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연출보다 자기다움에 집중하라

필자가 아나운서로 활동하다가 최고경영자(CEO)들의 스피치를 돕는 일을 시작하게 된 것은 ‘말’에 대한 사람들의 오해가 안타까웠기 때문이다. 말은 커뮤니케이션의 가장 기본적인 도구다. 사람들은 훌륭한 스피치를 찾아다닌다. 토크 콘서트라고 불리는 형식의 강연회 열풍이 불고 다양한 강연 TV 프로그램들이 꾸준히 사랑받는 것이 그 증거일 것이다. 하지만 많은 오해의 결과로 좋은 스피치는 자신은 할 수 없는 남의 몫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김자영의 소통 경영’ 시리즈를 마무리하면서 스피치에 대한 가장 흔한 오해와 진실을 다루고자 한다.
[김자영의 소통 경영] 스피치에 대한 흔한 오해와 진실
가장 흔한 오해는 대본 그대로 완벽하게 외우거나 읽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러한 오해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완벽한 원고를 써서 현장에서 읽거나 작은 표현 하나까지 미리 준비해 외운다. 그런데 원고를 읽으려면 더듬지 않고 매끄럽게 잘 읽어야 한다는 부담이 생긴다. 자연히 고개를 들어 청중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한다. 외워서 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연습한 게 생각나지 않으면 어쩌나 걱정이 앞서고 이 걱정은 스피치의 재미를 반감시키고 지루하게 만든다.

사람들 앞에서 말하기 위해서는 물론 준비를 많이 해야 한다. 하지만 준비한 것을 토대로 현장에서 완성하는 것이 진짜 스피치다. 날씨에 따라 적당하게 바꾸는 인사말과 마무리는 필수다. 또 청중과 눈을 맞추고 잘 못 알아듣겠다고 갸우뚱하는 모습을 본다면 앞에 설명한 내용을 다시 한 번 풀어서 이야기해 줘야 한다. 대본에만 얽매이지 말고 대본을 토대로 듣는 사람과 함께 호흡해야 좋은 스피치라는 얘기다.

또 다른 오해를 보자. 많은 사람들은 스피치에서 말을 더듬을까봐, 말문이 막힐까봐, 유창하지 않을까봐 걱정한다. 이는 스피치는 청산유수 같이 유창해야 한다는 오해에서 비롯된 걱정이다. 과연 그럴까. 그러면 유창하게 말하지 못하는 사람은 좋은 스피치를 못한다는 걸까.
[김자영의 소통 경영] 스피치에 대한 흔한 오해와 진실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우스갯소리로, ‘사기꾼을 가려낼 수 있는 방법’이란 질문에 달린 댓글은 ‘말을 청산유수처럼 잘한다’였다고 한다. 우리는 문화적으로, 사회적으로 청산유수 같은 말을 오히려 부정적으로 생각한다. 거침없는 달변, 폭포수처럼 말을 쏟아내는 것이 꼭 좋은 스피치는 아니다. 생각을 곱씹어 가면서 말하는 것, 생각하는 과정과 말로 표현하는 속도를 맞추는 것은 중요하다. 심지어 더듬거나 생각에 골몰해 잠시 말이 막히는 것도 강력한 메시지가 된다. 때로는 잠깐의 침묵이 더 큰 울림과 더 많은 이야기를 전달한다.



사람 냄새가 살아있는 스피치
마지막으로 스피치를 잘하기 위해서는 쇼맨십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래서 잘하던 강연 중 갑자기 무리수 농담을 던져 분위기를 망치는 것을 꽤 자주 볼 수 있다. 미리 준비한 농담이나 연출을 현장 상황에 대한 고려 없이 강행하는 것이다. 특히 스피치 초보자들은 긴장으로 ‘오버’해 이런 실수를 저지르기 쉽다.

하지만 잘해 보려고 지나치게 힘이 들어간 스피치는 감동을 주지 못한다. 오히려 보는 사람을 부담스럽고 불편하게 만든다. 스피치도 커뮤니케이션의 하나다. 말을 들어주는 상대가 많거나 장소가 넓어졌기 때문에 일대일로 대화할 때보다 목소리나 자세가 좀 더 확실해야 할 뿐이다.

스피치가 ‘만들어 보여 줘야 하는 쇼’라고 생각하는 순간 오버하게 된다. 그리고 ‘나’란 사람은 사라져 버린다. 과도한 연출보다 자기다움에 집중해야 한다. 진정성, 즉 사람 냄새가 살아있는 스피치가 가장 설득력 있고 강력하다. 말의 힘을 더욱 강하게, 말의 아름다움을 더욱 아름답게 만드는 게 훌륭한 스피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