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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게 그녀는 한국 축구계의 레전드 중 한 명인 허정무 전 국가대표 축구팀 감독의 아내로 기억되고 있고 또 누군가에게는 방송계를 주름잡던 명MC로 기억된다. 하지만 현재의 그녀는 향수에 대해서는 그 어느 전문가보다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동시에 쉽고 편한 언어로 대중의 신뢰를 얻어 홈쇼핑 완판 신화를 이뤄 가는 향수 사업가로 더 유명하다. 프랑스 향수 수입 전문 회사 윌러스인터네쇼날의 최미나 대표 이야기다.
최미나 방송인 겸 윌러스인터네쇼날 대표, “향수 사업 14년, 시간 가는 줄 몰라요”
“향수 사업을 시작한 지 벌써 14년이나 됐네요. 향수의 매력에 푹 빠져 살다 보니 시간이 이렇게 지난 지도 미처 몰랐어요.(웃음)”

지난 14년 동안 그녀가 사업을 쉰 것은 2010년을 전후로 한 단 2년뿐이다. 그녀의 남편인 허정무 감독이 월드컵을 맞아 국가대표 축구팀 수장으로 있을 동안이었다.

“남편이 태극마크를 달고 나라를 위해 열정을 다하고 있는데, 제가 돈 벌 궁리만 하고 있을 수는 없잖아요. 당연히 남편 뒷바라지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사업을 잠시 쉬었어요.”

대부분의 연예인들이 홈쇼핑 상품을 론칭할 때 화장품이나 패션 쪽 분야를 중시한 것과 달리 그녀는 오직 향수 하나로만 사업을 진행해 나갔다. 그것도 백화점 입점과 같은 오프라인 판매 대신 오직 홈쇼핑 방송을 통한 판매만 고집스레 밀고 나갔다. 39홈쇼핑부터 시작해 CJ홈쇼핑·현대홈쇼핑·롯데홈쇼핑 등 다양한 홈쇼핑을 거쳐 4~5년 전부터 NS홈쇼핑에서만 단독 판매하고 있다.

“사실 그 무렵, 이제 나이도 있고 해서 한 시간 내내 방송하는 게 무리다 싶어 방송을 고사하려고 했어요. 하지만 저만큼이나 향수를 좋아하고 또 우리 향수에 애정을 가진 머천다이저(MD)의 열정에 탄복하고 또 가족 같이 편안한 분위기에 반해 결국 환갑이 넘은 이 나이까지 계속 홈쇼핑 방송에 출연하고 있네요.(웃음)”


홈쇼핑만으로 연매출 100억 원대 ‘대박 행진’
그녀가 처음 향수에 매혹된 건 지금으로부터 약 40년도 훨씬 전의 일이다.

“고등학교 1학년 때였을 거예요. 우연히 친구에게서 향수를 선물 받았어요. 랑방이라는 브랜드의 5ml짜리 아주 작은 오드퍼퓸이었죠. 난생처음 맡아보는 그 향기가 너무 좋아 그 작은 향수 하나를 가지고 몇 날 며칠을 즐거운 생각에 빠졌어요.”

영혼까지 매료하는 듯한 그 향이 도대체 어디에서 오는지, 어떻게 하면 그런 향을 만들어 낼 수 있는지 열여덟의 소녀는 향수만 만지작거리며 조향사가 된 미래의 자신을 꿈꿔 보기도 했다.

방송계에서 남다른 말솜씨를 자랑하는 미모의 MC로 두각을 나타내는 중에도 늘 향수는 그녀의 가까이에 있었다. 연예계에 있다 보니 다양한 수입 향수를 접할 길도 많았고 향수를 좋아한다는 소문이 나다 보니 선물로 향수를 받는 일도 많았다.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방송인에서 아내와 엄마로 서서히 자리바꿈하는 중에도 향수는 늘 그녀와 함께 있었다.

“그렇게 모은 향수가 1000여 종이 넘어요. 그 많은 향수들을 보관하려다 보니 결국 집의 방 하나는 아예 향수들로 가득 찬 향수장이 되어 버렸죠.”
최미나 방송인 겸 윌러스인터네쇼날 대표, “향수 사업 14년, 시간 가는 줄 몰라요”
14년 전 향수 사업을 시작하게 된 것도 바로 그래서였다. 향수가 너무 좋아 좀 더 많은 향수를 직접 만나고 좋아하는 이들에게 자신이 좋아하는 향수를 권해 주고 싶은 욕심이 생겼기 때문이었다.

“처음에는 정말 안 되는 일투성이었어요. 프랑스에서 다양한 향수 회사들을 돌아다니며 마음에 드는 향수를 발견해도 막상 그것을 수입할 길이 없었어요. 프랑스 회사들에 저는 그저 한국이라는 낯선 나라에서 온 보따리장수나 다름없었으니까요.”

유구한 역사를 가진 부티크 향수 회사들은 에이전트도 끼지 않고 수만 개씩 사 가겠다는 그녀를 만나주려고도 하지 않았다. 결국 프랑스 상무관을 통해 프랑스 대사관으로 연결했고 프랑스 대사관과 외환은행 등에서 보증을 받아 마침내 그들과 협상 테이블을 마주하고 앉을 수 있었다.
최미나 방송인 겸 윌러스인터네쇼날 대표, “향수 사업 14년, 시간 가는 줄 몰라요”
최미나 방송인 겸 윌러스인터네쇼날 대표, “향수 사업 14년, 시간 가는 줄 몰라요”
나름의 노하우도 있었다. 현금 구매를 통해 남들보다 조금 더 빨리 수입 절차를 밟았고 또 다량 구매를 통해 코스트를 다운시켜 보다 경제적인 가격을 매겨 홈쇼핑으로만 판매했다. 프랑스에서 직접 그녀가 발로 뛰어 찾아낸 다양한 브랜드의 향수들을 4종 세트, 5종 세트로 묶어 7만9900원에 팔기 시작했다. 반응은 첫 방송부터 가히 폭발적이었다.

“처음에는 한 시간 방송에 1000세트, 그다음에는 2000세트, 3000세트…. 방송이 거듭될 때마다 수량이 늘어났고 그 전부가 다 매진을 기록했어요.”

그 결과 ‘최미나의 향수 이야기’는 30회 이상 연속 매진이라는 대기록을 남기며 연매출만 대략 100억 원대에 가까운 대박 신화를 일궈 냈다.


‘MC’`·‘허정무 아내’보다 달콤한 ‘향수 전문가’
홈쇼핑에서 옷이나 화장품은 시각적인 전달로도 충분히 판매할 수 있다. 음식 또한 보이는 것만으로, 먹는 사람들의 표정으로, 음식의 겉모습만으로도 충분히 판매가 가능하다. 하지만 향수는 다르다. 아무리 케이스가 예뻐도, 아무리 브랜드를 설명해도 결국 그 향기에 매료되지 않으면 사람들은 향수를 쉽게 사려고 하지 않는다.

“그래서 보고만 있어도 그 향을 연상시킬 수 있게 아주 구체적으로 설명하려고 해요. 언제 어떤 때 뿌리면 좋은 향인지, 어떤 계열의 향기인지요.”

매년 해외의 각종 향수 박람회에 빠지지 않고 참석하는 것도, 동료 수입 업자들과 함께하는 자리를 자주 갖는 것도 모두 트렌드를 발 빠르게 읽기 위한 그녀의 노력들이다.

“요즘에도 1년이면 서너 차례씩 파리에 가곤 해요. 특히 3~4월에는 이탈리아와 파리를 거쳐 중요 향수 공장과 시장들을 탐방하고 9월에는 다음 해 출시될 제품들을 먼저 만나기 위해 반드시 파리에 가곤 하죠.”

자신이 좋아하고 매료된 향수를 남들도 자신만큼 좋아해 주길 바란 것과 향수에 대한 순수한 열망이 14년 동안 그녀를 향수 사업에 매진하게 해 준 원동력이다.

“제겐 거창한 목표나 꿈은 없어요. 그저 내가 좋아하는 일을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우리 가족들, 나와 같이 일하는 사람들에게 멋진 아내, 엄마, 할머니, 장모, 멋진 동료로 인정받는 것이죠.”



김성주 객원기자 helieta@empal.com│사진 서범세 기자 joyc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