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내년 예산을 올해보다 4.6% 늘어난 357조7000억 원으로 예상했다. 총 수입은 370조7000억 원으로 지난해보다 0.5% 줄면서 2010년 이후 처음으로 감소세로 돌아선다. 올해처럼 경기 침체로 국세 수입 증가율이 둔화되고 세외 수입도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했기 때문이다. 가계에 비유해 얘기하면 아버지가 벌어오는 돈은 줄어드는데 어머니의 씀씀이가 커지면서 가계의 빚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내년도 국가 부채는 515조2000억 원으로, 국민 1인당 부채 규모는 1025만 원을 기록해 사상 처음으로 1000만 원을 돌파했다. 강봉균 전 의원은 이번 세법개정안에 대해 “경제 활성화를 위해 지출을 늘리고 복지 지출도 늘리려다가 한국 경제의 유일한 버팀목인 재정 건전성이 나빠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내년 국가 채무 515조 원
내년 SOC 부문 예산은 올해보다 1조 원(4.3%) 줄어든 23조2621억 원이 배정됐다. 정부는 지난 5월 국정 과제 실천 계획을 담은 ‘공약 가계부’를 발표하면서 SOC 분야에서 향후 5년간 11조6000억 원을 덜 써 공약 이행에 필요한 134조8000억 원의 일부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마련된 2012~2016년 국가 재정 운용 계획에서 제시된 SOC 지출 규모는 약 23조 원이다. 내년 SOC 지출 규모는 여기서 1조7000억 원을 뺀 21조3000억 원이 돼야 했지만 실제로는 23조3000억 원을 책정했다. 예정보다 2조 원 정도를 더 배정한 것. 사실상 올해에는 SOC 세출 구조조정을 포기한 것이다.
일자리를 포함한 복지 예산은 105조8726억 원으로 8.7% 증가했다. 기초노령연금이나 반값 등록금 등 일부 대선 공약이 후퇴하긴 했지만 복지 예산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당장 내년에 늘어나는 예산 15조7000억 원의 4분의 3이 넘는 76%를 복지 지출이 차지하고 있다. 기초연금은 재정지출 비율이 27.8%에 달한다. 0~5세 아동을 둔 가정에 지급하는 보육·양육 수당도 지난해 3조4000억 원에서 올해 4조1000억 원으로 증가했다.
문제는 국가의 재정 건전성 악화를 우리가 얼마나 견딜 수 있느냐다. 올해 제시한 2013~2017년 계획에는 내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비율이 36.5%, 2015년 36.5%, 2016년 36.3%, 2017년 35.6%로 30% 선에서 내려서지 못할 전망이다.
2014년으로 예정한 균형재정 목표도 이번 정부 임기 내에는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기획재정부는 GDP 대비 관리 재정 수지 예상치로 2015년 마이너스 1.1%, 2016년 마이너스 0.9%, 2017년 마이너스 0.4%를 제시했다. 국가 채무는 내년에 515조2000억 원으로 500조 원을 돌파하고 2017년에는 610조 원으로 600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관측됐다.
재정 전문가들은 대선 공약 이행과 재정 건전성 유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지적한다. 염명배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결국 복지 공약 중 일부를 솎아내지 않으면 건전재정 기반이 훼손될 것”이라며 “박근혜 정부가 증세냐, 복지 지출을 대폭 줄이느냐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고 말했다. 현진권 한국재정학회장은 “정부는 내년도 경제성장률을 3.9%로 보고 이번 예산안을 편성했지만 이 정도 성장률을 달성하는 건 현 상황에서는 불가능하다”며 “결국 예상만큼 성장하지 못하면 세입도 줄고 재정 적자 폭도 늘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세종=김우섭 한국경제 경제부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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