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영수(69) 파스쿠찌 포스코센터점 대표는 전직 최고경영자(CEO)다. 한때는 패션 업계를 호령하던 그가 은퇴 후 인생 후반부를 위해 선택한 길은 ‘창업’이었다. 우연히 커피에 관심을 갖게 된 이후 그는 에스프레소 커피 시장이 폭발할 것으로 판단했다.

“2008년 당시 시장조사해 본 결과 인스턴트커피 시장은 줄고 에스프레소 커피 시장은 크고 있었습니다. 나중에 우후죽순으로 카페가 생기더라도 한 발 앞서 시작하면 괜찮지 않을까 생각했죠.”

커피 창업으로 결심을 굳힌 후 브랜드를 선택해야 했다. 그는 직접 패션 프랜차이즈를 거느렸던 경험을 바탕으로 규모 있는 회사에서 운영하는 프랜차이즈가 안전하다고 판단했고 식품 기업 SPC의 파스쿠찌 문을 두드렸다. 프랜차이즈로 계약했지만 입지나 규모를 정할 때는 직접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이때 두 가지 원칙을 가지고 있었는데 첫째는 ‘나만의 시간과 공간을 확보하는 것’이었고 둘째는 ‘수익에 큰 욕심을 내지 말자’는 것이었다.
[창업] 서영수 파스쿠찌 포스코센터점 대표 “사람은 나이에 맞는 선택이 필요하죠”
‘아르바이트생’ 아닌 ‘직원’ 고용

이에 따라 강남 오피스 상권을 공략하기로 했고 포스코센터 뒤쪽에 496㎡(150평) 규모의 자리를 찾았다. 여유 있는 공간에서 휴식을 원하는 직장인들이 많다는 판단과 20~30명이 회의를 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2008년 당시로서는 꽤 큰 규모로 오픈하는 모험을 했다. 한쪽엔 33㎡(10평) 남짓의 자신만을 위한 사무실을 만드는 것도 잊지 않았다.

“카페에 사장실이 따로 있는 걸 못 봤죠. 이렇게 공간을 만들어 놓으니 외부에서 손님이 찾아와도 자랑스럽게 보여줄 수 있습니다. 오전 10시쯤 출근해 커피 한잔 마시고 책도 읽고 손님도 만나고 이렇게 여유를 부리면서 돈을 벌 수 있으니 얼마나 좋습니까.”

서 대표는 처음부터 목표 수익을 ‘은행 이자의 +α’로 잡았다. 매출액에서 인건비·임차료·고정비를 다 제하고 순수익이 5% 이상이면 만족하겠다는 생각이었다.

“물론 은행 이자보다는 훨씬 더 벌고 있습니다. 큰돈을 버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꾸준한 품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카페를 만드는 데 있습니다.”

이를 위해 카페 창업 이후 지금까지 ‘직원 채용’의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현재 총 7명의 직원과 1명의 아르바이트생이 함께 일하고 있다.

“연차가 올라감에 따라 월급도 올려주니 비용은 들지만 이 원칙만큼은 제가 옳다고 생각합니다. 서비스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음식이 맛있어야 하고 레시피에 충실해야 하며 또 친절해야 하죠.”

사장이 직접 면접을 통해 검증된 직원을 선발하고 채용한 이후에는 믿음을 가지고 직원이 원할 때까지 함께 일해야 한다는 것이 서 대표의 생각이다. 주 40시간 근무도 보장해 주고 있다. 서 대표가 창업한 이후 일대에는 총 5개의 경쟁사가 생겼지만 매출에 큰 차이가 없는 비결이 바로 이러한 원칙 때문이라고 그는 강조한다.

“은퇴 이후 한때는 막막한 시간을 보내기도 했지만 이렇게 내게 맞는 일을 다시 찾아 좋습니다. 사람은 나이에 맞는 선택이 필요하죠. 70대가 돼서도 수익이 나는 한 계속해서 일할 생각입니다.”

한편 2013년 4월 말 기준 280여 개의 점포를 운영하고 있는 파스쿠찌는 올해 말까지 전국에 100여 개의 신규 점포를 개설할 예정이다. SPC는 ‘골목 상권’ 논란으로 파리바게뜨 출점이 어려운 상황에서 올해 파스쿠찌를 위한 여러 창업 지원을 늘릴 계획이다. 대표적으로 SPC캐피탈의 창업금 지원제도로, 주로 부동산 담보대출이나 장비 담보대출을 지원하고 있다. 또한 기존 파스쿠찌 점주의 다점포 출점을 위한 지원 제도를 마련하고 있다.




이현주 기자 charis@hankyung.com | 사진 김기남 기자 kn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