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는 기회…올해 안 중소형 아파트 사라”

전월세로 계속 살까, 이번 기회에 내 집 마련을 해야 할까. 박근혜 정부의 8·28 대책 발표 이후 부동산 시장에 온기가 돌면서 무주택자뿐만 아니라 집을 살 여유가 있지만 집값 하락을 우려해 전세살이를 고집하던 이들도 ‘내 집 장만’을 고민하고 있다. 과연 지금이 집을 사야 하는 ‘적기’일까.
[SPECIAL REPORT] 부동산 전문가 리얼 토크-집 살까 말까
‘8·28 전월세 대책’ 발표 이후 신규 분양 아파트 견본시장에 사람들이 몰려들고 강남 재건축 시장의 호가가 오르는 등 최근 분양 시장을 중심으로 부동산 시장이 모처럼 꿈틀거리면서 집을 살까 말까 고민하는 이들이 부쩍 늘고 있다. 이상영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 김희선 알투코리아 전무, 박합수 KB국민은행 부동산팀장이 이 같은 고민의 해답을 찾고 주택 시장의 전망을 진단하기 위해 좌담회를 가졌다. 이들은 ‘실수요자라면 집을 사는 것을 긍정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의견을 같이했다. 집값이 상승세는 아니지만 바닥을 다지고 있으며 1%대의 파격적인 저금리(수익·손익 공유형 모기지)로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는 기회는 흔하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낮은 금리라도 무리한 대출은 가계에 독이 되는 만큼 본인의 소득과 지출 규모를 냉정히 따져 상환 능력을 갖췄는지 꼼꼼하게 계산해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부의 각종 금융·세제 혜택에 힘입어 전세 수요가 매매 수요로 이동할 가능성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는데, 과연 올해가 가기 전에 집을 사야 하나.
박합수 KB국민은행 부동산팀장(이하 ‘박 팀장’)
‘하우스 푸어’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어서 그런지 집을 사는 것에 대해 두려움이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집값은 뚝뚝 떨어지는 데 높은 금리의 대출이자를 갚느라 생활이 어려워진 이들이 많았다. 바로 이런 상황이기 때문에 정부가 제시한 1%대라는 저리 대출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 현재의 물가 상승률과 비교해 보면 이처럼 낮은 대출이자는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또한 시세 차익에 대한 기대감이 그리 크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투자자들 대신 실수요자들이 움직이고 있다는 점 또한 긍정적이다. 집을 투자 가치로 보는 게 아니라 거주 가치로 생각하는 이들이 매매 시장에 오고 있기 때문이다. 실수요자들로서는 매달 월세를 내고 전세금을 올려주느라 2년마다 대출을 받고 이사 비용을 내는 것과 비교했을 때 집을 사는 게 거주 비용을 줄이는 차원에서 더욱 의미가 있기 때문에 이번 기회를 이용하는 게 좋다고 생각된다. 어느 정도 종잣돈을 갖춘 생애 최초 주택 구매자는 정책적 혜택이 많기 때문에 올해 안에 집을 사는 게 좋다.

김희선 알투코리아 전무(이하 김 전무) 한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도시 근로자의 연소득 대비 아파트 전셋값 배율(PIR)은 서울이 5배 정도였다. 월급을 한 푼도 쓰지 않고 5년 동안 꼬박 모아야 전셋집을 마련한다는 얘기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대체적으로 부모에게 물려받은 자산이 없고 고액 연봉자가 아닌 경우에는 집을 사기 위해, 또는 전세를 얻기 위해 대출을 받는다. 또한 임대인들은 시중 은행의 금리가 워낙 낮아 반전세나 월세를 요구하다 보니 이를 내다 보면 저축을 할 수 있는 여력도 줄어들게 된다. 이런 상황 속에서 시중에 이미 나와 있는 전세 자금 대출금리보다 더 낮은 조달 금리의 상품을 지혜롭게 이용할 필요가 있다. 기왕이면 전세로 살지 말고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하고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게 좋다. 과거에도 전셋값과 매매가의 격차가 적은 지역에 있는 사람들은 차라리 돈을 더 보태 집을 사버리는 게 일반적인 패턴이었다. 그게 더 현실적이고 경제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상영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이하 이 교수) 영국 등에서도 수익·손익형 모기지와 비슷한 제도가 시행됐는데, 우리나라의 조건이 유리한 것은 국민주택기금이 조성돼 있다는 점이다. 정부의 예산을 직접 출연하지 않고 30년 동안 복권·국민주택채권·청약저축·이자 수입 등으로 조성했고 지난해 기준으로 45조 원 정도가 확보된 상태이기 때문에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서민·중산층의 주거 안정에 활용한다는 발상은 매우 긍정적이다.

최근 들어 주택을 살 여력이 되는 이들도 전세 수요로 전환되면서 전세난이 더욱 가중되고 있다. 기금을 통한 저리 대출은 임대 수요를 매매 수요 쪽으로 돌리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활용될 것이다. 펌프로 물을 끌어올리려면 마중물을 먼저 붓고 펌프질을 해야 한다. 저리 대출을 통해 넘쳐나는 전세 수요가 매매 쪽으로 넘어가 준다면 선순환이 일어날 것이다. 이제 정부의 주택 정책도 기존의 주택 공급을 늘리는 방식에서 금융 제도를 손질하는 것으로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다.

그렇다면 어떤 이들이 이번 모기지 대출을 활용해 집을 사도 좋은 것일까.
박 팀장 상환 능력이 갖춰진 수요자들이 적합하다. 전세를 살면서 대출금이 적고 자산이 있다면 이번 기회에 매매 쪽에 관심을 가져도 좋을 것이다. 무엇보다 올해 말까지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에 대한 취득세 감면 혜택이 주어지는데 이것도 무시할 수 없다.

또한 수익 공유형 모기지, 손익 공유형 모기지 상품 가운데에서도 보유 자산과 상환 능력을 잘 고려해 선택해야 한다. 예를 들어 수익 공유형 모기지는 만약 대출 한도금액인 2억 원을 빌렸을 때 20년 동안 원리금과 이자를 균등하게 분할해 매달 상환해야 한다는 조건이다. 그렇다면 거치 기간을 따지지 않고 단순히 계산해 보면 대출을 받은 다음달부터 96만5091만 원(대출금리 1.5%)을 갚아야 한다. 소득이 웬만큼 많지 않고서는 보통의 가정에서 이것을 감당하기에는 굉장히 큰 부담일 것이다. 통상적으로 대출을 끼고 주택을 살 때 수요자의 자기자본이 60~70%, 대출은 30~40% 정도를 하는 게 안정적이다. 이 때문에 ‘상환 가능 금액’에 대해 꼼꼼히 고려해 자신의 재무 포트폴리오부터 짜는 게 좋다.

김 전무 우리은행의 사전 상담 결과를 살펴보면 수익 공유형은 주택 가격의 최대 70%까지 대출해 주고 손익 공유형은 최대 40%까지 해주다 보니 상대적으로 수익 공유형에 대한 인기가 매우 높다. 하지만 수익 공유형은 박 팀장의 말처럼 수입이 많아 상환 능력이 충분한 신혼부부가 받는 게 좋고 자금 여력이 안 될 때에는 손익 공유형을 택해야 한다. 자신의 보유 자금이나 소득보다 지나치게 비싼 집을 사는 것은 위험하다. 손익 공유형은 5년간 1%의 금리에다 20년 만기 일시 상환이기 때문에 매달 내야 할 이자에 대한 부담도 수익 공유형에 비하면 훨씬 낮아 매력적이다.

대출금리가 낮아 ‘솔깃’하기는 하지만 집값이 더 떨어질까봐 매매를 주저하는 이들도 많다.
박 팀장 여러 데이터를 참고했을 때 집값은 추가 하락하더라도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KB국민은행이 조사한 최근 2~3년간의 통계에서 보더라도 주택 가격 상승률의 흐름이 ‘L자’ 형태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하방경직성이 예상된다. 물론 지역별 편차는 있지만 고가 대형 아파트와 재건축 아파트의 매매가는 2007년에 비해 35% 정도 떨어진 상황이고 중형은 15% 전후, 소형은 거의 떨어지지 않았다. 고가 중대형 아파트의 가격이 크게 떨어지다 보니 시장의 분위기가 자꾸만 ‘하락’ 쪽으로 기운 것도 없지 않다. 가격에 대한 것은 심리적인 영향도 매우 크다. 자꾸만 집값이 하락한다는 분위기가 조성되면 시장 또한 그렇게 움직이게 된다. 현재 매매 타이밍을 노리고 있는 수요층들이 잠재돼 있는 만큼 추가 하락에 대한 우려는 적을 것으로 예측된다.

이 교수 사실 시장의 상황은 서울·인천 등 지역별로 차이가 있고 주택의 형태·평형에 따라서도 제각각이기 때문에 하나의 잣대로만 판단해서는 안 된다. 지금까지의 흐름을 살펴볼 때 경기의 바닥은 지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매매가가 상승하더라도 예전처럼 엄청나게 오르지는 못할 것이라는 것도 이미 사람들이 알고 있다. 그간은 정부의 정책이 취득세를 감면해 줬다가 또 이를 종료했다가 하는 식으로 지나치게 한시적인 부분이 많다 보니 장기적으로 예측을 할 수 없게 만들었다. 같은 매물일지라도 지난달에 산 사람과 이번 달에 산 사람이 정책 때문에 몇 천 만 원의 세금을 내고 안 내는 등의 상황이 자주 벌어졌기 때문에 시장에 혼란을 가중시킨 것이다. 현재도 취득세율 영구 인하, 월세 소득공제 확대 등의 법안이 아직 국회에 발이 묶여 있다. 이런 불확실성이 시장을 좌우할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그렇다면 어느 지역의 집을 사야 하나.
박 팀장 자산의 규모에 따라 좀 다를 것이다. 내가 만나는 VVIP 고객들은 최근 들어 자녀들을 위해 어느 지역에 집을 사야 하나 고민하는 이들이 부쩍 많아졌다. 이들은 향후 재건축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는 강남의 노후 아파트 단지를 비롯해 고점 대비 거품이 많이 빠진 경기도 분당, 가재울뉴타운 등의 대형 평형 아파트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물론 중대형보다 중소형 아파트에 대한 인기가 더욱 높지만 집을 넓히려고 생각한 사람들은 고점보다 30~40% 정도 가격이 조정돼 있기 때문에 이 기회를 이용하는 것도 좋다. 소득이 적은 생애 최초 주택 구입들은 경의선 개통과 함께 서울 접근성이 좋아진 고양시가 괜찮다. 행신동은 아파트 가격이 많이 내렸다. 또한 요즘 주목을 많이 끌고 있는 하남·미사지구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신세계 그룹에서 대규모 교외 복합 쇼핑몰을 짓고 있어 발전 가능성이 농후하다. 김포 공항에 인접한 마곡지구의 신규 아파트를 분양 받아 시세 차익을 누리는 방법도 좋다.

김 전무 요즘 신규 아파트는 ‘착한 분양가’다. 만약 목돈이 없다면, 신규 분양 시장에 관심을 가져보는게 낫다. 매매가 대비 전세가율이 높았던 지역을 살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또한 중소형 규모의 아파트가 미래 가치가 좋다. 아무리 집값이 하락하고 실거주 목적이라고 할지라도 ‘환금성’을 무시해서는 안 되기 때문에 ‘미분양’, ‘파격 세일’ 등에 현혹돼 급하게 매매해선 안 된다.

이 교수 김 전무의 말처럼 우려되는 현상은 부동산 경기가 좋아진다는 분위기가 조성되면 건설사들이 일시에 분양을 털어 내기 위해 대거 분양에 들어간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다 보면 김포·일산 지역의 미분양이 더 증가될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지역과 분양가 변동에 대해 관심을 갖고 어느 지역에 집을 살 것인지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

올해에는 시범적으로 3000호만 선착순으로 저리 대출의 기회를 주다 보니 ‘모기지 로또’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박 팀장 부부 연소득 합산 7000만 원 이하라는 제한 때문에 간신히 7000만 원을 넘긴 맞벌이 부부에게는 ‘역차별’이 되기도 한다. 도시 근로자를 기준으로 연소득 8000만~1억 원 정도까지 늘려줘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사전 심사를 까다롭게 해 일정 수준에만 부합한다면 모두에게 기회를 주는 방법을 택해도 좋을 것이다.

이 교수 박 팀장의 말에 동의한다. 애초에 8·28 전월세 대책의 목적이 물려받은 유산이 없는 평범한 봉급생활자, 신혼부부 등이 전월세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룰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만든 만큼 대상을 ‘무주택자’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끝으로 전세 물량이 없어 울며 겨자 먹기로 월세살이를 하고 있는 이들의 고충을 해결할 방안은….
이 교수 우리나라의 주택 임대차 시장이 전세 중심에서 보증부 월세, 월세로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지만 정부는 월세 시장에 대한 정책을 만드는 데는 상대적으로 부지런하지 않았다. 주택 바우처나, 월세 소득 공제를 적극적으로 이용해야 한다. 하지만 월세 공제를 받고 싶어 집 주인에게 이야기하면 대부분이 이를 거부한다. 집주인 입장에선 자신의 수익이 고스란히 드러나 세무 당국이 과세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이제라도 민간 임대 사업자들을 ‘양성화’하기 위한 각종 세제 혜택이 필요하다고 본다.


사회·정리=김민주 기자 vitamin@hankyung.com 사진 김기남 기자 kn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