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필화 성균관대 SKK GSB원장

이제 경영전문대학원(MBA)은 국내 대학끼리 경쟁하는 시대가 아니다. 글로벌 평가에서 더 좋은 점수를 받고 해외 인재들을 어느 대학이 더 많이 유치하고 훈련시켜 배출하느냐가 관건이 됐다. 이런 점에서 철저하게 설립부터 아예 100% 영어 수업, 글로벌 인재 유치에 초점을 맞췄던 성균관대 경영전문대학원(SKK GSB)의 선전이 눈에 띈다. SKK GSB는 성균관대의 재단이 삼성그룹이란 메리트를 십분 활용해 외국인 졸업생들을 삼성 계열 회사에 진출시키고 있다. 유필화 SKK GSB 학장은 최근 상위권에 랭크된 글로벌 평가와 장학금이 아닌 자비로 지원하는 외국인 유학생 등에 한껏 고무된 목소리로 SKK GSB의 효용, 한국형 MBA의 발전 방향에 대해 의견을 밝혔다.
[스페셜 인터뷰] “국내 기업들, 해외처럼 MBA 우수 인재 인정해 줘야”
우선 SKK GSB의 최근 현황을 소개해 주십시오.
올해 초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의 세계 MBA 평가에서 51위를 기록했습니다. 2004년에 설립된 SKK GSB는 8년 만에 지난해 처음 세계 100대 MBA에 진입한 이후 15단계 오른 괄목할만한 성과죠. 국제적으로 명성이 높아지면서 외국인 지원자가 전년 대비 30% 늘었습니다. 현재 지원자의 40%가 외국인입니다. 대부분이 한국에 체류하던 외국인이 아니라 해외에서 직접 지원하는 이들입니다. 이들은 SKK GSB에서 수학한 후 한국에서 취업하고 싶어합니다. SKK GSB는 이제 외국인들에게 한국을 대표하는 비즈니스 스쿨로 인식되고 있고 또한 이를 통해 한국 기업들에 다양한 글로벌 인재를 공급하는 허브 역할도 하고 있어요. 한편 내년부터 직장인을 위한 야간 MBA 과정을 시작합니다. 이 과정은 국내 최초로 영어 100%로 진행되는 야간 MBA 과정으로, 국내에서 일하는 많은 외국인 직장인도 다닐 수 있죠. 이로써 주간·주말·야간 과정으로 세분화돼 지원자들의 상황에 맞춰 선택이 가능해졌습니다.

국내외 다른 MBA와 비교할 때 SKK GSB의 특징과 차별되는 점은 무엇입니까.
SKK GSB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 운영하고 있어요. 교수 채용 및 보상, 학생의 모집, 교육, 취업에서 모두 글로벌 정상급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일례로 교수 20명이 한 학기 주간 MBA 60명을 지도합니다. 교수당 학생 수가 적다는 것은 매우 강점이죠. 따라서 교수들이 전적으로 학생들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밀착 지도하므로 학생들은 많은 교육 가치를 얻어가요. SKK GSB는 해외 명문 비즈니스 스쿨에서의 강의 경험을 갖춘 교수진을 구축하고 그중 50% 이상이 항상 외국인 석학으로 유지하고 있어요. 해외 명문 비즈니스 스쿨의 기준에 맞춰 연구 성과를 평가해 왔고 정년 보장(Tenure) 제도를 운영합니다. 학제조차 새롭게 만들었어요. 이 모든 것들이 기존 국내 대학의 시스템과 달라 적용하기에 어려움이 많았지만, 이제는 안착함에 따라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비즈니스 스쿨이 됐습니다.

졸업생의 커리어 발전이나 취업 상황은 어떻습니까.
SKK GSB에서 삼성전자의 해외 법인에서 일할 인재들을 뽑아가요. 삼성전자에서 장학금을 지원해 현지에서 우수한 인재를 SKK GSB에서 수학하도록 하기도 하죠. SKK GSB 출신들은 제일기획·삼성SDS·포스코 등 국내 우수 기업에 취업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해외 인재와 국내 기업을 연결하는 고리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습니다. SKK GSB는 소수 정예만을 특별히 훈련시켜 유망한 기업에 성공적으로 취업시키는 일종의 ‘히든 챔피언’이라고 볼 수 있죠. 그 덕분에 최근 장학금 지원 없이도 자비로 SKK GSB에서 공부하겠다는 외국인 지원자들이 크게 늘고 있어요. 이제 글로벌 기업에 더 많이 졸업생을 취업시킨다면 SKK GSB의 브랜드 가치를 더욱 높일 수 있어요.

실질적으로 MBA 교육의 필요성을 느껴도 학비·투자자대비 효용 등 여러 이유로 망설이는 직장인이 많습니다.
MBA 과정을 밟는 것은 비즈니스에 필요한 최고의 지식과 전문성을 고르게 갖추는 것을 의미해요. 1년 4개월의 학업 기간이지만 단기적으로는 졸업 후 취업 성과에, 장기적으로는 업무 성과와 승진, 경영 성과에까지 영향을 미칩니다. 그래서 MBA는 ‘평생 지속되는 경력(lifelong experience)’이라고도 하죠. 저는 젊은이들에게 시기를 놓치고 후회하기보다 적극적으로 위험을 감수하고 도전하라고 말하고 싶어요. MBA 과정을 통해 새로운 커리어를 얻어 발전해 나가고 있는 이들이 많습니다.
[스페셜 인터뷰] “국내 기업들, 해외처럼 MBA 우수 인재 인정해 줘야”
“저는 젊은이들에게 시기를 놓치고 후회하기보다 적극적으로 위험을 감수하고 도전하라고 말하고 싶어요”



MBA의 투자 대비 효용(ROI)을 따질 때 수업료 면에서는 국내 MBA가 좋은 답이 될 수 있어요. 국내 MBA는 미국 MBA 과정들에 비해 수업료는 절반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죠. 그러나 복수 학위 프로그램을 통해 국내와 해외 학위를 모두 취득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기회를 제공합니다.

학장으로서 어려운 점은 없나요.
SKK GSB의 학생들은 저력 있고 교수들은 실력 있습니다. 발전을 위해 조금 더 투자가 필요하지만 재원 마련이 쉽지 않아요. 사회적으로 비즈니스 스쿨의 중요성에 대한 일반적인 동의가 이뤄져야 펀딩이 가능할 텐데 이 점이 아쉽습니다. MBA의 경영진으로서 펀딩을 얼마나 더 열심히 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어요. 이와는 별도로 우수 인재를 배출하기 위해 MBA가 피나는 노력을 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말할 수 있습니다. 국내 기업이 MBA의 우수 인재를 해외처럼 인정해 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한국형 MBA의 인기가 시들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있는데 어떻게 보십니까.
최근 경기가 위축되고 기업들의 채용이 늘지 않으면서 MBA 지원에 대한 리스크가 커졌고 졸업해도 취업이 쉽지 않은 상황이 이어지고 있어요. 하지만 저는 전 세계적으로 MBA 수요는 성장세라고 봅니다. 날이 갈수록 기업 경영은 더욱 복잡해지고 있어요. 이러한 경영 생태계를 읽어내고 임원이나 최고경영자(CEO)에까지 오르려면 업그레이드가 반드시 필요해요. 따라서 이런 수요가 있는 한 MBA 시장은 성장할 것입니다. 2006년 한국형 MBA를 지나치게 많은 학교에 허가를 내줬어요. 수준 높은 MBA는 국내에 최대 5개 정도가 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국내 MBA가 글로벌 경쟁력을 갖고 톱 순위로 오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미 홍콩·싱가포르·중국·인도 등 아시아의 MBA에도 전 세계 인재들이 모이고 있어요. 좋은 교수들도 많아요. 졸업생의 취업도 좋은 환경입니다. 하지만 수업의 질적인 면에서 그렇게 높은 수준이라고 보지는 않아요. 그런 점에서 국내 MBA가 충분히 가능성을 갖고 있다고 봅니다. 이제 국내 경쟁은 의미가 없어요. 해외 MBA와 더욱 치열한 경쟁에서 국내 MBA는 승산이 있다고 봅니다.



이진원 기자 zinone@hankyung.com | 사진 서범세 기자 joyc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