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의 자산 운용사’ 트러스톤 성공 스토리

지난해 말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례적으로 한국의 한 자산 운용사에 대해 ‘극찬’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아시아 자산 운용 시장의 독립성과 다양성이 부족해 금융 투자업의 기반이 약하다고 꼬집었다. 이 때문에 독립적인 토종 자산 운용사를 적극적으로 양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파이낸셜타임스는 이 같은 아시아 금융 투자시장의 ‘성공적 대안’으로 ‘트러스톤자산운용’을 들었다.
한국은 물론 세계가 주목하는 트러스톤자산운용의 경쟁력을 알아봤다.
[SPECIAL REPORT] 압도적 수익률 기록…전 세계 국부 펀드 ‘러브콜’
2008년 설립된 트러스톤자산운용은 아직 개인 투자자들에게 그리 많이 알려지지 않은 회사다. 실제로 이 회사가 운용하는 11조2000억 원 정도의 자금 가운데 개인 투자자가 주로 투자하는 ‘공모형 펀드’의 비중은 1조6000억 원 정도에 불과하다. 바꿔 말하면 개인 투자자들에 비해 투자 정보에 훨씬 더 밝은 기관투자가들이 맡긴 ‘투자일임액’, 즉 ‘내 돈을 알아서 굴려달라는 돈의 액수’가 9조6000억 원에 달한다는 뜻이다.

실제로 한국 금융 투자시장에서 가장 ‘큰손’인 국민연금은 이 회사에 국내 주식 부문 중 가장 큰 규모인 3조 원 이상의 자금을 투자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액수는 국민연금 국내 주식 전체 위탁 규모(30조 원)의 10%가 넘을 정도의 큰 규모다.

트러스톤자산운용에 대한 기관투자가들의 ‘믿음’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세계 증시를 들었다 놨다 하는 초대형 국부 펀드들이 속속 이 회사에 투자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말 세계 1위 국부 펀드인 노르웨이 정부연금기금(CPFG)은 트러스톤자산운용을 위탁 운용사로 선정하고 5억 달러, 우리 돈으로 5500억 정도를 이 회사에 맡겼다. CPFG뿐만이 아니다. ‘오일 달러의 대부’ 아부다비투자청(세계 2위 국부 펀드) 역시 트러스톤자산운용에 이미 5억 달러 규모의 위탁 운용 계약을 했다. 이보다 앞서 급성장하는 중국의 국부 펀드인 중국투자공사(CIC, 세계 3위 국부 펀드)가 트러스톤자산운용에 한국 주식 투자를 부탁했다. 세계 1, 2, 3위 국부 펀드를 ‘싹쓸이’한 것이다.

그렇다면 왜 삼성자산운용·미래에셋자산운용·한국투자신탁운용 등 국내 자산 운용업의 거인들을 제치고 전체 운용 규모 17위(주식·채권 포함)에 불과한 트러스톤자산운용이 이처럼 국내외 기관투자가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을까.


단기·장기 모두 시장 수익률 압도
대답은 너무 간단하다. ‘수익률’이 좋기 때문이다. 펀드 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지난 8월 5일 기준 이 회사의 일반 주식형 편드의 지난 5년간 수익률은 93.33%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200의 투자수익률은 26.20%에 그쳤다. 무려 네 배 가까이 더 벌어들인 것이다.

또 3년·1년·3개월 등 중·단기로 봐도 모두가 코스피200 수익률을 뛰어넘는다. 트러스톤자산운용 일반 주식형 펀드의 3년 수익률은 16.03%, 1년 수익률은 11.09%, 3개월 수익률은 마이너스 0.72%다. 반면 코스피200의 3년 수익률은 6.94%, 1년 수익률은 1.85%, 3개월 수익률은 마이너스 2.61%에 그쳤다. 기간을 막론하고 트러스톤자산운용의 운용 수익률이 꾸준히 시장을 이겼다.
[SPECIAL REPORT] 압도적 수익률 기록…전 세계 국부 펀드 ‘러브콜’
물론 ‘밥 먹고 주식 투자만 하는 사람들만 모여 있는’ 자산 운용사가 이 정도밖에 못하느냐고 반문할 수 있다. 그러나 실상은 대부분의 자산 운용사들이 시장 수익률, 즉 코스피200 수익률을 따라가기가 벅차다.

제로인에 따르면 국내 일반 주식형 펀드의 수익률 평균은 각각 5년 26.27%, 3년 3.14%, 1년 5.01%, 3개월 마이너스 3.27%에 머물렀다. 즉 상당수 펀드의 수익률이 시장 수익률에도 못 미쳤다는 뜻이다. 여기에 각 운용사들이 받아가는 보수 및 은행 증권사들이 받는 판매 수수료 등을 제하면 실제 펀드 투자자들의 수익률은 훨씬 줄어든다. 이쯤 되면 금융 투자업의 사정에빠삭한 기관투자가들로서는 트러스톤자산운용에 돈을 맡기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여기서 한 가지 궁금한 게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들은 이처럼 뛰어난 운용 실적을 쌓아나갈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다. 트러스톤자산운용 측의 대답은 단순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회사 설립 초기 정한 ‘투자 철학’을 지켜 나간다는 것이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의 투자 철학은 ‘3원칙’으로 압축된다.

첫째, 장기적으로 성장 가능성이 있는지 여부에 중점을 둔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은 ‘기업 가치’에는 ‘자산 가치’와 ‘수익 가치’가 있다고 정의한다. 자산 가치는 이 회사의 현재가 가지고 있는 가치, 수익 가치는 이 회사의 미래가 가지고 있는 가치라고 본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은 ‘가치 투자’를 표방한다. 그러나 ‘미래 가치’라는 영역도 매우 중요하시하기 때문에 보수적 관점에서의 가치 투자, 즉 단순한 저PER·저PBR 주식 투자를 ‘지양’한다.

둘째, 철저한 밸류에이션을 통해 이 회사가 가지고 있는 ‘기업 가치’ 밑에서만 투자한다. 실제로 돈을 벌기 위해 가장 중요한 가치 평가다. 투자 대상이 아무리 비싸더라도 그만한 가치가 있다면 사는 것이고 그렇지 못하다면 파는 것이다. 서울 강남 중심가의 건물이 비싸도 부자들의 돈이 몰리는 이유가 그래서 그렇다. 주식 투자도 마찬가지다. 삼성전자의 주식이 아무리 100만 원, 200만 원 하더라도 이 기업이 꾸준히 성장한다면 투자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연간 2000회 기업 탐방…‘리서치’ 올인
그렇다면 이들은 어떻게 기업의 밸류에이션, 즉 주식의 가치를 판단할까. 트러스톤자산운용이 타 자산 운용사보다 수익을 잘 내는 핵심은 이 지점에 있다. 이들의 방식은 ‘처절할 정도로 꼼꼼한 리서치’에 있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의 직원들은 ‘불쌍하게’ 일한다고 한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의 애널리스트 및 펀드매니저들은 작년 2000회 이상 기업을 탐방했다. 하루에 적어도 5개 기업 이상을 찾아가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이들이 만들어 내는 보고서 및 투자 포트폴리오는 모두 ‘발로 만드는 것’이다. 같은 내용이라도 직접 기업을 눈으로 보고 담당자를 만나 판단하려고 노력하니 ‘통찰’의 깊이가 다르다.

실제로 펀드매니저 및 애널리스트 등 투자 담당자들의 하루 일정은 살인적이다. 오전 7시 전 출근해 7시 30분부터 9시까지 회의를 한다. 잠깐 시장을 보고 탐방을 나간다. 돌아와서 탐방 보고서를 작성하고 다음 날 아침 발표 준비를 한다. 목요일 오후엔 3시 30분부터 3시간 동안 회의를 한다. 이 시간엔 투자할 종목에 대해 온갖 종류의 질문을 다 쏟아내며 해부하다시피 분석한다. 일요일 오후에도 나와 월요일 시장을 준비하고 해외시장 움직임을 분석한다.

자산 운용사임에도 불구하고 조직 구성이 ‘리서치’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도 특징이다. 전체 60여 명의 직원 가운데 3분의 1에 달하는 20여 명의 직원이 리서치 업무에 투입된다. 이 중에는 전담 애널리스트뿐만 아니라 총 14명의 펀드매니저 가운데 9명이 애널리스트 업무를 겸임한다. 숫자로만 따져도 삼성자산운용·한국투자신탁운용 등 대형사와 맞먹는 리서치 인력 규모다.

실제로 황성택 트러스톤자산운용 사장은 리서치의 역할을 항상 강조한다. 이 때문에 입사 후에도 리서치 업무를 먼저 한 뒤 일정 기간이 지난 후에야 펀드매니저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렇다 보니 트러스톤 내부 인력 역시 증권사 애널리스트 출신이 다수 포진해 있다.

대표적 인물이 황성택 사장과 함께 트러스톤자산운용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김영호 부사장이다. 김 부사장은 애널리스트로 20년 이상을 일한 정통 리서치맨이다. 2003년 트러스톤자산운용에 합류한 그는 이 회사의 투자 전략 쪽을 총괄한다. 그전까지는 대우경제연구소와 KDB대우증권에서 오랜 기간 동안 거시경제 분석 담당 애널리스트로 일했다.

또 트러스톤자산운용의 정통 주식형 펀드인 ‘칭기스칸펀드’를 운용하는 정인기 상무도 애널리스트 출신이다. 그는 한화증권 애널리스트로 출발, 신한BNP파리바 펀드매니저, KDB대우증권 프랍트레이더(Proprietary trader: 고유 자산 운용 인력)를 거쳐 2011년 5월 트러스톤으로 옮겼다.

정교한 리서치를 통해 주식의 정확한 가치를 분석할 수 있다면 강력한 무기가 하나 생긴다. 바로 ‘롱숏 운용’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롱숏 운용의 기법은 단순하다. 주가가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주식은 사고(long), 주가가 내릴 것으로 보이는 주식은 공매도(short)해 차익을 남기는 것이다. 즉 주식의 정확한 가치를 알 수만 있다면 증시의 상승과 하락에 상관없이 수익을 올릴 수 있다. 물론 그게 불가능하다면 상승하든 하락하든 무조건 ‘마이너스’다.
[SPECIAL REPORT] 압도적 수익률 기록…전 세계 국부 펀드 ‘러브콜’
트러스톤자산운용은 국내 롱숏 운용의 ‘절대 강자’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이 운용하는 롱숏 펀드인 트러스톤다이나믹코리아50자(주식혼합·채권혼합)와 연금저축자투자(주식혼합), 재형다이나믹코리아30자투자(채권혼합) 등의 규모(7월 31일 기준)를 합치면 6530억 원 수준이다. 현재 국내에서 롱숏 펀드를 운용하는 자산 운용사는 모두 7곳으로, 전체 운용 규모는 6787억 원이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의 비중이 무려 96.2%다. 사실상 이 분야를 독점하고 있는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최근 트러스톤자산운용이 진출한 한국형 헤지 펀드 시장에서도 단숨에 상위권으로 올라섰다. 헤지 펀드의 대표적인 운용 방식이 바로 ‘롱숏 운용’이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7월 15일 설정된 트러스톤자산운용의 헤지 펀드 ‘탑건코리아롱숏’은 3일 만에 약 1000억 원을 모았다. 이는 전체 한국형 헤지 펀드 26개 가운데 4위에 해당하는 규모다.


운용의 3원칙 ‘무슨 일 있어도 지킨다’
투자에서 일관된 철학을 유지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잘 알려져 있지만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의 투자 철학은 매우 단순하다. ‘첫째, 돈을 잃지 않는 것. 둘째, 돈을 잃지 않는 것. 셋째, 첫째와 둘째 원칙을 지키는 것’이다. 그렇지만 대다수의 투자자들은 투자 철학을 지키지 못한다. 만약 이를 잘 지켰다면 모두가 워런 버핏 같은 ‘슈퍼리치’가 돼 있을 것이다.

대다수의 자산 운용사도 마찬가지다. 항상 ‘투자 철학’을 내세우지만 정의도 불명확할뿐더러 이를 그대로 따르는 곳은 더더욱 없다.

자산 운용업의 핵심 인력인 펀드매니저도 사람이다. 별다른 철학 없이 운용하다 보면 시장 상황에 부화뇌동하게 된다. 이는 수익률 악화로 나타난다. 국내 자산 운용사들의 주식형 펀드의 수익률 평균이 시장수익률에도 미치지 못하는 게 그래서 그렇다.

자산 운용사들의 조직 운영도 마찬가지다. 단적인 예가 펀드매니저의 교체 주기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펀드매니저의 평균 근무 기간은 미래에셋운용이 4년 7개월, 한국투자신탁운용이 4년 9개월, KB자산운용이 5년 4개월에 머무른다.

반면 국내에 들어온 글로벌 자산 운용사인 프랭클린템플턴투신운용은 평균 근무 기간이 7년 6개월, 피델리티자산운용은 7년 수준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토종 자산 운용사인 트러스톤자산운용의 근무 기간은 글로벌 자산 운용사의 그것을 뛰어넘는다는 점이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의 전신인 IMM투자자문 시절부터 따져보면 리서치 책임자는 10년, 투자전략팀장은 13년, 운용본부장은 9년을 일했다.

물론 트러스톤자산운용의 펀드매니저 및 애널리스트가 오래 근무한 이유는 운용을 잘했기 때문일 수 있다. 그러나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는 말처럼 달리 생각하면 오래했기 때문에 잘한 것일 수도 있다. 이유는 ‘리스크 관리’ 때문이다.

앞서 이야기했지만 펀드매니저도 사람이다. 근무 환경이 불안정하면 보다 더 큰 실적을 내기 위해 ‘무리수’를 두게 된다. 잘될 때야 좋지만 안 될 때는 수익률이 수직 하락하게 된다. 반면 근무 환경이 좋다면 무리수를 두기보다 리스크를 꼼꼼히 관리하며 펀드를 될 수 있으면 안정적으로 운용하게 된다. 그래야 더 회사에 오래 다닐 수 있기 때문이다.

국부 펀드는 물론이고 대부분의 기관투자가들은 일반 투자자들에 비해 훨씬 장기 투자한다. 1~2년 투자는 ‘단기’로 볼 정도다. 그렇다 보니 ‘잘하는가’, 즉 수익률이 좋은가도 중요하지만 ‘믿을 수 있는가’를 더 따진다. ‘믿을 수 있는가’의 다른 말은 ‘리스크 관리를 잘하는가’다.

예를 들어 100만 원이 있다고 치자. 투자를 잘못해 50만 원을 날린 후 원금을 회복하려면 무려 100%의 수익률을 내야 한다. 반면 투자에 실수해 25만 원 정도 수준의 손해를 본 뒤 100%의 수익률을 낸다면 150만 원이 된다. 이를 장기적으로 보면 리스크 관리를 잘한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의 차이는 엄청나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의 세 번째 투자 철학은 바로 ‘철저한 리스크 관리’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이 장·단기를 막론하고 시장 수익률을 꾸준히 이길 수 있던 비결이다. 단 트러스톤자산운용이 말하는 ‘리스크’는 다른 운용사가 말하는 리스크와 좀 다르다. 교과서적으로 리스크는 앞서 이야기한 자산 가격의 변동을 뜻한다.

그러나 트러스톤자산운용이 생각하는 리스크는 자산 가격의 변동, 즉 주가의 변동이 아닌 기업의 펀더멘털이다. 예컨대 펀더멘털에 변화가 없다면 주가가 떨어지더라도 이는 매수 기회다. 그래서 강력한 리서치 역량을 통해 펀더멘털의 변화에 대해 미리 감지하려고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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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결과 중 하나가 이 회사의 펀드 평균 펀드 매매 회전율이다. 매매 회전율은 펀드매니저가 얼마나 주식을 사고팔았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의 평균 펀드 매매 회전율은 업계 최저인 100~ 120% 수준이다. 올해 1분기 국내 주식형 펀드를 운용하는 47개 자산 운용사의 평균 펀드 매매 회전율은 223.7%로 집계됐다. 즉 트러스톤자산운용은 리스크에 선제 대응해 매매를 자주 하지 않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독립 운용사’라는 약점을 장점으로 바꿔
트러스톤자산운용의 직원들은 앞선 세 가지의 철학을 하나의 ‘교리’처럼 생각한다. 누구를 만나더라도 회사의 투자 철학을 줄줄이 읊을 정도다. 나상용 트러스톤자산운용 전무는 “회사의 철학을 전 직원이 뼛속 깊이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이 운용 철학을 꾸준히 지킬 수 있었던 이유가 하나 있다. 바로 독립적 자산 운용사이면서 오너가 직접 경영하고 있다는 점이다. 트러스톤자산운용 임직원 50%의 지분율은 70%가 넘는다. 그 덕분에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운용 철학을 지킬 수 있다.

이성원 트러스톤자산운용 부사장은 “글로벌 국부 펀드들이 트러스톤에 돈을 맡긴 이유는 수익률과 함께 확실한 투자 철학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트러스톤은 지난 10년간 철학의 변화도 없었고 그것을 잘 고수했기에 장기 고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는 것이다.
[SPECIAL REPORT] 압도적 수익률 기록…전 세계 국부 펀드 ‘러브콜’
물론 독립 자산 운용은 약점도 있다. 말 그대로 ‘비빌 언덕이 없는 외톨이’라는 점이다. 만약 펀드의 수익률이 조금만 좋지 않다면 투자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면서 회사의 존립 자체가 위태로울 수 있다. 그렇기에 트러스톤자산운용은 항상 ‘벼랑 끝’에 서 있다고도 할 수 있다. 이 부사장은 “오히려 항상 벼랑 끝에 서 있다는 ‘절실함’이 지금의 트러스톤을 만들어 낸 듯하다”며 “다른 운용사보다 항상 더 잘해야 하고 더 열심히 뛰어다녀야 한다는 위기감이 직원들 사이에 퍼져 있었고 그 결과 트러스톤자산운용의 철학이 유일한 ‘믿을 구석’이었다”고 말했다.



“ 트러스톤자산운용은 다른 회사들처럼 증권·보험 등 외연을 넓히는 금융 그룹화에 대한 계획은 전혀 없다. 글로벌 자산 운용사인 프랭클린템플턴·블랙록·피델리티처럼 운용에 특화한 회사로 남을 계획이다. ”



회사의 설립과 함께 만든 투자 철학 그리고 이 투자 철학을 꾸준히 지켜가며 트러스톤자산운용은 크게 성장했다. 운용사 전환 직전인 2008년 5월 말 이 회사의 수탁액은 2조3000억 원에 불과했다. 지금은 11조 원을 넘어섰으니 다섯 배가 늘어난 셈이다. 당연히 이 회사의 영업이익도 줄곧 상승했다. 5년 전 48억 원에 불과했던 이 회사 영업이익은 지난해 108억 원으로 뛰며 전체 25위에서 12위까지 치고 올라왔다.

반면 국내에서 펀드를 운용 중인 자산 운용사들의 영업이익은 트러스톤자산운용이 설립된 2008년(2008년 4월~2009년 3월, 63개사) 5855억 원에서 지난해(2012년 4월~2013년 3월, 84개사) 4456억 원으로 줄어들었다.


‘최대’보다 ‘최고’를 노린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은 이제 한국의 자산 운용업을 대표하는 토종 회사 중 하나로 우뚝 섰다. 그렇다면 중요한 것은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다. 이 같은 물음에 대해 트러스톤자산운용은 올해 초 명확한 지향점을 스스로 제시했다.

‘아시아에서 가장 존경받는 독립 자산 운용사’가 바로 그것이다. 단순히 운용 자산이 큰 회사이기보다 고객 자산의 위험을 관리하는 철학이 있는 회사를 지향한다는 것이다. 이미 트러스톤자산운용은 2007년에 싱가포르 법인을 설립했다. 한국과 싱가포르 양쪽에서 리서치해 교류하고 있다. 금융 투자업의 선진국인 싱가포르에서 한국을 보면 분명히 ‘우물 안’에서 보지 못한 것이 보인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은 향후 중국에도 거점을 마련할 계획이다.

앞으로는 세 거점에서 시장을 보면서 한국을 주력으로 아시아 전반에 투자하는 존경받는 한국계 운용사가 되겠다는 것이 트러스톤자산운용이 비전이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은 다른 회사들처럼 증권·보험 등 외연을 넓히는 금융 그룹화에 대한 계획은 전혀 없다. 글로벌 자산 운용사인 프랭클린템플턴·블랙록·피델리티처럼 운용에 특화한 회사로 남을 계획이다. 전문성을 더욱 키우겠다는 의미다.

다만 주식·채권·해외자산 등 그 어느 것을 막론하고 운용을 잘하는 존경받는 회사이길 바라고 있다. 지금까지는 주식 전문 운용사였지만 현재 채권도 5000억 원 이상을 운용하고 있으며 수익률은 상위 15% 이내라고 했다. 그간처럼 ‘홈런’은 못 치더라도 항상 ‘2~3루타’를 꾸준히 치면서 믿음을 주는 회사가 되겠다는 계획이다.

또 한 가지 계획은 기존의 기관투자가뿐만 아니라 개인 투자자들에게도 친숙한 회사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것이다. 지난달 내놓은 가치주 펀드 ‘트러스톤밸류웨이증권투자신탁’은 공모 펀드 비중을 높이기 위한 신호탄이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의 가치주 펀드는 대형주와 중소형주를 함께 담아 중소형주 일변도의 가치주 펀드들과 차별화돼 있다. 가치주 펀드가 꾸준한 수익률을 추구하는 만큼 장기 일반 고객도 유치할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이 깔려 있다.

이성원 부사장은 “그동안 운용 경험과 역량은 충분하지만 리테일에서 인지도가 부족했다”며 “가치주 펀드나 연금저축 등을 기반으로 공모 펀드를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황성택 트러스톤자산운용 사장은 누구


[SPECIAL REPORT] 압도적 수익률 기록…전 세계 국부 펀드 ‘러브콜’
설립자이자 최대 주주… 공·수 ‘균형감’ 갖춰
황성택 트러스톤자산운용 사장은 이 회사의 설립자이자 최대 주주다. 그는 펀드매니저 출신이다. 1992년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1998년까지 현대종합금융에서 펀드매니저로 일했다. 1998년에 트러스톤자산운용의 전신인 IMM투자자문을 설립했다. 이후 연·기금과 보험사 등 대형 금융회사와 고액 자산가들의 자금을 운용하면서 실력을 인정받았다. 트러스톤은 영문 ‘트러스트(Trust)’와 ‘스톤(Stone)’의 합성어로 ‘신뢰의 반석’이라는 의미를 담았다.

업계에서는 황성택 사장에 대해 펀드매니저로서 그리고 경영자로서 ‘균형감’을 갖춘 인물이라고 평가한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이 가지고 있는 투자 철학은 바로 황 사장의 투자 철학이다. 황 사장의 기본적인 투자 철학은 저평가 주식에 투자하는 ‘가치 투자’다. 즉 리스크 관리를 중시한다는 뜻이다. 반면 ‘롱숏’이라는 국내 자산 운용업에는 아직 익숙하지 않은 운용 방식을 선구적으로 도입하는 도전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경영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은 지금까지도 리테일에 큰 무게중심을 두지 않아 왔다. 개인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리테일 비즈니스는 짧은 시간에 큰 성장을 거둘 수도 있지만 막대한 마케팅 비용을 수반한다. 반면 기관투자가들은 실력이 있고 신뢰를 줄 수 있다면 마케팅에 대한 큰 투자 없이 성장할 수 있다.

반면 공격적인 경영도 서슴지 않는다. 투자 자문사 시절인 2007년에 싱가포르에 헤지 펀드 전문 운용 법인을 세운 게 그것이다. 당시 금융 투자 업계에서는 그의 선택에 대해 ‘무모한 짓’이라고 하기도 했다. 그러나 작년 9월에는 이 헤지 펀드는 최근 3년 동안 연평균 14.32%의 수익률을 달성해 아시아 이머징 국가에 투자하는 헤지 펀드 중 10위를 기록하는 훌륭한 성과를 거뒀다.



취재 이홍표 기자 hawlling@hankyung.com | 사진 서범세 기자 joyc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