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 관리들의 잇단 낙마 배경은?

부패 혐의 등으로 낙마한 중국의 거물급 정치인 보시라이 전 충칭시 당서기의 최근 재판이 문자로 생중계됐다. 산둥성 지난 인민법원에서 열린 재판에서 증인으로 나선 다롄스더그룹 쉬밍 이사장은 검찰의 질문에 대한 답변을 통해 보시라이 가족에게 프랑스 별장 구입비 제공 등 금전적인 도움을 주는 식으로 보시라이의 도움을 얻으려고 했다고 실토했다. 축구단 인수와 화학공장 건설 및 휘발유 전매 허가권 등 중앙이나 지방정부의 허가나 지지를 받아야 되는 사업들을 구체적으로 거론했다.
<YONHAP PHOTO-0396> Bo Xilai, then Governor of Liaoning Province, gestures as he delivers a speech at the China Entrepreneur Annual Meeting in Beijing, in this December 7, 2003 file photo. China moved quickly on October 26, 2012 to announce it had formally begun a criminal probe into disgraced former senior politician Bo Xilai, hours after expelling him from the largely rubber stamp parliament and so removing his immunity from prosecution.
The announcements pave the way for Bo, once a contender for top leadership in the world's second largest economy, to face trial and likely a long jail sentence on accusations of corruption and abuse of power.  REUTERS/Jason Lee/Files (CHINA - Tags: POLITICS HEADSHOT)/2012-10-27 10:30:53/
<저작권자 ⓒ 1980-2012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Bo Xilai, then Governor of Liaoning Province, gestures as he delivers a speech at the China Entrepreneur Annual Meeting in Beijing, in this December 7, 2003 file photo. China moved quickly on October 26, 2012 to announce it had formally begun a criminal probe into disgraced former senior politician Bo Xilai, hours after expelling him from the largely rubber stamp parliament and so removing his immunity from prosecution. The announcements pave the way for Bo, once a contender for top leadership in the world's second largest economy, to face trial and likely a long jail sentence on accusations of corruption and abuse of power. REUTERS/Jason Lee/Files (CHINA - Tags: POLITICS HEADSHOT)/2012-10-27 10:30:53/ <저작권자 ⓒ 1980-2012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보시라이 사건뿐이 아니다. 부패 관리들의 잇단 낙마 뒤에는 경제 주체의 활동을 인허가 등의 명목으로 과도하게 간섭하는 정부 권력이 있다는 지적이다. 고위 관료 개인의 도덕심 고취에만 의존하기보다 정부 권력을 줄이는 경제구조 개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시진핑 국가주석과 리커창 국무원 총리가 이끄는 중국 신지도부가 내세운 “정부와 시장의 관계를 잘 처리한다”는 모토는 시장화와 법제화를 통해 과도한 정부 권력을 재조정하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리커창 총리는 3월 취임 이후 첫 기자회견에서 향후 5년 내 1700여 건의 행정 심사 항목 중 3분의 1 이상을 취소하거나 이관하겠다고 약속했다. 이후 빠른 속도로 행정 인허가권이 취소되거나 이관됐고 그 건수가 올 들어서만 벌써 241건에 이른다. 리 총리가 8월 21일 국무원 상무회의를 주재하면서 겉으론 행정 허가 항목을 줄이는 한편 실제로는 새로운 허가 규제를 늘려서는 안 된다고 못 박은 것도 권한을 키워 주머니를 불리려는 공무원들의 행태에 제동을 걸기 위해서다. 특히 류톄난 전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 부주임 겸 국가에너지국장의 부패 스캔들 이후 젠정팡취안(簡政放權: 정부 기구를 축소하고 권한을 하부 기관에 이양) 개혁 요구가 커지고 있다. 발개위는 소(小)국무원(중앙정부)이란 별칭만큼이나 중국에서 가장 힘이 센 경제 부처로 통한다. 실물경제에 대한 정책이 제대로 집행되도록 하는 게 주 업무다. 투자 인허가에 대한 막강한 권한을 행사한다. 문제는 상당수가 법률에 근거한 권한이 아니라는 데 있다. 행정 문건이나 업계의 관행에 따른 것이라는 설명이다. 임의적인 권한 집행이 가능한 이유다. 류톄난 스캔들은 이 같은 토양에서 발생했다.


인허가 권한 하부 기관 이전 요구 커져
문제는 정부 권력 축소가 ‘용기’만 있다고 이뤄질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는 데 있다. 중국에서는 규제를 강화하면 죽고, 규제 고삐를 풀면 혼란에 빠지는(一管就死, 一放就亂) 계획경제 시대의 딜레마가 아직도 남아 있기 때문이다. 2008년 미국발 금융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내놓은 4조 위안 규모의 경기 부양책이 대표적이다. 경기 부양책과 함께 정부 허가 투자 항목을 수정하면서 발개위의 심사 범위가 크게 줄었다. 결과는 철강 등 전통 산업은 물론 풍력과 같은 신흥 산업의 맹목적인 중복 투자로 이어졌다. 혼란을 정리하기 위해 이들 투자에 대한 규제가 다시 강화됐다. 규제 완화와 강화가 반복된 것이다.

정부가 제 역할을 찾는 데는 ‘지혜’가 필요하다. 시장주의자들은 중국 정부가 거시경제 조정을 할 때 더욱 시장화된 수단과 비행정적인 수단을 동원하고 구체적인 프로젝트 심사에 관여하는 정도를 낮추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금융정책과 재정정책을 통한 간접적인 거시 조정이 장기적으로 부패를 줄이고 시장의 활력을 높이는 경제 시스템의 구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그 과정에서 과거와 달리 정책의 즉시 효과가 줄어들어 일견 비효율적으로 비쳐질 수 있지만 그건 시장화를 위한 진통이라는 것이다.


베이징=오광진 한국경제 국제부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