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억 명에 보급…세계적 IT 기업 동참
세계 최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페이스북을 만든 ‘인터넷 세상의 왕자’ 마크 저커버그가 인터넷 빈부 격차를 없애겠다고 나섰다. 저커버그는 8월 21일 페이스북에 올린 성명을 통해 “세계 50억 명에게 값싼 인터넷 접속 환경을 제공하는 글로벌 협력 기구를 설립했다”고 밝혔다. 기구의 이름은 ‘인터넷닷오아르지(internet.org)’. 이름과 주소가 같은 웹사이트도 이날 공식적으로 문을 열었다. 삼성전자와 노키아, 반도체 회사 퀄컴과 미디어텍, 통신 장비 제조사 에릭슨, 웹브라우저 업체 오페라소프트웨어 등 전 세계에서 잘나가는 정보기술(IT) 기업들도 합세했다. 트위터와 링크트인 등 다른 SNS 업체도 곧 합류하기로 했다. 이번 운동에 참여한 업체들은 스마트폰 기반 서비스를 통해 인터넷 사용 비용을 낮추는 방식으로 낙후 지역의 인터넷 보급에 힘쓰기로 했다. 세계 각국 정부도 협력을 약속했다.지구촌 71억 명 가운데 27억만 인터넷 사용
71억 명의 전 세계 인구 가운데 현재 인터넷을 쓸 수 있는 사람은 약 27억 명. 나머지 약 50억 명은 인터넷에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 저커버그는 “모든 사람이 인터넷에 접근할 수 있게 될 것이라는 보장은 없지만 그런 일은 저절로 생겨나는 게 아니다”며 “그러나 나는 인터넷 연결이 인간의 기본권이라고 믿고 우리가 함께 노력하면 이를 실현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는 덧붙여 “이번 운동은 상업적 목적이 전혀 없다”면서 “약 44억 명의 인터넷 접속을 돕는데 어떠한 수익도 추구하지 않을 것이며 영원히 그럴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래는 지식 경제 사회가 될 것이다. 더 많은 사람이 인터넷을 이용해 지식 경제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페이스북은 이 많은 사람들에게 인터넷 접속을 제공하기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어떤 구체적인 활동들이 진행 중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다만 이 프로젝트가 더 값싼 고품질 스마트폰을 개발해 인터넷 접속을 더 쉽게 만들고 네트워크 성능을 향상시켜 데이터의 양을 줄일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전했다.
블룸버그비즈니스위크는 이 프로젝트가 앞으로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분석을 내놨다. 네트워크를 구축하려면 해마다 수십억 달러의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댄 올드스 가브리엘컨설팅그룹 애널리스트는 “가능할 수 있지만 매우 장기적인 목표”라면서 “10~20년 후에나 현실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기술보다 더 큰 문제는 정치적·문화적 장벽이다. 아프리카 등 일부 개발도상국은 국영 통신 회사가 독점하고 있거나 정부 규제에 막혀 발전이 더딘 문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또 저커버그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페이스북·구글·아마존 등 인터넷 업계에서 최고 수익을 내고 있는 회사들이 함께 금전적인 부담을 져야 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번 프로젝트가 성공하면 50억 명이 페이스북을 통해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게 된다. 저커버그는 수익 사업이 아니라고 했지만 페이스북 이용자들의 사용 시간이 늘어나면 그만큼 페이스북의 매출도 함께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편 삼성전자가 구체적으로 이번 프로젝트에서 어떤 일을 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다만 프로젝트가 진행되면서 아프리카나 아시아 국가에 저렴한 스마트폰을 일부 무상으로 공급하고 저렴하지만 품질 좋은 스마트폰 개발과 보급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김보라 한국경제 국제부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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