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각적 설계 ‘눈길’…건축 문화 새바람
“어 두컴컴한 주차장과 답답하고 좁은 복도를 지나 집으로 들어가는 다세대주택이 아니다. 밝은 빛과 시원한 바람을 느끼면서 집으로 들어가는 상상만으로 기분이 좋아진다. 복도를 외부에 두고 가운데는 공용 광장을 만들어 함께 사는 사람들에게 빛과 바람을 마음껏 누리게 한 다세대주택은 없었다. 창조공간의 백미는 바로 계단과 계단에 이어지는 공용 광장, 그 위로 뚫린 U자형 건물 곡선에 있다.” 최근 천편일률적인 아파트에서 벗어나 집을 직접 짓는 것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넓은 마당이 있는 전원주택뿐만 아니라 서울에 수없이 많은 노후 주택을 빌라로 재건축하는 열풍이 불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형 주택에 관심을 가지는 건축가는 많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작든 크든 집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집을 헐고 다가구 또는 다세대주택을 지을 때 거의 대부분은 동네 집장사들에게 맡겨 주먹구구식으로 짓는 경우가 많았다.건축주, 모든 과정에 직접 참여
도시형 생활주택이지만 건축가가 디자인에 가치를 두고 설계하고 친환경 공법으로 공동주택을 짓는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소형 주택 사업을 전문적으로 하는 도시건축앤공감의 브랜드 ‘창조공간’이 건축 문화의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도시건축앤공감은 소형 주택의 시공·설계·감리를 함께하기 위해 ‘도시건축’과 ‘공감건축사사무소’가 의기투합해 뭉쳤다. 그리고 일본 나카에유지 건축사사무소와 협업해 빌라나 하우스가 아닌 ‘창조공간’이다.
창조공간의 일곱 집은 복층 구조 5채, 단층 구조 2채는 각기 생김새가 다르고 그 집만이 가지고 있는 특징들이 있다. 천장에서 바닥까지 세로로 길게 낸 창문, 집집마다 구불구불 이어진 곡선이 편안하다. 아이들은 금세 계단과 친해지고 집은 어느새 놀이터가 될 정도로 재미있는 구조들이다.
또한 창조공간의 매력은 친환경 소재에 있다. 시멘트독이 집 안에 침투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벽에는 울트라 그립을, 바닥에는 덤프록이라는 특이한 소재로 코팅했다. 그 위에 던에드워드 페인트사의 제품으로 시공했다. 던에드워드사의 페인트는 에틸렌글리콜을 사용하지 않으므로 새집증후군을 예방하는 친환경 제품이다. 또한 마루는 케이디우드테크의 방습 마루라는 특이한 소재를 택했다. 케이디우드테크의 방습 마루는 칼슘 보드로 만들어진 친환경 자재다. 창조공간이 일반 주택에서 잘 쓰지 않는 페인트나 방습 마루를 쓴 이유는 벽지나 바닥 시공할 때 쓰이는 본드를 쓰지 않기 위해서다.
창조공간은 설계 과정에서 건축주와 꼼꼼히 상의하면서 설계, 시공한 주택이다. 그러다 보니 시간이 다소 길어졌지만 앞으로 거주할 시간이 훨씬 더 많이 남아 있다는 생각에 정성을 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 일반적으로 건축주들에게 평면도만 가지고 하는 설명은 이해도가 떨어진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창조공간은 건축주와 사전 미팅을 통해 2가지의 적합한 건축 디자인 이미지 컷과 모형을 제작해 건축주의 이해를 돕는다. 이러한 기획안 자체 준비를 통해 건축주는 향후 시공에서도 건축 과정을 모형 및 이미지 컷으로 충분히 이해하며 건축 과정에 참여할 수 있다. 시공 준비 과정에서는 시공 내역서를 건축주에게 전달함으로써 건축주가 가지고 있는 시공비에 대한 걱정을 해소하고 책정된 자재가 시공에 쓰이고 있는지 파악할 수 있게끔 한다. 시공 공정별 감리는 매번 보고서를 작성해 건축주에게 전달함으로써 현재 시공상의 문제점과 보완 사항들을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
건축자재 공동 발주로 비용 절감
마지막으로 인테리어 시공은 건축주에게 실내 이미지 컷을 만들어 보여줘 그 이미지 컷을 토대로 수정 보완하는 과정을 건축주와 함께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건축주는 인테리어에서의 기대치를 향상시킬 수 있다. 특히 창조공간은 친환경 코디네이터가 참여해 인테리어 시공 시 최대한 유해 물질이 포함된 자재를 사용하지 않기 위해 점검, 관리한다. 물론 건축주가 직접 참여해 충분히 설명 받고 건축자재의 유해성을 줄여준다.
준공이 완료되면 창조공간은 건축주의 수익성을 위해 임대 마케팅까지 책임진다. 창조공간의 특징을 효과적으로 예비 임차인에게 설명함으로써 창조공간의 가치를 높게 생각하는 이들을 들일 수 있다.
전반적인 건축비는 건축자재 공동 발주 시스템을 통해 건축비의 3~5%를 절감할 수 있다. 여러 지역에 흩어져 있는 예비 건축주들이 공사 시점이 유사한 건축주들을 한데 묶어 건축자재 발주 시 공동으로 발주해 건축비를 절감하는 방식이다. 한편 창조공간은 다른 예비 건축주들이 겪을 과정들을 여과 없이 확인할 수 있다.
분양 대상은 일반 소호 사업을 하고 있는, 즉 디자이너·소프트웨어·예술인·작가 등등 지식산업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이들이다. 사옥을 갖고 싶지만 자금 여력이나 규모가 맞지 않은 경우 등 소규모 사무 공간을 바라는 사람들에게 분양 및 임대를 목적으로 한다. 건물 외 토지 지분도 비율로 나눴기 때문에 현재 토지가 시세에서 약간 웃도는 수준에 사옥을 마련할 수 있는 기회다.
창조공간은 “건축이 사람을 닮아간다”는 철학을 갖고 있다. 즉 이제까지 건축은 주거와 수익성에 편중돼 있었다면 건축을 통해 사람의 행복까지 디자인하고 사람의 삶의 가치를 더욱 부여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
건축 문의 1661-1706 (창조공간)
분양 문의 010-5093-7708 (건축주)
이진원 기자 zino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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