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현호 '종로상회' 천호점주

“직장 생활을 할 때는 고수라고 생각했는데 창업을 시작하고 나서는 하수가 된 기분이었죠. 창업 교과서가 따로 있는 것도 아니고 몸으로 부딪치면서 다시 제2의 인생을 일궜습니다.”

한현호 종로상회 천호점주는 국내 굴지의 건설사 엔지니어 출신이다. 해외 대규모 건설 프로젝트에 주로 참여해 왔지만 오랜 해외 생활에 지쳐 2002년 사표를 던지고 나왔다. 재취업과 창업의 갈림길에서 그가 선택한 것은 삼겹살 창업이었다.

“친척 중에 외식업 창업을 한 사람이 있어서 잠시 도와준 적이 있는데 그때 동기부여가 된 것 같아요. 삼겹살은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음식이니까 불황을 타지 않겠다고 생각해 시작하게 됐습니다.” 프랜차이즈가 아닌 독자적인 브랜드를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경양식 레스토랑을 벤치마킹해 야침차게 문을 열었다. 고깃집이지만 인테리어에는 삼겹살 느낌을 싹 지운 게 특징이었다. 예상대로 출발은 순조로웠다. 1인분 6000원의 가격으로 일 매출 200만 원을 기록하며 직장 생활을 할 때보다 여유로운 삶을 사는 듯했다. 문제는 트렌드가 변하면서 시작됐다.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불황이 없을 것 같던 삼겹살에도 그 여파가 미치기 시작한 것.

“점차 매출이 떨어지면서 일 매출이 50만 원 이하로 내려왔죠. 시장조사를 해 보니 고깃집의 트렌드가 점차 변하고 있었어요. 레스토랑보다 포장마차 같은 분위기를 젊은 사람들이 더 선호한다는 걸 알고 다시 한 번 변화를 줘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창업] 프랜차이즈 탐구 - “창업 쉽지 않아…트렌드 잘 좇아야”
같은 삼겹살도 이름 달리하면 ‘대박’

이번엔 프랜차이즈를 선택했다. 인테리어, 메뉴 구성, 마케팅 등은 전문가에게 맡기고 운영에만 집중하기 위해서였다. 본사 전문 인력의 트렌드 감각을 믿고 종로상회의 문을 두드렸다. 같은 삼겹살 업종이면서 특수 부위 생고기 등 다양한 메뉴가 있고 마케팅 활동을 적극 지원하는 것에 매력을 느꼈다. 또한 가맹점이 많지 않아 가맹비가 높지 않다는 점도 종로상회를 선택한 이유였다.

같은 장소에서 리모델링했기 때문에 비용은 1억 원 미만으로 들었다. 본사에는 가맹비와 교육비로 400여만 원을 지불하고 7000만 원은 인테리어에 쏟았다. 가게 규모는 이전의 절반인 132㎡(40평)대로 줄이고 전반적으로 복고풍 분위기로 다시 바꿨다. 이전에 비해 이벤트성 마케팅을 대폭 확대하는 한편 물류 관리도 다시 했다.

“예전에는 좋은 고기를 비싸게 들여와 비싸가 팔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고객들은 고기의 질보다 분위기나 트렌드에 더 민감한 것 같아요.” 같은 삼겹살도 ‘벌집 삼결살’, ‘볏집 삼겹살’과 같이 트렌드를 반영해 이름을 바꿔야 장사가 된다는 설명이다.

한 점주는 현재 일 매출 150만 원, 월 매출 약 5000만 원의 성과를 올리고 있다. 오전 11시부터 새벽 3시까지 영업하는데, 주로 저녁 손님이 많다고 한다. 주류를 제외하고 전체 매출의 60~70%는 고기에서, 30~40%는 추억의 도시락, 냉면, 묵사발 같은 식사류에서 발생한다. 식사류에서 꾸준히 신메뉴를 개발해 고객 선택의 폭을 넓히는 것도 한 점주가 신경 써 운영하는 부분이다. 매출에서 임차료·인건비·재료비 등을 제하면 순이익은 25~30%가 남는다. 본사 가맹비는 2년에 한 번씩 갱신하고 있다.

“지금은 만족할 만한 성과가 나오고 있지만 또 언제 어떻게 트렌드가 변할지 모르죠. 창업의 세계에서 중요한 것은 고객에게 ‘새로운 느낌’을 주는 데 있다는 걸 부딪치며 배웠습니다.”



이현주 기자 charis@hankyung.com│사진 김기남 기자 kn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