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d가 엄격한 스트레스 테스트에 나선 까닭

햇수로 6년 전 리먼브러더스 사태에서 비롯된 글로벌 금융 위기가 당초 예상보다 빨리 극복되고 있다. 금융 위기 직후 2009년 2분기에 마이너스 2.5%까지 떨어졌던 미국 경제성장률은 올해 2분기에 2.5% 수준까지 회복됐다. 대부분의 금융 변수는 금융 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했을 뿐만 아니라 주가는 ‘비이성적 과열’ 논쟁이 일만큼 상승했다.
<YONHAP PHOTO-0454> (FILES)The US Federal Reserve building is seen on July 30, 2009 in Washington, DC. The US Senate on May 11, 2010 unanimously approved an amendment to a financial reform bill that aims to open the secretive Federal Reserve to outside scrutiny. The measure introduced by Senator Bernie Sanders, an independent on the left, was passed by a vote of 96 to 0. It directs the Government Accountability Office, an investigative arm of Congress, to conduct a complete audit of the Fed within a year, reviewing all the loans and other financial aid it has provided since December 1, 2007 during one of the worst financial crisis in US history. AFP PHOTO / Karen BLEIER / FILES
/2010-05-12 05:3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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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위기 이후 지금까지 각종 공포 혹은 위험 지수 추이를 보더라도 갈수록 리스크 해빙 조짐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기복이 있지만 미국과 유럽 증시 참여자들의 주식 투자에 대해 위험을 느끼는 정도를 나타내는 빅스(VIX)와 V-스톡스(stoxx) 지수는 금융 위기 직전인 2007년 6월 이후 수준까지 하락했다.

하지만 모든 위험 요인들이 말끔히 해결된 것은 아니다. 당면한 오바마 정부의 예산안 처리와 재정 적자 축소, 연방 정부 부채 한도 협상 타결과 국가 채무 해결과는 별개의 문제다. 오히려 오바마 정부가 재정 적자 축소 노력을 소홀히 하고 실업률 등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다면 재정 적자와 국가 채무가 더 늘어나 국가 신용 등급이 추가적으로 강등될 소지가 높다.

유럽 재정 위기도 근본적 문제인 재정 통합이 그대로 남아 있다. 기저 효과와 미국 경기 회복 등으로 제조업 지표를 중심으로 실물경기가 회복될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지속 가능성은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들 국가들의 실물경기가 살아나지 못한다면 안정세를 찾고 있는 위기 발생국들의 금융시장이 더 큰 화(禍)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엄동설한에 봄이 오는 상황
중국도 ‘외연적(생산요소의 양적 투입)’에서 ‘내연적(생산요소의 효율성 증대)’ 단계로 성장 경로를 이동하는 단계에서 발생하는 ‘성장통(growth pains)’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경착륙과 중진국 함정 우려는 언제든지 고개를 들 가능성이 높다. 아베식 엔저 모험이 실패로 돌아간다면 일본 경제는 ‘잃어버린 30년’을 겪을 것이라는 경고도 잇따르고 있다.

이에 더해 금융 위기 극복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나타나는 일종의 후유증이라고 할 수 있는 ‘애프터 크라이시스’ 문제까지 부각되고 있다. 정책 시차가 짧고 위기 극복 효과가 큰 재정지출을 과다하게 지출한 결과 재정 적자와 국가 채무가 위험수위에 도달해 예산안 처리가 불발되고 연방 부채 한도 확대 협상에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 이 때문이다.

하이먼 민스키 등 각종 위기 이론에서는 최근처럼 정책적으로 위기 극복(부양)과 출구전략(긴축)이 동시에 필요한 상황은 리스크 관리에 가장 어렵고 위험한 상황이라고 규정한다. 마치 엄동설한에 두텁게 얼어붙은 얼음이 봄이 다가오면서 밑으로부터 녹아 이제는 겉에만 남아 있는 상황에 비유된다.

이 때문에 올해 2분기 이후 미국 중앙은행(Fed)은 한편으로는 출구전략 추진을 검토하는 동시에 다른 한편으로는 금융사를 대상으로 종전보다 더 엄격한 잣대로 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하고 있다. 비단 미국뿐만 아니라 캐나다·유럽 등 다른 국가들도 종전보다 더 엄격한 스트레스 테스트를 조만간 실시할 태세다.

한국 등 신흥국이 받은 금융 스트레스는 위기 극복 과정(부양)과 위기 정리 과정(긴축)에서 비대칭성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정책적으로 긴축이나 위기 국면에서 한국 등 신흥국들이 받는 금융 스트레스는 약 96%가 선진국에서 기인한다. 이 때문에 신흥국들도 선진국보다 더 엄격한 스트레스 테스트를 전 금융사를 대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Fed의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가 나오면 자산 거품과 금융회사 부실에 대한 우려가 줄어들면서 출구전략 추진 여부가 결정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스트레스 테스트는 최근과 같은 리스크 해빙기에 시장가격 변동과 보유 포트폴리오에 미치는 영향을 시나리오 분석 기법을 통해 파악하는 위험관리 기법으로, 예기치 못한 위기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적절한 지침을 제공하는 효과적인 분석 도구다. 기존의 위험관리 기법이 ‘과학(science)’이라고 한다면 스트레스 테스트는 리스크 관리자의 주관적 판단에 크게 의존하는 일종의 ‘예술(art)’이라고 할 수 있다.

각국의 경험을 분석해 보면 해빙기에 시장 움직임은 종전의 이론으로 설명할 수 없는 혼돈(chaos) 현상들이 많이 나타난다. 정보 확산과 이에 대한 시장 참가자의 대응 등이 신속하게 이뤄지면서 시장가격이 거의 불연속적으로 급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1990년대 이후 발생한 각종 경제 위기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이 같은 현상이 공통적으로 발생했다.


과학보다 예술의 영역
종전과 달리 최근 실시되는 스트레스 테스트는 세 가지 사항에 초점을 맞춰 실시되고 있다. 첫째, 정책 교체기와 리스크 해빙기에 위험에 노출된 금액은 얼마인가. 둘째, 기초 변수의 단위 변화에 가치가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하는가. 셋째, 변수의 변화 정도는 얼마나 되는가(예 : 변동성과 상관계수는 얼마나 되는가)다.

처음 두 가지, 즉 위험 노출액과 위험 민감도 측정에 대해서는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방식에 기초한 리스크 측정 모형으로 충분히 측정할 수 있지만 세 번째는 리스크 관리자의 예측을 통한 판단에 따라 결정되는 일종의 ‘예술(art)’이다. 세 번째는 스트레스 테스트를 통해 변수의 변화 정도에 대한 다양한 시나리오를 제공하고 최악의 상황에 직면했을 때 각국 정부가 직면하는 리스크를 수량화한다.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리스크 해빙기’…경기 부양과 긴축 공존
그동안 금융시장이 얼마나 변동성이 심하고 예측 불허인지를 과거 경험으로부터 보아 왔고 1997년 아시아 외환 위기 당시처럼 정교한 리스크 관리 모형이 필요조건이기는 하지만 충분조건은 아니라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리스크 해빙기에는 그동안 단행할 스트레스 테스트와 달리 제대로 설계된 스트레스 테스트가 효율적 위험관리와 시장 신뢰를 얻는다는 차원에서 중요하다.

Fed의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가 나오면 미국·유럽과 마찬가지로 그동안 제기해 온 부동산 등 자산 거품과 금융회사 부실에 대한 우려가 줄어들면서 출구전략 추진 여부가 결정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예산안과 부채 한도 확대와 같은 재정 위험은 있지만 출구전략은 금융사와 금융시장 완충 능력이 확보되지 않으면 추진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국내 재테크 시장에서 수익률의 하향 평준화 현상까지 겹치면서 정책 교체기와 리스크 해빙기에 더 큰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 실적 위주의 영업에 치중하면 도덕적 해이 등에 의한 금융 사고가 자주 발생하고 엄격한 리스크 관리가 뒤따르지 않는 상황에서 회사채·기업어음을 비롯한 각종 금융 상품을 판매하다 보면 뜻하지 않은 상황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상춘 한국경제 객원 논설위원 겸 한국경제TV 해설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