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승연 라임투자자문 이사

글로벌 주요 국가 대비 가장 낮은 수준의 배당수익률을 높인다면 가계의 소비 진작과 정부의 재정수입 확대, 기업가에게 새로운 투자 재원을 공급함으로써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다.

2012년 말 기준 시가총액이 1조1000억 달러가 넘으며 세계 15위의 규모를 가진 한국 증시는 유독 배당에서만큼은 여타 글로벌 국가에 비해 너무 인색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 2012 회계연도를 기준으로 한국 증시의 평균 배당수익률은 1.3% 수준에 불과하다. 이탈리아·영국·프랑스독일 등 유럽 선진 국가들이 3.3% 이상을 기록하고 홍콩·중국이 약 3% 내외를 보인 것에 비하면 30~40% 수준에 불과하다. 미국이나 일본이 2%대인 것과 비교해도 한국 기업들은 벌어들인 이익을 배당으로 나눠주는 데 인색하다.

물론 그동안 한국 기업들은 끊임없는 연구·개발(R&D) 투자와 설비 확장, 해외 진출을 위해 대규모 투자가 필요했고 이 때문에 벌어들인 이익의 많은 부분을 재투자하는 데 사용했다.

하지만 최근 한국 경제는 2011년 1분기 이후 8분기 연속 0%대 성장을 보이는 등 급격한 저성장 기조로 진입하고 있다. 다행히 2분기 1%대로 회복되긴 했지만 불확실한 글로벌 경제 하에서 수출 주도의 한국 경제가 향후 고성장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즉 고성장 시대에는 낮은 배당과 높은 유보를 통한 재투자 효과보다 오히려 높은 배당을 통해 가져올 사회경제적 효과에 주목할 때라고 판단된다.

현재 10조 원대 초반에 머무르고 있는 배당을 늘려 1.5~2.0% 수준까지 배당수익률을 높인다면 약 5조~10조 원의 배당금이 주주들에게 추가로 지급될 수 있다. 배당은 말 그대로 기업 경영 활동의 결과로 발생한 이익을 주주들에게 분배해 주는 것으로, 개인 투자자와 외국인 투자자, 대주주와 특수관계인 등에게 골고루 지분만큼 배분된다. 전체 시가총액의 4분의 1을 가지고 있는 개인 투자자들은 배당이 늘어나면 금융소득 확대로 추가적인 소비가 이뤄질 것이다. 또한 2.5~3.0%에 불과한 현재의 은행 금리와의 차이가 축소되며 주식 투자 매력이 증가하고 장기 투자를 촉진할 것이다.

정부로서도 5조~10조 원의 배당금이 추가로 지급된다면 배당소득에 대한 세금 증가 효과로 현재 이슈가 되고 있는 복지 및 국가재정 확대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대주주와 특수관계인들에게도 충분한 투자 재원을 마련해줌으로써 새로운 사업 진출을 통한 고용 확대 등으로 창조 경제를 위한 씨앗을 더욱 많이 뿌릴 수 있을 것이다.

2012년 삼성전자는 총 1조2000억 원으로 가장 많은 배당금을 지급했고 SK텔레콤·포스코·현대자동차 등이 5000억 원 이상 지급하며 그 뒤를 이었다. 배당금 지급 상위 10개사가 총 5조2000억 원을 지급해 전체 배당금의 절반에 육박했다. 결국 상위 10개사가 배당을 확대함으로써 가계의 소비를 촉진하고 정부의 재정 확대에 기여하며 기업가들에게 새로운 사업 발굴 기회를 촉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일각에서 제기될 수 있는 ‘배당 확대=외국자본 유출’ 혹은 ‘대주주 특혜’ 등이나 ‘투자 여력 감소에 따른 부작용’ 우려는 기우에 불과할 것으로 판단된다. 400조 원 가까운 돈을 투자하며 시장의 30%를 점유하고 있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더욱더 많은 돈을 한국에 투자하도록 붙잡아 둘 수 있다. 또 투명하게 공급된 자금으로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며 투자 효율성 증대와 주식 장기 투자 문화 유도 측면에서도 긍정적이기 때문이다.
[경제 산책] 배당의 사회경제적 효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