월 13일 울산 현대중공업 본사 경영기획팀 부장으로 출근했다. 2009년 현대중공업 재무팀 대리로 입사한 뒤 6개월 만에 유학길에 올랐다가 이번에 복귀한 것이다. 현재 현대중공업은 정 의원이 1988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고 2002년에는 대선에 출마하며 회사를 떠난 뒤 전문경영인 체제를 유지해 오고 있다. 그런 터라 이번 정 부장의 복귀는 오너 경영체제로의 전환을 본격화하는 신호탄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정 의원의 장녀 정남이(30) 씨도 올 초부터 현대중공업 계열인 아산나눔재단에서 기획팀장으로 근무하고 있어 오너 일가의 경영 참여가 가시화되고 있다.

현대가는 창업주 아래에서 성장하다가 분가 독립, 그룹 해체 등으로 각자의 길을 걷게 되면서 ‘범현대가’로 분류되기 시작했다. 현대자동차그룹·현대그룹·현대중공업을 비롯해 현대백화점·현대해상화재·KCC·한라그룹·성우그룹 등 10여 개로 나뉜다. 이 중 가문의 맏형인 현대자동차그룹의 차세대 리더는 정의선(43) 현대자동차그룹 부회장이다. 그는 지난해부터 현대제철 부회장도 겸임하고 있다. 맏딸 정성이(51) 이노션 고문이 직함을 달고 있을 뿐 딸 들은 경영에 참여하지 않는다. 그 대신 사위들이 계열사 경영 일선에 참여하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 둘째 딸 정명이(49) 씨의 남편 정태영 현대카드·현대캐피탈 대표이사 사장, 셋째 딸 정윤이 씨의 남편 신성재 현대하이스코 사장이다. 현대그룹은 현정은 회장의 맏딸 정지이(36) 현대유앤아이 전무가 그룹에 합류한 지 만 10년을 맞았다. 현대가를 이을 고 정몽헌 회장의 아들 정영선(27) 씨는 유학 중인 것으로 알려져 아직 경영 수업을 받지 않은 상태다.


막 걸음 뗀 자녀 경영인 속출
현대차그룹에 속한 현대비앤지스틸은 창업주의 4남인 고 정몽우 현대알루미늄 회장의 장남 정일선(43) 사장과 차남 정문선(39) 부사장이 경영을 담당하고 있다. 전 아나운서 노현정 씨와 결혼한 삼남인 정대선(36) 씨는 현대비앤스엔씨를 운영한다.

대한축구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정몽규(51) 현대산업개발 회장은 슬하에 장남 정준선(21) 씨와 원선(19)·운선(15) 씨 등 3남을 두고 있지만 아직 이들이 현대산업개발에 보유한 지분이 전혀 없어 경영권 승계 구도를 찾기는 이른 상황이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장녀 이경후(28) 씨도 최근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CJ에듀케이션즈에서 근무하던 이경후 씨는 그룹 핵심 계열사인 CJ오쇼핑으로 자리를 옮겨 3세 경영의 시작을 알렸다. 이재현 회장의 경영 공백으로 3세 경영에 속도가 붙은 것이다. 이 씨는 지난 9월 23일 CJ오쇼핑으로 출근해 교육을 받은 뒤 10월 1일자로 CJ오쇼핑 상품개발본부 언더웨어·침구팀 상품기획 과장으로 발령 났다.

이웅열(57) 코오롱그룹 회장의 장남 이규호(30) 코오롱글로벌 차장은 4세대 경영자 수업의 일환으로 그룹 내 계열사에 입사해 실무를 익히고 있다. 지난해 11월 코오롱인더스트리에 입사한 이 차장은 영국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미국 코넬대 호텔경영학과를 나왔다. 지난해부터 코오롱인터스트리 구미 공장에 차장 직급으로 근무하다가 최근 코오롱글로벌에 출근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4세 경영권 승계 진입 단계에 들어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3세 경영인인 이웅열 회장이 코오롱그룹의 장자 승계 원칙에 따라 1996년부터 코오롱그룹을 이끌고 있기 때문이다. 코오롱의 경영권은 장자 승계 원칙에 따라 이원만 창업주에서 이동찬 명예회장, 이웅열 회장으로 이어져 왔다.

샐러리맨 신화의 대표적 인물인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의 장녀 박하민(24) 씨가 최근 미래에셋자산운용에 입사한 것으로 알려져 눈길을 끈다. 박 씨는 지난 8월 미래에셋자산운용 홍콩법인에 수시 채용돼 서울법인 해외부동산투자본부 파견 사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슬하에 1남 2녀(하민·은민·준범)를 둔 박 회장의 자녀가 회사에 입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 회장이 평소에 자식들에 대한 경영권 승계를 거부했던 터라 이를 두고 경영권 승계를 위한 수업의 일환이라고 확대 해석하기는 이르지만 대부분의 재벌가 경영권 승계 사례를 보면 미래에셋 역시 경영권 승계 가능성이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박 씨는 미국 코넬대에서 사학을 전공했고 맥킨지컨설팅에서 1년, 미국 부동산 투자 컨설팅 업체 CBRE에서 1년 근무했다.
[창간 18주년 특집I] 재계 차세대 리더 72명, 그들은 누구인가
대성산업에도 후계 구도가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지난 3월 김영대(71) 대성산업 회장은 3남인 김신한(38) 대성산업가스 부사장을 신임 등기이사 후보에 올렸다. 김 부사장은 미국 엠허스트대에서 물리학을 전공하고 미시간대에서 컴퓨터공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IBM과 삼성전자 등을 거쳐 2006년 대성산업가스 이사로 입사한 이후 지난해 유통사업을 총괄하는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이번에 김 부사장이 장남인 김정한(41) 부사장에 앞서 등기이사로 오르면서 대성산업의 후계 구도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보유 지분도 김 부사장이 0.67%로 김정한 부사장의 0.54%보다 많다는 점에서 신빙성을 더하고 있다. 둘째 김인한(40) 씨도 0.7%를 보유하고 있지만 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며 경영에는 관여하지 않고 있다.

동국제강은 장세주(60) 동국제강 회장이 1998년 부사장직에 오르면서 본격적인 3세 경영이 시작됐다. 그리고 이제는 그의 아들 장선익 씨가 4세 경영인 물망에 오르고 있다. 연세대를 졸업하고 보스턴컨설팅에서 근무하다가 지금은 뉴욕에 거주하면서 동국제강 미국지사에 근무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2006년 여름방학을 이용해 동국제강 신입 사원 연수에 참가해 눈길을 끌었다. 아버지 정 회장처럼 말단 사원에서부터 차근차근 경영 수업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창간 18주년 특집I] 재계 차세대 리더 72명, 그들은 누구인가
"밑바닥부터 발로 뛴다"
재계 3·4세들은 ‘경영 수업’이라는 큰 틀에서 볼 때 서로 비슷한 양상을 띠지만 방식에 있어서는 차이를 보인다. 아버지 회사에서 바닥부터 몸소 체험하거나 외부에서 충분한 경험을 쌓은 뒤 합류하는 이들도 있다.

2000년을 기준으로 이전에 입사한 주요 그룹 3·4세들로는 이재용(45)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43) 현대자동차그룹 부회장, 정용진(45) 신세계그룹 부회장, 이부진(43) 호텔신라 사장, 조현준(45) 효성 사장, 정유경(41) 신세계 부사장, 조현아(39) 대한항공 부사장 등이 있다. 이들 중 가장 먼저 재계에 모습을 보인 3세 경영인은 이재용 부회장으로, 1991년 삼성전자에 입사했다. 2000년 이후로는 허세홍(44) GS칼텍스 부사장, 이서현(40) 제일모직 부사장, 조원태(37) 대한항공 부사장, 허윤홍(34) GS건설 상무, 김동관(30) 한화큐셀 실장 등을 포함한 대다수의 인물들이 이름을 올렸다.

재벌가 자녀라고 해도 임원으로 바로 입사하는 사례는 흔하지 않다. 허창수 GS그룹 회장의 아들 허윤홍(34) GS건설 상무는 2002년 GS칼텍스에 신입 사원으로 입사해 3개월 동안 주유원 생활을 하면서 세간의 이목을 끌기도 했다. 이후 2005년 GS건설로 자리를 옮겨 10년 넘게 핵심 계열사에서 경영 수업을 받았다.

금호아시아나와 LS의 30대 3세 기업인도 눈길을 끈다. 금호아시아나의 3세 경영인은 박세창(38) 금호타이어 부사장이다. 박세창 부사장은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의 장남이다. 앞으로 금호아시아나를 책임질 후계자다. 상대방의 명함을 받을 때는 항상 두 손으로 받는 등 예의가 바르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경영 수업은 10년 동안 아시아나항공·금호타이어 등에서 받았다.

LS그룹에는 두 명의 3세 경영인이 있다. 구본규(33) LS산전 부장과 구본혁(36) LS니꼬동제련 상무다. 구 부장은 구자엽 LS전선 회장의 장남으로 2007년 입사해 경영 수업을 받는 중이다. 구 상무는 구자명 LS니꼬동제련 회장의 아들이며 2003년 LS전선에 사원으로 입사해 부장직에 올랐다. 현재 LS를 이끌고 있는 구자홍 회장 슬하에 1남 1녀가 있는데, 미국에서 벤처캐피털 회사와 컨설팅 회사를 운영하는 등 LS와 무관한 일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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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립된 지 100년이 넘는 두산은 밑바닥부터 출발해 모든 계열사를 거치며 일을 배우게 하는 독특한 경영 수업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고 박두병 초대 회장의 “남의 눈칫밥을 먹어봐야 한다”는 자녀 교육 철학 때문이다. 대를 이어 4세도 예외 없이 이런 과정을 거쳤다. 박정원(51) 두산 회장은 일본 기린맥주에서, 박지원(48) 두산중공업 부회장은 미국 매켄에릭슨에서 근무했다. 박용성 회장의 장남인 박진원(45) 두산 사장은 대한항공에서 사회의 첫발을 내디뎠다. 박태원(44) 두산건설 부사장은 효성에서 시작했다. 예외가 있다면 두산가 4세 중 그룹에 몸담고 있는 홍일점 박혜원(50) 두산매거진 전무다. 그녀는 40세에 직장 생활을 하기 시작하면서 국장으로 입사했다.

총수의 후계자답게(?) 임원을 달고 입사한 경우도 있다. 2007년 싱가포르 현지법인 부법인장 상무로 입사한 허세홍 GS칼텍스 부사장이나 1996년 조선호텔 상무보로 입사한 정유경 신세계 부사장이 이에 해당한다. 전략기획본부장 전무로 2005년 입사한 이우현(45) OCI 사장과 한진중공업의 등기 임원으로 2008년 바로 들어온 조원국(37) 한진중공업 전무도 그렇다.

물론 이들 중 상당수는 입사 이전에 많은 경험을 쌓았다. GS가의 4세 경영인 중 가장 두각을 보이는 허세홍 부사장은 1992년부터 15년 동안 일본 오사키전기·뱅커스트러스트·IBM·셰브런 등에서 일한 경력이 있다. 셰브론 미국 본사와 싱가포르 법인에서 일한 경력을 바탕으로 2007년 GS칼텍스 싱가포르 현지법인의 임원급으로 갈 수 있었다고 해석될 수 있다. 2010년 말 국내 생산 현장에 돌아온 허 부사장은 2011년부터 여수 현장에서 정유 시설 전반에 대해 배우고 있다. 이우현 사장은 홍콩CSFB, 체이스맨해튼뱅크 등 국내외 투자회사를 거치며 실력을 쌓은 경력이 있다. 그는 이수영 OCI 회장의 장남으로 2009년 부사장으로 등장하며 본격적인 3세 경영을 시작했다. 이 사장은 애초부터 경영권을 염두에 두고 서강대에서 화학공학을 전공하고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1992년부터 외국계 금융사 등을 거쳐 2005년 동양제철화학 전무로 입사하면서 경영에 참여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10년 전 정지선(41) 회장과 정교선(39) 부회장이 아버지 정몽근 명예회장의 뒤를 이어 3세 경영인으로 자리를 잡았다. 장남 정 회장은 2000년 경영관리부장으로 입사해 2002년 부사장직에 오르면서 경영권을 물려받았다. 차남 정 부회장은 2008년 현대홈쇼핑 사장이 되면서 경영 전면에 등장했다.


기획·전략 업무로 경영 기반 다져
차세대 리더들이 맡아 온 직책의 공통분모는 ‘기획’과 ‘전략’이다. 해당 그룹에 재직 중인 차세대 리더 중 다수가 본사 또는 주력 계열사의 기획 관련 부서를 거쳤다.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전자 경영기획팀 상무보, 정의선 부회장은 현대차그룹 기획총괄본부 부본부장, 정용진 부회장은 신세계 기획조정실 상무, 조원태 부사장은 대한항공 경영전략본부장, 조현준 효성 사장은 효성 티앤티 경영기획팀 부장, 조현상 효성 부사장은 효성전략본부 경영혁신팀, 이해욱 부회장은 대림산업 기획실장 등 후계자들은 예외 없이 기획 관련 부서에서 일을 배웠다. 중공업 분야를 책임지던 조 사장의 동생 전 조현문(44) 효성 부사장은 지난 2월 그룹을 떠나 변호사로 활동 중이다.
[창간 18주년 특집I] 재계 차세대 리더 72명, 그들은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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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그룹의 유일한 3세 경영인인 김동관 한화큐셀 전략마케팅실장은 12년간 맡았던 회장실 차장직을 떠나 2011년 12월부터 한화그룹의 태양광사업을 담당하는 한화솔라원의 기획실장직을 맡으면서 경영 전략을 세우는 등 실무를 익혔다. 이후 한화큐셀 전략마케팅실장으로 옮겨 한화의 신사업을 이끌어 가고 있다.

SK그룹에서 유일하게 3세 경영 수업을 받고 있는 최신원 SKC 회장의 장남 최성환(32) SKC전략기획실 부장도 마찬가지다. 최성환 부장은 2009년 SKC에 과장으로 입사해 2010년 차장을 거치며 3세 경영 수업을 받고 있다. 최 부장은 3·4세 재벌가 차세대 리더 중 유일하게 유학을 중국으로 떠났다. 현재 SK그룹을 대표하는 최태원(53) SK그룹 회장은 1남 1녀를 두고 있는데, 장녀 윤정 양은 1985년생, 차녀 민정 양은 1991년생, 장남 인근 군은 1995년생이다.

동국제강을 이끌 유력한 후보자로 지목되는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의 동생 장세욱(51) 동국제강·유니온스틸 사장은 1996년 동국제강 기획조정실 경영관리팀 과장으로 입사해 포항제철소 관리부소장과 품질담당, 전략경영실 전무이사, 2007년 부사장 자리에 올랐다. 2011년 1월부터 동국제강의 핵심 계열사인 유니온스틸 사장 자리에 오른 3세 경영인이다.

기획과 전략은 그룹 전체를 파악할 수 있고 미래 큰 그림을 그리는 방법을 훈련받을 수 있기 때문에 후계자 수업에 필수 코스나 다름없다. 하지만 실무 부서가 아니기 때문에 현장을 제대로 배우지 못한다는 단점도 있다.


허세홍 등 MBA 11명 취득
대다수의 국내 기업이 창립한 지 60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세대교체 바람이 불고 있다. 현재 우리 경제를 견인하는 2세대가 창업주들이 일군 기업을 안정적으로 성장시켰다면 3·4세대는 글로벌 시대에 맞는 새로운 도전이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 같은 맥락에서 3·4세들 대부분이 해외 유학파 출신이라는 점은 어쩌면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해외 유학은 글로벌 무대에서 빠른 적응력을 키워 경영 환경 변화에 대한 시대적인 요구를 충족하는 자질을 미리 갖출 수 있고 글로벌 인적 네트워크를 확보하는 차원에서도 긍정적인 효과를 낳을 수 있다.

대부분의 국내외 학부에서 경영학을 전공하지 않은 이들을 포함해 학부 졸업 후 경영학석사(MBA) 또는 경제학 석사 과정을 통해 경제·경영에 대한 기초를 닦았다. 학교도 겹치는 부분이 많다. 그만큼 한국 기업의 후계 교육도 정형화됐다는 점을 암시한다. 과거 2세대들은 주로 일본에서 공부한 것과 달리 대부분이 미국을 선호했다. 학교는 하버드대(4명)·스탠퍼드대(3명)·뉴욕대(6명)·브라운대(3명) 등으로 좁혀진다.

이재용 부회장은 서울대 동양사학과를 나온 뒤 일본 게이오대 경영학 석사를 받고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경영학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박인원 두산중공업 상무는 하버드대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았고 김동관 한화큐셀 실장은 하버드대 정치학을 전공했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은 하버드대 스페셜스튜던트 과정을 밟았다.

LG에서 가장 주목받는 4세대 경영인 구광모 LG전자 부장과 허세홍 GS칼텍스 부사장, 정기선 현대중공업 경영기획팀 부장은 스탠퍼드대 MBA를 졸업했다.

뉴욕대에는 두산가 4세들이 대거 포진돼 있다. 박혜원 두산매거진 전무를 비롯해 박지원 두산중공업 부회장, 박진원 두산 사장, 박석원 두산엔진 상무, 박태원 두산건설 부사장, 박재원 두산인프라코어 과장 등이 이 경영학 석사과정을 거쳤다. 박용곤 회장이 이들에게 뉴욕대를 권한 것으로 알려진다. 3세인 박용성 회장도 뉴욕대 MBA 출신이다.

브라운대는 총 3명으로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과 조현상 효성 부사장은 경제학을 전공했고 조원국 한진중공업 전무는 이곳에서 동양사학을 전공한 뒤 미국 웨스턴주립대 법학 석사과정을 거쳤다.

3세 경영인 중 유일하게 중국에서 학교를 다닌 리더가 있다. 최신원 SKC 회장의 장남 최성환 SKC전략기획실 부장이다. 아직 3세 경영 체제로 돌입하지 못한 SK에서는 최 부장이 2009년 SKC에 과장으로 입사해 2010년 차장을 거치며 3세 경영 수업을 받고 있다. 그는 한영외고를 졸업하고 중국 상하이 푸단대를 졸업했다.

반면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정지이 현대유앤아이 전무, 정교선 현대백화점 부회장 등은 아예 국내에서만 학교를 마쳤다. 공교롭게도 모두 연세대 출신으로 이부진 사장은 아동학 학사, 정지이 전무와 정교선 부회장은 신문방송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김보람 기자 boram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