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당면 과제들의 해결을 시도조차 못하게 할 수 있는 두 개의 커다란 현실적인 잠재 위험은 미국의 양적 완화 축소와 아베노믹스의 성패가 우리에게 미칠 충격파다.

지금의 한국 경제는 당면한 문제가 많다. 장기 디플레이션의 징후가 보이는 2%대의 저성장, 1000조 원에 이르는 가계 부채, 집이 원수가 되어 버린 하우스 푸어, 언젠가는 해야 할 창조 경제, 만시지탄(晩時之歎)의 경제 민주화, 우리 수출의 25%를 차지하는 중국 경제의 경착륙에 대한 대비 등 파이를 키우는 것도 나누는 것도 어렵기만 하다.

하지만 많은 당면 과제들의 해결을 시도조차 못하게 할 수 있는 두 개의 커다란 현실적인 잠재 위험은 미국의 양적 완화 축소와 아베노믹스의 성패가 우리에게 미칠 충격파다. 우리가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리먼브러더스 부실 사태 때 일단 살고 보는 것에 급해 다른 문제를 돌볼 겨를이 없었던 것처럼 제대로 대비하지 못하면 다른 문제들의 해결은 시도조차 할 수 없게 된다.

먼저 미국의 양적 완화 축소를 살펴보자. 얼마 전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 의장의 양적 완화 축소 발언으로 다우지수가 고점 대비 7% 하락, 코스피는 4일 연속 5.7% 급락하는 등 금융시장이 요동 쳤다.

미 연방은행은 급히 실업률이 7% 대에 온다면 양적 완화 축소를 고려해 볼 수 있다는 것이지 당장의 일은 아니라는 발언을 내놓았지만, 이는 로드맵을 밝히고 동시에 당장의 일은 아니라는 스탠스로 충격을 완화하는 메시지 전달 방식일 뿐 양적 완화 축소는 이제 시간상의 문제인 게 기정사실화됐다.

양적 완화 축소가 현실화된다면 어떻게 될까. 미 실업률이 정상으로 회복되고 경기가 좋아져 양적 완화를 축소하는 것이니 오히려 충격은 잠깐이고 대미 수출이 살아나 우리에게도 좋은 것일까. 아니면 전 세계적으로 달러가 귀해져 수출은 둔화되고 자본의 급격한 유출로 한국은 또 한 번의 큰 위기를 맞을 것인가. 아니면 좋은 점, 나쁜 점이 동시에 발생하니 적당히 지나갈 것인가.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다. 이 불확실성 때문에 결정 당사자인 미 연방은행조차 계속 시장의 반응을 살펴가며 수위를 조절하는 것이다.

아베노믹스 역시 우리에게 큰 잠재적 위험 요소다. 아베노믹스가 성공하면 거의 모든 분야에서 직접적인 경쟁 관계에 있는 우리는 타격이 불가피하니 실패하기를 바라야 하는지, 아니면 아베노믹스가 실패하면 전 세계적으로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상의 충격이 온다니 성공하길 바라야 하는지조차 확실하지 않다. 적당한 성공이나 실패를 바라기에는 일본은 너무 많은 돈을 풀고 있다.

두 가지 문제에 대한 이런저런 전망과 분석이 나오고 다 나름의 근거가 있지만 언제나 정확한 전망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다행인 것은 IMF와 리먼브러더스 사태는 어느 날 갑자기 도둑처럼 왔지만 양적 완화 축소와 아베노믹스의 성패가 우리에게 미칠 충격은 지금부터 시나리오를 세워 준비할 기회가 있는 것이다.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에는 문제가 없다고 한 지 한 달 만에 구제금융을 받아 들여야 했던 IMF의 아픈 기억, 정부의 가장 큰 임무는 자본시장의 안정임에도 경제정책의 최고책임자가 스스로 환율의 변동성을 키워 리먼 사태 때 불필요한 막대한 손실을 치른 경험을 반면교사로 삼아 경제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정부 당국과 기업들의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또 다시 위기가 온다면 많은 사람들은 이제 희생할 의사도 버틸 여력도 없다.
[경제 산책] 양적 완화 축소와 아베노믹스
정지홍 RHT 대표이사
1973년생. 2000년 미 웨스트버지니아 주립대(WVU) 수학 및 컴퓨터공학 전공. 2006년 시카고대 대학원 금융수학 석사. 2001년 미 필립스그룹 메드퀴스트 근무. 2006년 KB국민은행· IBK투자증권 근무. 2011년 리스크헷지테크놀러지 대표(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