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자산 재조정 어떻게 할까

최근 실시한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인이 선호하는 여름 휴가지는 1위 미국, 2위 영국, 3위 일본, 4위 태국, 5위 프랑스의 순으로 나타났고 흔히 많이 갈 것 같은 중국은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고 한다. 값싼 물가와 인접성이란 장점으로 선호되던 중국이나 동남아시아에 대한 관심이 점차 줄어들고 저가 항공사 등에 의해 경제성이 보강되면서 좀 더 안전하고 깨끗한 선진국을 더 선호한다는 것인데, 이러한 현상은 글로벌 자산 배분 시장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시중은행 펀드상품 판매창구
/김병언 기자 misaeon@ 20090707..
시중은행 펀드상품 판매창구 /김병언 기자 misaeon@ 20090707..
즉, 최근 미국 경제의 회복 추세와 함께 출구전략이 가시화되고 중국의 경기 둔화 우려까지 더해지면서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를 비롯한 이머징 시장에서의 자금 이탈이 가속화되는 반면 선진 시장 및 달러 자산에 대한 관심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이미 시장은 이러한 생각을 반영해 먼저 움직이고 있고 그 결과 선진국 중심의 주식시장 차별화, 채권 금리 상승, 이머징 통화 대비 달러화 강세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즉, 지금은 글로벌 자산 배분에서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 시점으로, 개인 투자자도 이머징 시장에 편중된 해외 투자 포트폴리오를 다시 한 번 점검하고 출구전략에 대비한 리밸런싱 전략을 지금부터 준비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판단된다.

첫 번째 아이디어는 주식시장에서의 이머징 투자 비중을 줄이고 선진국 비중을 확대하는 것이다. 이미 경기 회복이 가시화되고 있고 올 들어 글로벌 펀드의 자금이 몰리고 있는 미국 시장이 좋은 투자 대안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 향후 출구전략에 따른 달러화 강세를 기대한다면 환차익에 대해서는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고 환매를 통해 과세 시점을 선택할 수 있는 역외 펀드가 좀 더 유리할 수 있다.

보다 선제적인 투자자라면 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올랐고 바닥권 탈출을 시도하고 있는 유럽 시장에 대한 투자를 고려해볼 만하다. 유럽은 미국 대비 밸류에이션이 45% 이상 디스카운트돼 있고 경기 회복 가능성과 자금 유입 징후가 나타나고 있어 선제적인 투자 대안으로 적절한 시점이다.


미국채 인버스 상장지수펀드(ETF) ‘눈길’
국내시장은 이머징 시장에서의 상대적인 밸류에이션 매력이 있지만 글로벌 자금 흐름 및 중국 경기 둔화에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에 박스권 장세를 크게 벗어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에 따라 박스권 장세에서도 효율적인 롱숏 전략을 통해 시장 하락 시 손실을 최소화하면서 절대 수익을 쌓아 가는 한국형 헤지 펀드나 롱숏 펀드에 대한 비중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두 번째, 점진적인 금리 상승에 대비해야 한다. 미국의 출구전략은 시기의 문제일 뿐 이미 기정사실화되고 있어 미국을 중심으로 한 금리 상승 및 채권 가격 하락이 불가피해 보인다. 만약 만기 보유를 통한 이자 수익을 추구하는 투자자라면 상관없지만 단기적인 자본 차익을 기대하는 투자자라면 채권 비중 및 듀레이션 축소가 필요하다.

또한 채권 가격 하락에 좀 더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미국 국채 가격이 떨어지면 오히려 수익이 발생하는 ‘미국채 인버스 상장지수펀드(ETF)’에 직접 투자함으로써 달러 강세와 금리 상승의 수혜를 동시에 노릴 수도 있다. 이 상품은 미국 시장에 직접 상장돼 있어 개별 주식처럼 매매할 수 있는 ETF로, 미국채 금리 변동성의 2배, 혹은 3배로 움직이는 레버리지 ETF를 선택할 수도 있다. 이와 유사한 상품으로 투자 등급 이하의 기업들에 운용 자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는 변동 금리형 선순위 담보대출인 시니어론(Senior Loan)에 분산 투자하는 ‘시니어론 ETF’도 있다. 해외 직접 투자가 번거롭다면 이러한 ETF들을 묶어 한꺼번에 투자하도록 설계된 펀드 상품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이재문 삼성증권 SNI서울파이낸스센터 지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