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강세 소재·산업재 매도 타이밍 언제?

소재 및 산업재의 랠리가 맹렬하다. 이러한 소재 및 산업재 랠리 뒤에는 중국의 경기 반등이 자리하고 있다. 9월 홍콩상하이은행(HSBC)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1.2를 기록했다. 이는 8월의 50.1보다 크게 개선된 것일 뿐만 아니라 전문가 예상치인 50.9를 넘어서며 6개월 내 최고치를 기록한 것이다. 중국 HSBC PMI가 긍정적으로 발표되면서 중국 관련 업종이라고 할 수 있는 소재 및 산업재 주가 역시 강세를 보였다.
[화제의 리포트] 8월 이후 랠리…코스피 고점 살펴야
당초 소재 및 산업재의 랠리는 다소 의외의 현상으로 받아들여졌다. 많은 투자자들은 원자재 사이클과 중국 사이클이 마무리됐다고 여기고 있고 중국에서는 겉으로 드러나는 특별한 부양책도 없었기 때문이다.

낯설게 보이는 이런 현상은 2012년 11월의 소재 및 산업재 랠리와 여러 부분에서 매우 닮아 있다. 2012년 11월 중국 경제 데이터와 소재 및 산업재, 제품 가격에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 2012년 하반기는 내수주와 방어주가 강세를 보였던 시기였다. 업종별로 제약·통신·유틸리티 등이 강세를 보였다. 반면 경기 민감주는 상대적으로 부진한 흐름을 이어 갔다. 하지만 2012년 11월 22일 이후 약 한달 반 동안 소재 및 산업재의 반짝 랠리가 나타났다.

왜 하필이면 11월 22일까. 이날은 중국의 HSBC PMI가 50.4를 기록하며 12개월 만에 기준선(50)을 웃돌며 서프라이즈를 기록한 날이다. 중국 투자 사이클이 종료되면서 1년 넘게 기준선을 밑돌았던 HSBC PMI는 11월에 서프라이즈를 기록하면서 중국 관련주인 소재 및 산업주의 반등도 시작됐다. 이는 지금과 매우 닮은 점이다. 이번 소재 및 산업재의 랠리도 탄력을 받게 된 시점이 HSBC PMI가 발표됐던 8월 22일부터였다.


최근 주가 상승은 작년 말과 ‘닮은꼴’
유사성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주가의 반등에도 불구하고 펀더멘털의 변화가 거의 없었다는 점도 지금과 매우 닮은 점이다. 먼저 소재 및 산업재의 펀더멘털이라고 할 수 있는 상품 가격과 화학·철강 제품 가격을 살펴보자. 2012년 11월 당시 상품 가격은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로 주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상품 가격은 별다른 변화가 없다. 또 화학제품 가격만 다소 반등했을 뿐 나머지 제품이나 철강 제품 가격은 변함없이 하락세를 이어 가고 있다. 기업 실적도 마찬가지다. 2012년 11월 이후 화학·철강·조선의 12개월 예상 주당순이익(EPS) 추정치를 살펴보자. EPS 추정치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으며 오히려 더 밑돌고 있다.

결론적으로 2012년이나 지금이나 소재 및 산업재 상승은 밸류에이션 멀티플이 낮은 상황에서 중국 모멘텀(HSBC PMI)을 타고 나타난 반짝 랠리의 성격이 강하다. 향후 가격 지표들이 좋아진다면 주가의 추가 상승에 동의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상황만 놓고 본다면 현재 상승은 밸류에이션 모멘텀 플레이라고 판단된다.

소재 및 산업재의 2012년 11월 반등이나 지금 반등 모두 밸류에이션 매력에 경기(톱 다운 Top-down) 모멘텀이 추가되면서 나타난 현상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마지막으로 살펴볼 것은 이런 상황에서 소재 및 산업재의 고점이 언제이고 언제 매도하는 게 적절한 타이밍인지 알아보는 것이다.

고점 분석 역시 작년 11월과 비교하는 방법을 이용했다. 물론 과거의 사례가 현재에 똑같이 반복된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랠리의 시작점이 비슷하다면 랠리의 고점도 참고할만한 가치가 있을 것이다.
[화제의 리포트] 8월 이후 랠리…코스피 고점 살펴야
밸류에이션만 오른 주가는 위험 선호도가 사라지면 충격을 받는다. 다시 2012년으로 돌아가 보자. 11월 22일부터 시작된 소재 및 산업재 랠리의 고점은 다음 해인 2013년 1월 3일에 나타났다. 당시 고점을 만들었던 핵심 요인은 무엇일까. 앞서 살펴본 펀더멘털 지표를 보면 설명되지 않는다. 원자재 가격은 오히려 2013년이 시작되고 나서 더욱 강세를 보였으며 철강 및 화학제품 가격 역시 주가 랠리가 있었던 12월보다 1월의 상승세가 더 가팔랐다. 기업 실적 추정치도 1월에 오히려 상향 조정되거나 하향 속도가 느려졌지 고점이라는 신호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HSBC PMI 역시 2013년 1월에도, 그다음달인 2월에도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재·산업재의 상대 주가는 2013년 1월 3일이 고점이었다. 왜일까.

답은 의외로 간단한 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11월 중순 이후 반등세를 이어가던 코스피의 고점이 바로 2013년 1월 3일에 나타났다는 것이다. 코스피의 고점이 소재·산업재의 고점이 됐던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앞에서 우리가 분석한 것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앞서 우리는 소재 및 산업재 랠리의 특징을 펀더멘털의 변화는 미미한 가운데, ‘낮은 밸류에이션+경기 모멘텀’에 의한 상승이라고 말했다. 다시 말해 EPS는 별다른 변화 없이 주가수익률(PER)만의 상승에 기댄 랠리였다는 것이다. 이러한 밸류에이션만 높아진 랠리의 특징은 위험 선호도와 관련된다. 위험 선호도가 살아나면 이런 랠리는 빠르게 상승하지만 반대로 위험 선호도가 사라지면 곧바로 급락세로 돌아서는 경향이 있다.

2013년 1월 3일 조정의 빌미가 됐던 것은 뱅가드 이슈였다. 뱅가드의 벤치마크 변경에 따라 1월 10일부터 총 9조 원 규모의 순매도가 시작됐다. 이에 따라 외국 순매도세가 나타나면서 코스피는 상승 랠리를 멈추고 하락했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의 발언과 제3차 양적 완화(QE3)로 시작됐던 위험 선호 현상은 결국 뱅가드 이슈로 마무리됐다. 위험 선호도가 하락하자 PER만으로 상승했던 소재 및 산업재는 주가 하락의 중심에 서게 됐다. 결국 위험 선호도가 하락하는 시점이 밸류에이션으로 상승한 주식들의 고점이 됐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코스피의 고점이 소재 및 산업재 랠리의 고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우리가 소재 및 산업재 랠리의 고점을 찾기 위해서는 코스피의 고점을 찾아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좀 더 분석할 필요가 있겠지만 단기적으로 위험 선호도를 위협할 이슈로는 미국 부채 한도 협상을 꼽을 만하다. 협상이 잘 진행된다면 10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의 철회(tapering) 여부 등이 두 번째 고비가 될 가능성이 있다. 코스피 단기 고점 가능성과 위험 선호도 후퇴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경기 방어주와 IT에 관심 둘 때
그렇다면 2012년 11월과 비교했으니 당시 소재·산업재 랠리가 끝나고 어떤 업종으로 투자자들이 갈아탔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랠리가 마무리된 2013년 1월 2일 이후 2개월간의 주가를 보면 소프트웨어·제약·미디어·자동차·통신서비스·디스플레이·음식료·금융순으로 주가 강도가 강했다. 이들 업종 대부분이 2012년 11월 상승에서 부진한 수익률을 거뒀던 업종이라는 사실이 흥미롭다. 그리고 경기 민감주의 하락에 따라 상대적으로 방어주·내수주 콘셉트의 업종들이 상대적인 강세를 보였다.

따라서 이런 업종 중에 다양한 콘셉트를 활용해 추가 매수할 종목의 리스트를 만들 수 있다. 중국의 국경절을 앞두고 레저·미디어 업종 콘셉트, 전기요금 이슈가 본격화될 유틸리티, 아이폰 5S의 반짝 모멘텀을 얻을 수 있는 디스플레이, 자사주 이슈 등으로 시끄러웠던 보험 등이 꼽을 수 있는 짧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한다.

또한 다음 소재 및 산업재 투자의 기회를 잡는다면 언제일까. 아무리 급락하는 주식이라도 하락만 계속하지는 않을 것이고 반대로 반등이 지속되지도 않을 것이다. 이것을 쉽고 효과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트레이딩 방법이 이격도(주가가 이동평균선과 어느 정도 떨어져 있는지를 의미함)다. 이번 소재 및 산업재 랠리도 큰 틀에서 본다면 이격도 플레이만으로도 효과적으로 기회를 포착할 수 있었을 것이다.


정리 이홍표 기자 hawll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