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지금 시작하지 않으면 늦습니다”

앤드루 프랭크 UC데이비스 명예교수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의 아버지’로 불린다. 배터리로만 가는 순수 전기차보다 액체연료와 전기를 함께 쓰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PHEV)의 강력한 옹호자다. 아폴로 계획 등 우주공학 업계에서 15년 동안 활약한 후 대학으로 돌아가 위스콘신대와 UC데이비스 교수를 역임했다. 1971년 자신의 첫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만든 것을 시작으로 이 분야에서 수많은 특허를 취득했다. 이를 기반으로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연구하는 EDI를 설립해 현재 최고기술책임자(CTO)로 있다. 지난 9월 25일 캘리포니아 딕슨에 있는 EDI연구소에서 프랭크 교수에게 전기차의 미래에 대해 물었다.


전기차 시대가 훨씬 가까워진 느낌인데요.
인류는 석유 없이 사는 법을 배우고 있지요. 교통 시스템을 움직일 새로운 에너지원이 필요해요. 석유를 사용하지 않으면 다른 뭔가를 찾아야죠. 우리가 가진 유일한 대안은 전기입니다. 전기의 장점은 재생 가능한 방법으로 생산할 수 있다는 거예요. 태양광이나 풍력, 수력발전처럼요.
[국내 최초 테슬라 독점 취재] 인터뷰 - 앤드루 프랭크 UC데이비스 명예교수
전기의 문제점은 없습니까.
모든 걸 전기로 할 수는 없다는 점이죠. 전기에 대한 가장 큰 오해는 전기가 완벽하게 석유를 대체할 수 있다고 착각하는 겁니다. 전체가 아니라 일부를 대체할 수 있을 뿐이죠. 수백 명의 승객을 싣고 바다를 건너는 배터리로 가는 비행기를 상상할 수 있습니까. 또 수많은 컨테이너를 싣고 대양을 건너는 배터리 선박도 마찬가지죠. 액체연료를 일부 사용하는 건 불가피해요. 중요한 건 전기의 비중을 가능한 한 늘려나가는 거죠. 몇몇 나라들은 교통 시스템 전체를 전기로 대체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믿는 것 같아요. 잘못된 방향이에요. 100% 석유나 100% 전기는 불가능해요. 단계적인 전환을 위한 로드맵이 필요합니다.


전기차 붐을 일으키고 있는 테슬라 모델S를 어떻게 보십니까.
테슬라는 훌륭한 차입니다. 배터리가 매우 비싸지만 250마일 이상 갈 수 있죠. 일상생활에는 전혀 불편이 없어요. 하지만 샌프란시스코에서 로스앤젤레스(LA)를 갈 때는 달라요. 거리가 250마일이 넘기 때문에 중간에 어디선가 충전해야죠. 테슬라는 슈퍼차저라는 고속 충전소를 세워 해결했어요. 여기서 2가지 문제가 생기죠. 슈퍼차저를 사용하면 배터리 수명이 줄어들고 충전 효율이 확 떨어져요. 슈퍼차저는 전력망의 에너지를 50%만 배터리에 충전할 수 있어요. 매우 비효율적이죠. 이게 현재 우리 기술 수준이에요. 미래에는 이 문제를 풀 겁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죠.


놀라운 사실이군요.
낭비 요인은 이뿐만이 아니에요. 슈퍼차저로 충전하려면 15~20가구가 사용하는 전력이 필요하죠. 아마 그 이상일지도 몰라요. 슈퍼차저에서 동시에 수백 대를 충전한다면 발전소 하나가 필요해요. 슈퍼차저를 가동하려면 매우 큰 전력선을 설치해야 합니다. 그런데 그것으로 하루 몇 대나 충전할 수 있을까요. 90% 시간은 사용되지 않은 채 있을 겁니다. 더구나 슈퍼차저 충전소는 대개 발전소에서 아주 멀리 떨어져 있죠. 슈퍼차저는 매우 큰 자원 낭비예요. 반대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그런 슈퍼차저가 필요 없어요. 나는 GM 볼트로 정기적으로 LA를 오갑니다. 처음 40마일은 전기로 달리고 그 후 LA에 도착할 때까지는 가솔린을 사용하죠. 볼트는 저전력 충전으로도 충분해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가 최선의 해법이에요.


테슬라나 리프는 실리콘밸리에서 자주 볼 수 있지만 볼트는 거의 찾기 어렵습니다. 인기가 없는 이유가 뭡니까.
실리콘밸리는 테슬라를 살 수 있는 부자들이 많은 동네죠.(웃음) 두 번째는 테슬라가 캘리포니아에서 생산되는 차라는 겁니다. 사람들은 캘리포니아에서 만든 차를 사고 싶어 하죠. 실리콘밸리 사람들은 기술에서 앞서가고 싶어 해요. 테슬라가 많이 팔리는 것은 당연한 결과죠. 실리콘밸리의 보통 사람들은 리프를 좋아합니다. 닛산 리프와 GM 볼트는 거의 같은 시기에 나왔죠. 나는 볼트를 샀지만 친구들은 리프를 선택했어요. 볼트는 낡은 기술이지만 리프는 신기술이라는 겁니다. 전혀 사실이 아니죠. 둘을 조화하는 것이 더 어렵거든요.
[국내 최초 테슬라 독점 취재] 인터뷰 - 앤드루 프랭크 UC데이비스 명예교수
연료전지의 가능성을 어떻게 보십니까.
연료전지는 순수 전기차와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어요. 수소를 공급하려면 방대한 인프라가 필요한 거죠. 더 큰 문제는 어디선가 수소를 뽑아내야 한다는 거예요. 현재는 수소를 석유에서 만들어 내죠. 석유 회사들이 연료전지 홍보에 적극적인 이유죠. 가솔린과 디젤을 정제하고 버리는 부산물에서 수소가 나오기 때문에 그들에게는 엄청난 신시장이 생기는 셈이죠. 문제는 석유가 고갈되고 있다는 거예요. 연료전지를 옹호하는 사람들은 미래에는 전기에서 수소를 생산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전기에서 수소를 만들고 그걸 다시 압축해 연료전지차를 움직인다는 거죠. 그 전기를 전기차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에 바로 넣는 게 훨씬 효율적이죠. 미래에는 새로운 기술이고 문제를 해결할지도 몰라요. 하지만 세계가 직면한 문제는 수십 년 후가 아니라 바로 지금의 문제죠. 시간이 얼마 없을지도 몰라요. 지금 시작하지 않으면 늦습니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무엇입니까.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는 사실 100년 전 사용됐던 기술입니다. 1915년까지도 있었죠. 배터리 성능이 떨어지고 가격도 매우 비쌌지만요. 헨리 포드가 하이브리드 차의 10분의 1 가격으로 가솔린 자동차를 생산해 내면서 모든 것이 바뀌었죠. 1971년 내가 하이브리드 차를 다시 만들었으니 거의 60년 만의 부활이었어요. 당시 교통부에서 도시용 차량 콘테스트를 열었는데 내가 하이브리드차로 응모한 유일한 사람이었어요. 모터 성능도 나쁘고 배터리도 문제였죠. 교수가 되기 전에 우주공학 엔지니어로 일했기 때문에 우주 공간에서 쓰는 첨단 기술과 부품을 가져다 썼어요. 실용적이지 않은 일이었지만 가솔린과 전기의 결합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디트로이트 자동차 회사들도 전기차를 내놓고 있는데요.
사람들이 전기를 사용하는 걸 편하게 느끼기 시작했어요. 전기가 사회 전체적으로 보면 훨씬 효율적이라는 것을 궁극적으로는 받아들이게 될 겁니다.


하지만 자동차 대기업들이 너무 느리게 움직인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대부분의 자동차 회사들이 한 해 한 해 살아남기 위해 힘겨운 투쟁을 벌이고 있지요. 이익 마진이 매우 적기 때문에 이를 잃지 않기 위해 필사적이죠. 대중이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너무 많은 전기차를 생산하면 그들은 큰돈을 잃게 되죠. 회복할 수 없는 치명타가 될 수도 있어요. 보수적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는 거죠. 모든 자동차 회사가 하이브리드 차부터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순수 전기차까지 모두 내놓으며 끊임없이 시장을 테스트하고 있어요. 제너럴모터스(GM)는 쉐보레 스파크 개발에 엄청난 돈을 투자했어요. 자동차를 팔면 대당 5000~1만 달러씩 오히려 손해죠. 그게 가능한 건 규제 때문이에요. 전기차는 아직 돈이 안 되지만 전기차 1대를 팔면 수익성이 좋은 대형 가솔린차 2~3대를 팔 수 있거든요. 정부 규제가 전기차를 만들도록 하는 거예요. 다른 회사와 경쟁도 중요한 요인이고요. 정부는 대중이 전기차를 더 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다양한 인센티브도 제공하죠. 인센티브가 주어지고 정부가 푸시하며 거기에 이익까지 있다면 최상이죠.


딕슨(미국)= 장승규 기자 sk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