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A 씨의 포트폴리오 리모델링

서울에서 병원을 운영하는 A(58) 씨는 최근의 증시 회복이 전혀 반갑지 않다. 오랜 주식 투자에도 불구하고 지난 금융 위기 이후 내리 손실만 봤기 때문이다. 지난 6월에는 장기간 보유해 오던 국내 주식들을 일괄 손절매해 지금은 은행 정기예금에 넣어 두고 있다. 시장 변동성이 급격히 확대되자 놀란 가슴에 급히 현금화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이후 국내 증시는 지속적으로 회복되며 2000을 넘나들고 있다. 게다가 손실률이 큰 신흥 시장 투자 해외 펀드는 지금까지 보유하고 있다. 지난 6월에도 해외 펀드의 상대적 손실률이 컸던 만큼 선뜻 매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보유 중인 차이나 펀드와 브릭스(BRICs) 펀드는 여전히 수익률이 개선되지 않아 그만큼 상대적 박탈감이 크다.

최근 국내 증시에 대한 외국인의 순매수 규모는 8월 중순 이후 9조 원을 넘어서고 있다. 또 유로존의 분기 성장률이 플러스로 전환되고 중국의 제조업 지수도 십수 개월 만에 확장 국면을 나타내는 투자 환경에서 ‘새로운 투자 기회를 찾아야 하는 게 아닐까’라는 것이 A 씨의 생각이다. 이에 따라 A 씨는 유동성 장세가 실적 장세로 이어질 것이라는 투자 전망과 지난 6월의 섣부른 투자 판단을 후회하며 투자 포트폴리오를 바꿔 시장에 대응하기로 했다.

먼저 보유 중인 브릭스 중심의 해외 펀드를 순차적으로 매도하기로 했다. 글로벌 증시는 당분간 선진국 중심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높고 이후 순차적으로 중국 등 이머징 증시로 확산될 것이라는 전망에서 성과가 부진한 해외 펀드를 매도하고 유망한 섹터로 비중을 조정하기로 했다.

신흥국 증시 중에서는 한국 증시의 부각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에 국내 주식형의 비중을 확대하기로 했다. 결국 전체 투자 금액 중 주식형 자산의 비중을 50% 수준으로 맞춘 뒤 은행 금리의 이상의 중위험·중수익 자산으로 나머지 부분에 배분해 전체적인 투자 균형을 유지하기로 했다.


‘롱숏 펀드’, 필수 투자 상품으로 부상
먼저 국내 주식형 펀드는 최근 가치주 펀드 위주로 좋은 성과를 보이고 있지만 향후 본격적인 실적 장세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가치주 펀드보다 성장형 펀드에 중심을 두고 시장의 질적 변화에 대응하기로 했다.
[新 자산 배분 전략] 브릭스 펀드 팔고, 국내 주식형 비중 ↑
해외 주식형 펀드에는 선진국 증시에 투자하되 신흥 시장 소비 확대의 수혜를 지속적으로 받을 수 있는 컨슈머 펀드, 최근 지수 하락을 벗어나 점진적으로 회복되고 있는 중국 본토 상장지수펀드(ETF)와 일반 중국 본토 펀드를 선택했다.

다음으로 해외 채권형 펀드에 5000만 원을 투자하되, 예상되는 글로벌 금리 상승기에도 타격을 덜 받을 수 있는 미국 고수익 회사채에 투자하는 펀드로 배분했다. 지수형 주가연계증권(ELS)에 1억2000만 원을 투자했다. 지수형 ELS만큼 최근 시장에 잘 부합하는 투자 대상도 많지 않다. 다만 금융 소득 규모에 민감할 때가 있어 투자 금액 조절이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롱숏 펀드에 5000만 원을 투자했다. 시장의 변동성이 갈수록 커지는 상황에서 시장의 방향과 관계없이 중위험·중수익의 절대 수익을 추구하는 투자 대상은 포트폴리오에 필수적이다. 기본적으로 롱숏 펀드는 지수의 상승과 하락에 수익률이 구애받지 않도록 위아래 양방향에 동시 투자해 절대 수익을 추구하는 구조이며 과세표준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현재 리밸런싱은 순차적으로 진행하고 있으며 10월 이후 있을 수 있는 변동성 장세에서 분할 매수하는 전략을 세워 놓고 있다. 이 포트폴리오의 예상 수익률은 8.5% 내외이며 시장 상황에 맞도록 적절한 이익 실현을 병행한다면 성과는 더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기상 미래에셋증권 여의도영업부 웰스매니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