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지개 켜는 중국 증시
2008년 6월 차이나 펀드는 무려 20조 원을 넘어섰고 브릭스 펀드, 인사이트 펀드 등 간접적으로 중국에 투자하는 상품들을 포함하면 한국인들의 중국에 대한 투자 규모는 30조 원을 넘었다. 하지만 2013년 현재 차이나 펀드는 주가 하락과 환매가 이어지면서 그 규모가 절반인 10조 원 전후로 크게 하락했고 투자자들에게는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미국 경기가 분명한 회복세를 보이며 출구전략이 시작되고 있고 이를 반영하듯 미국 증시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으며 한국과 유럽 주요 국가들의 증시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중국 증시는 바닥권을 헤매고 있다. 이제는 해외 투자의 시대라지만 중국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는 모두가 부담스러워 한다. 실제로 시진핑 정부가 새로 출범한 이후 단기 회복되던 중국 증시는 다시 조정 국면에 접어들었다. 그렇다면 중국 경제는 어떤 상태일까. 주가가 하락해 온 2007년 이후에도 중국 경제는 매년 8~9%의 고성장을 지속했다. 중국 상장 기업 이익 규모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그렇다면 중국 증시는 왜 장기적인 조정을 받는 중일까. 필자가 생각할 때 중국 증시가 장기 조정을 받는 이유는 크게 3가지 정도로 생각된다. 첫째, 2007년의 과도한 주가 상승에 대한 부담이 후유증으로 작용하고 있다. 2007년 중국 증시는 상하이지수가 무려 6000을 기록하며 주가수익률(PER)은 무려 60배를 기록했다. 국가별로 각국의 주식시장 시가총액은 대략 국내총생산(GDP)과 비슷한 100% 수준이다. 하지만 2007년 중국의 시가총액은 GDP 대비 무려 150% 수준까지 상승했다. 시장 전체가 50% 이상 고평가됐다고도 볼 수 있다. 증시 격언에 ‘산이 높으면 골도 깊어 주가 폭등 이후에는 오랜 조정이 뒤따른다’는 말이 바로 이 말일 것이다.‘비유통주’ 해소로 꼬인 수급 풀려
둘째, 중국 증시가 장기적인 조정을 받는 또 하나의 이유는 ‘비유통주’ 상장이라는 중국 증시 특유의 수급적인 이유 때문이다. 중국 주식시장에는 소위 ‘비유통주’라고 하는 주식 공급 부담이 있다. 비유통주는 중국 금융 당국이 국영기업 주식 중 시장에 충격을 줄 것을 우려해 매매하지 못하도록 묶어 놓은 물량이다. 즉 과거 국영기업을 주식회사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물량 부담을 줄이기 위해 유통을 제한한 주식으로, 중국에만 존재하는 공급 부담이었다. 그러나 일부 주주들의 경영권 월권행위나 주가 산정 등의 문제로 2006년부터 거래 금지를 풀기 시작했고 비유통주의 공급 문제는 고질적인 수급 부담으로 작용해 왔다. 중국 정부는 2016년까지 관련 개혁을 끝낼 방침이지만 실질적인 비유통주 공급은 2013년으로 90% 이상 완료됐다. 지난 7월에도 무려 153조 원 규모의 비유통주 거래가 허용됨으로써 실질적으로는 마지막 대규모 주식 공급이 마무리된 것으로 조사된다. 이론적으로 보면 중국 주식시장에 큰 부담이 돼 온 비유통주 공급도 마무리된 셈이다. 셋째, 중국 증시가 과거 버블 시기와 반대로 사상 최저의 밸류에이션을 받는 것은 중국 정부의 산업구조 개편과 상장 기업의 구성 때문이다. 시진핑 정부는 산업구조 개편을 이야기하고 있다. 수출 중심에서 내수 중심 경제로의 개편, 제조업과 이차산업에서 서비스·소비 등 삼차산업으로의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즉 공급과잉 우려를 낳고 있는 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를 바꾸려는 것이다.
하지만 중국 증시는 은행과 제조업 위주로 구성돼 있다. 2013년 9월 기준으로 중국 주식시장의 대표 지수인 CSI(China Securities Index)300의 구성을 보면 은행을 중심으로 한 금융이 41%, 산업재와 소재가 18%, 에너지가 17%로 금융과 제조업이 무려 76%를 차지한다. 즉 대출금리 자유화 등 금융의 시장화가 진행돼 그동안의 정부가 보장해 주던 예대마진이 무너지고 있는 은행주들과 구조조정의 대상이 되고 있는 제조업이 주식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중국 주식시장 전체나 주가지수 자체가 오르기는 어려운 것으로 파악된다. 실제로 올 들어 9월 13일까지의 주가 상승률을 보면 정보기술(IT)·헬스케어·소비재 등은 평균 15% 이상 상승했지만 금융·에너지·산업재·소비재 등은 주가가 하락해 전체 주식시장은 조정 장세를 보였다. 과거 우리 시장을 돌이켜 보면 1980년대 중심 산업이었던 은행·무역회사·건설회사·한국전력 등이 시가총액의 중심이었던 시절이 있었고 많은 소비재 주식들의 주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코스피 지수는 지속적인 조정을 보였던 것과 비슷한 상황으로 파악된다.
기존의 중국 투자 방식과는 달리 가야
한편 중국 경제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경기 회복과 유로 경제의 바닥 탈출로 수출 수요 회복을 맞고 있다. 상반기 내내 중국 경제는 구조조정에 휩싸이면서, 심지어 경제 경착륙 우려까지 제기됐다. 하지만 8월 이후 중국의 경제지표는 회복세가 뚜렷하다. 공급과잉이 있는 주요 제조업에 설비 조정이 진행되고 있는 데다 수출 수요가 살아나면서 기업 이익 예측치가 증가세로 반전되는 분위기다. 인도나 인도네시아 등의 다른 이머징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펀더멘털이 강한 중국 기업들에 글로벌 투자 자금들이 복귀하고 있다. 중국 경제에 대한 단기적인 전망도 서구권을 중심으로 회복되기 시작했다. 시장 자체에 대한 기대가 커지기 시작했다는 얘기다. 중국 펀드나 중국 투자에 모두가 부담스러워 하는 현시점에서 중국에 대한 투자는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저금리와 저성장 시대를 맞고 있는 한국인들에게 중국은 장기적으로 좋은 투자처 중 하나라고 판단된다. 현시점은 역사상 최저 평가를 받고 있어 장기 투자하기 좋은 시점이다. 한때 150%를 넘나들던 중국의 GDP 대비 주식시장 시가총액은 현재 50%가 채 되지 않는다. 다른 나라에 비해 크게 저평가된 것이다. 또 중국 정부의 구조조정 이슈가 주가에 선반영돼 악재가 이미 상당 부분 노출됐다는 측면에서도 편하다.
또한 중국 경제가 터닝하는 시점을 앞두고 있고 기업 이익 개선이 기대되는 시점이라는 측면에서도 중국 주식시장의 전망은 그 어느 때보다 장기적인 측면에서 밝다. 또 현재 중국 주식시장은 ‘금리자유화’와 자본시장 개방을 앞두고 있다. 상하이 자유무역지구를 신설하고 금리자유화를 추진하는 등 중국 자본시장은 본격적인 시장화와 대외 개방을 앞두고 있다. 남들이 모두 투자하겠다는 시점에서는 버블을 우려해야 하지만 지금처럼 모두가 피하려고 할 때 투자 기회가 생길 수 있다.
다만 투자의 방법을 차이나 펀드가 아니라 소비재 1등주로 바꿔야 한다.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중국의 주가지수는 금융과 제조업이 시가총액의 약 76%를 차지한다. 중국에 투자할 때 주가지수에 대한 투자는 중국 정부의 정책 방향에도 역행하는 방향이라고 할 수 있다.
필자의 판단으로는 중국 주식시장에 투자할 때는 과거 한국 주식시장이 개방되던 1990년대 초반에 외국인 투자가들이 ‘블루칩 혁명’이라는 용어를 소개라도 하듯이 소비재 1등주를 사들이면서 장기 투자해 기록적인 투자 수익을 거뒀던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중국의 소비시장은 향후 10년 동안 장기적인 성장이 예상된다. 중국에 대한 투자는 지수형 펀드보다 소비재 1등주 주식들에 장기 투자하는 방법이 좋을 것으로 판단된다. 중국 지수는 최근 6년 내 최저 수준이다. 만약 개별 주식에 직접 투자하기가 어렵다면 중국 1등주에 투자해 주는 신탁 상품에 가입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조용준 하나대투증권 리서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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