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GV·에스엠·와이지…“이젠 중국이다”

CGV·에스엠엔터테인먼트(이하 에스엠)·와이지엔터테인먼트(이하 와이지) 등 엔터테인먼트 업체들이 중국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면서 금융 투자 업계에서는 중국 관련 실적 모멘텀이 내년부터 가시화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비즈니스 포커스] 중원에서 날개 펴는 엔터주 3인방
그동안 국내의 엔터테인먼트 업체들은 중국보다 일본 시장 공략에 힘을 쏟아 왔다. 중국 시장의 잠재력에 대해선 동의하지만 음원이나 영화 등 콘텐츠의 불법 복제와 내려 받기, 콘서트 암표 거래가 성행하는 등 한마디로 ‘수익이 생기지 않는 시장’으로 치부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사정이 달라졌다. 제작비나 인건비의 단가가 비싼 일본을 대신할 차세대 성장 동력이 필요한 엔터테인먼트 업체들이 속속 중국 대륙으로 방향키를 돌리고 있다.

중국의 경제성장 모델이 설비투자 위주에서 소비 위주로 전환됐고 도시인구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영화·공연 등 문화비에 돈을 지출하고자 하는 수요 또한 많이 늘었기 때문이다.

‘한류’ 열풍으로 한국 문화에 대해 우호적이라는 것도 중국 진출에 자신감을 갖는 이유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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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멀티플렉스 업체 CJ CGV는 현재 중국 내 20개 상영관을 열었고 올해 말까지 27개로 늘리는 등 꾸준하게 투자하고 있다. 김영옥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2016년까지 현재 확보된 상영관 부지만 110개 정도”라며 “예상보다 중국 시장 침투 속도도 빨라질 전망”이라고 밝혔다. CJ CGV의 중국 법인은 2012년 140억 원의 영업 적자를 기록했고 올해에도 100억 원 수준의 적자 구조가 지속될 전망이지만 증권가에서는 2015년 이후부터 손익분기점을 돌파한다는 데 이견이 없다는 분위기다.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CJ CGV의 성장성을 높이 평가하는 이유로는 첫째, 중국 내 영화를 소비하려는 수요가 증가하고 있으며 둘째, 대도시보다 성장성이 큰 2선 및 3선 도시로의 공격적인 진출을 진행하며 셋째, 깔끔한 인테리어와 높은 서비스 수준 때문에 현지인의 만족도가 높고 주요 대형 개발사와의 합작 계약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 경쟁사에 비해 빠른 점포 확대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중국 영화 산업 세계 2위…잠재력 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영화 시장의 규모는 171억 위안(3조 원)으로,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시장으로 급부상했고 2009년부터 2012년까지 연평균 40%씩 성장률을 기록 중이다. 신정현 삼성증권 연구원은 “세계 2위에 올라섰지만 중국의 영화 시장은 아직도 성장 초기 국면”이라며 “중국의 인구 100만 명당 스크린 수는 2012년 9.7개(미국 127개, 한국 42개), 1인당 영화 관람 횟수는 2012년 0.35회(한국·미국 4회 수준)로 모두 현저히 낮다”고 말했다. 특히 도시인구의 증가로 영화관 관람 문화가 확산되고 있고 중국 영화의 질적인 성장도 중국 영화 시장의 고속 성장을 이끌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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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CJ CGV는 베이징이나 상하이 등 영화관이 포화 상태인 대도시보다 성장성이 큰 2선, 3선 도시로 공격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최근 2008년부터 2012년까지의 도시별 박스오피스 점유율을 살펴보면 1선 도시는 32%에서 26%로 줄어든 반면 2선 도시는 20%에서 24%, 3선 도시는 8%에서 17%로 오히려 외곽 지역의 성장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고급 인테리어와 명품 화장실, 친절한 서비스의 점원을 비롯해 영화관에 CJ 계열의 음식점 등이 갖춰져 있는 등 ‘복합 문화 공간’이라는 차별화된 전략도 현지 관람객들을 사로잡는 강점으로 꼽힌다. 중국인들에게 인기가 높다 보니 화룬·완커·캐피털랜드 등 중국 내 선두권 부동산 개발사들과 제휴해 유망한 지역에 영화관을 지을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갖게 된 것도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영화 시장과 함께 공연 산업도 급성장 중이다. 현재 중국 내의 해외 뮤지션 콘서트 시장 등이 홍콩·선전·상하이 등 해안가의 부유한 도시들을 중심으로 빠르게 퍼지고 있는 중이다.

에스엠은 10월 19일 베이징 올림픽 주경기장에서 7만 관객을 대상으로 중국 최초로 대규모 공연을 개최한다. 와이지도 지드래곤 등 주요 가수의 중국 공연을 추진 중이며 중화권 최대 동영상 사이트 여우쿠에 공식 채널을 열며 중국 시장 공략의 마중물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에스엠은 소속 가수인 보아·동방신기·슈퍼주니어·소녀시대·샤이니·에프엑스·엑소(EXO)·장리인 등 총 10팀이 참가하는 중국 콘서트를 준비 중이다. 무엇보다 지금까지 청룽·류더화·왕리홍 등 중국어권 톱스타들만이 서는 베이징 올림픽 주경기장 무대에 해외 가수 최초로 공연을 펼친다는 점에서 중화권에서 에스엠의 인지도를 다시금 확인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와이지, 화장품 사업에도 진출
에스엠이 내년 중국 활동의 실적 모멘텀을 기대하는 이유는 대형 신인 엑소(EXO)의 중화권 지역에서의 빅 히트가 이미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데뷔한 12인조 아이돌 그룹 엑소의 정규 1집 앨범은 음반 시장에서 12년 만에 가장 많은 74만 장이나 판매됐고 일명 ‘사생팬’이 생겨날 정도로 국내에서 엄청난 팬덤을 형성하고 있다. 한국인 6명으로 구성된 엑소케이는 국내에서, 한국인 2명과 중국인 4명으로 이뤄진 엑소엠은 중국에서 동시에 활동을 시작했다. 데뷔와 함께 해외 활동이 시작된 셈으로, 이 같은 전략 덕분에 엑소의 웨이보(중국판 트위터) 팔로워 수도 이미 359만 명에 이르고 있다. 김현주 아이엠투자증권 연구원은 “엑소케이와 엑소엠의 유닛을 통해 국내 및 중국 시장을 공략, 2014년 이후 중국과 동남아에서의 공연 수익 창출이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와이지는 세 가지 전략을 통해 중국 시장 공략에 나섰다. 첫째, 지난 7월 중국 내의 유튜브랄 수 있는 여우쿠(YOUKU)에 공식 채널을 오픈한 것이다. 와이지는 삼성전자를 메인 스폰서로 참여시키기도 했다. 와이지는 이 채널을 통해 빅뱅·2NE1·싸이 등 소속 가수들의 뮤직비디오나 각종 공연 실황 등을 유통, 중국 시장 진출을 위한 포석을 깐다는 계획이다. 소속 가수인 싸이가 유튜브를 통해 미국·유럽 시장에 수월하게 진출할 수 있었던 선례가 있었기 때문에 동영상 채널에 거는 와이지의 기대는 남다를 것으로 보인다. 와이지는 최근 엠넷을 통해 와이지의 신인 그룹 데뷔 과정을 선보이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여우쿠에 방영 중인데 중국어 자막까지 손수 입히는 등 전략적인 노출을 통해 중국 팬 확보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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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쿠의 YG 채널이 지난 2개월간 1000만 건을 넘기며 단기간에 성공적으로 자리매김하자 지난 9월 여우쿠 투도우 그룹의 창립자 빅터 구(Victor Koo)가 와이지 사옥을 직접 방문하기도 했다.

둘째, 와이지는 지난 8월 국내 화장품 제조 기업인 코스온, 중국 내 유력 화장품 기업인 환야그룹이 추진하는 화장품 사업에 참여해 중국 내에서 ‘케이 뷰티’ 열풍을 이끌 계획이다. 와이지는 50억 원 규모의 코스온 전환사채(CB)를 인수하며 간접 투자 형태로 참여했다.

끝으로 대도시를 비롯해 중국 내의 5~6개 도시 등에서 콘서트도 활발히 열 계획이다. 와이지의 관계자는 “과거에는 암표, 음원 불법 복제 등이 많아 수익을 거두기 힘들었다”며 “하지만 중국은 워낙 잠재력이 크고 소비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내년부터는 현재 와이지의 전체 매출 가운데 3%에 불과한 중국 시장에서의 수익을 점차 늘려가겠다고 밝혔다.


김민주 기자 vit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