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래버레이션이 뜬다

서울 강서구 공항동에는 세 가지 브랜드 이름을 가진 이색 주점이 있다. 바보스 송정역점이 주인공. 이곳에는 바보스라고 새겨진 간판 아래 각기 다른 세 가지 브랜드가 표기돼 있다. 요즘 유행하는 가격 파괴 호프 전문점인 바보비어와 닭강정 치킨 전문점인 꿀닭, 오리엔탈 면 전문점인 미스터 면장이 그것. 116㎡(35평) 남짓한 매장에는 3가지 브랜드의 콘셉트가 혼합돼 있고 고객들은 저렴한 크림 생맥주와 닭강정 등 치킨 안주, 오리엔탈 볶음면 등을 자신의 취향에 따라 즐길 수 있다.

골목길 안쪽에 매장이 있는 데도 서로 다른 업종의 이색적인 결합이 큰 호응을 얻으면서 하루 매출액이 100만 원을 훌쩍 넘어선다. 이 매장의 점장인 조훈(31) 씨는 세 가지 업종이 혼합되면서 시간대별로 다양한 고객층이 이용하고 있고 고객층도 넓어졌다고 말한다. 오후 시간대에는 닭강정이나 치킨 요리를 테이크아웃 하는 고객이 많고 낮 시간이나 초저녁에는 오리엔탈 면이, 7시 이후에는 가벼운 안주와 치킨이 잘나간다는 것.


세 가지 브랜드 한데 모아
조 씨는 호프나 치킨 한 가지만 팔았더라면 요즘 같은 불경기를 버티지 못했을 것이라며 세 가지 업종이 결합된 컬래버레이션 업종은 시간대별로 다양한 고객층을 확보해 다양한 수익원을 가지는 점이 장점이라고 말한다.

바보스는 16년의 역사를 가진 바비큐 보스의 업그레이드 버전인데 사업 콘셉트의 특징은 요즘 뜨고 있는 컬래버레이션, 즉 서로 다른 브랜드나 업종이 만나 시너지 효과를 내는 트렌드의 대표적인 사례다. 바보스의 김형준 이사는 브랜드가 리뉴얼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한 번 가맹점 가입으로 세 가지 브랜드에 대한 사업 권리를 동시에 가질 수 있어 반응이 좋다고 말한다. 경기가 어려워지고 업소들 간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고객의 편의를 보장하고 매출만 더 많이 올릴 수 있다면 상품이나 업종의 경계는 별로 가리지 않는 컬래버레이션이 자영업 시장의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창업] 호프·닭강정·면의 조화…매출 ‘쑥쑥’
가장 대표적인 분야는 커피숍이다. 커피숍들 간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커피에 새로운 판매 아이템을 추가해 매출을 높이려는 시도가 끊이지 않는다. 빵이나 쿠키 등을 결합하는 것은 기본이고 가구나 액세서리, 각종 인테리어 소품을 판매하는가 하면 의류와 구두, 심지어 프라모델이나 향초까지 판매하고 있다.

신사동에 있는 한 커피숍에는 값이 비싼 프라모델의 주 고객이 직장인이라는 점을 감안, 매장에서 커피 외에 관련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압구정동에는 드럭스토어가 슈크림 카페와 함께 운영되는 사례도 있다.

방배동의 한 브런치 카페는 꽃집을 병행하고 있다. 플로리스트의 일터이기도 한 이 카페는 플로리스트의 작품들이 매장을 장식하는 효과를 톡톡히 내고 고객들은 브런치를 즐기러 왔다가 아름다운 플로리스트의 작품을 보고 구매하거나 꽃 장식을 주문하기도 한다.

편의점은 고객에게 편의를 주는 다양한 상품의 결합을 통해 매출 증대를 꾀하는 대표적인 사례다. 최근에는 패스트푸드의 비중을 점차 높여 편의점이 테이크아웃 커피점이나 분식점의 경쟁자가 아니냐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심지어 핫바 어묵은 물론 치킨 메뉴까지 판매하는 패스트푸드점들도 많다.

고객에게 편의를 주는 것도 컬래버레이션의 장점이자 특징 중 하나다. 또한 시간대별로 다양한 고객층을 확보하고 고객의 폭을 넓혀 매출을 늘리는 것은 컬래버레이션의 중요한 목적 중 하나다. 쉽게 바뀌는 유행에 대항하기 위해서든, 고객 편의 증진이든, 매출 증대가 목적이든 업종·상품·브랜드의 경계를 파괴하는 컬래버레이션 업종은 갈수록 늘어날 전망이다.


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 소장┃사진 서범세 기자 joyc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