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왜 대충 합리적인가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행동경제학’을 내건 책들이 서점가를 휩쓸고 있다. 엄청난 재앙 앞에 무기력한 주류 경제학에 대한 반발로 이해된다. 행동경제학 책들은 인간이 주류 경제학이 가정하는 것처럼 합리적인 존재가 아니라고 맹공을 퍼붓는다. 때론 모순적이고 어이없기까지 한 행동을 불사하는 인간 군상들이 참혹한 금융 위기를 부르곤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면 인간은 비합리적이기만한 존재일까. 인간이 철두철미 비합리적이라는 주장은 주류 경제학자들의 가정만큼이나 터무니없는 것이다. 현실 속의 인간은 합리성과 비합리성의 중간 어디쯤을 왔다 갔다 한다고 보는 게 정확할 것이다. 다시 말해 인간은 ‘대체로’합리적인 동시에 ‘대체로’ 이기적이다.

행동경제학은 기존 경제학을 완전히 뒤엎는 새로운 학문이 아니다. 행동경제학은 사람이 합리적이라는 주류 경제학의 가정을 부정하지 않는다. 다만 왜 합리적인 인간이 때때로 비합리적인 행동을 하는지를 이해하고자 할 뿐이다.

경제학 교과서는 이미 지불돼 회수할 수 없는 ‘매몰비용’은 계산하지 말라고 가르친다. 이미 지불된 비용은 미래의 효용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반면 행동경제학은 매몰비용은 계산하지 않아야 하는데도 왜 인간은 자주 매몰비용을 계산하는 것일까 하는 관점에서 인간의 행동을 설명하려고 한다. 이래야 한다거나 저래서는 안 된다는 당위가 아니라 왜 인간은 그렇게 행동하는지를 이해하자는 뜻이다. 행동경제학은 인간 행동의 해부에는 직선적으로 단순하고 명료한 합리성보다 더 복잡하고 때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심리와 정서가 있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조준현 지음 |256쪽|을유문화사 |1만3000원





이동환의 독서노트

‘비극의 비밀’ 그리스 고전이 나를 부른다

북 칼럼니스트 eehwan@naver.com
[Book] 사람은 왜 대충 합리적인가, ‘비합리의 합리성’행동경제학 바로 보기 外
북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필자는 주변에서 어떤 책을 읽으면 좋겠느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묻는 사람이 어떤 장르의 책을 좋아하는지 상관없이 대답해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고전’을 읽으라고 권하는 것이다. 서양의 고전소설이나 ‘사기’와 같은 동양 고전 그리고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읽으라고 권한다.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읽는 방법 가운데 제일 쉬운 방법은 고(故) 이윤기 선생의 책을 읽는 것이다.

그런데 이에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게 마련이다. 왜냐하면 이윤기 선생의 책은 원전에서 자신의 입맛에 맞춰 고른 부분을 소개했기에 원전을 보고 싶어 하는 욕구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원전을 읽어야 한다는 말인데, 이에는 문제가 있다. 우선 그리스 고전은 희곡이다. 즉 연극 대본이기에 소설에서처럼 상황을 묘사해 주거나 주인공의 심리 상황에 대한 설명이 전혀 없거나 부족하다. 게다가 중간 중간에 합창까지 나온다. 우리가 평상시 독서할 때 마주칠 수 있는 상황과는 전혀 다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그리스 고전 작품을 읽고 내 것으로 만들 수 있을까.

책을 제대로 읽어 내는 방법 가운데 가장 중요한 점은 콘텍스트, 즉 맥락 읽기를 해야 한다. 그러려면 책에 대한 배경 지식을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어야 한다. 시대적 상황에서부터 시작해 지리적 이해 그리고 언어에 대한 지식도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독자는 단지 텍스트만 읽을 수밖에 없다.

그리스 고전을 전공한 강대진은 그리스 비극 작가의 작품 12편을 이 책에서 설명해 준다. 그리스 3대 비극 작가라면 그 작품을 읽지 않았더라도 아이스퀴로스·소포클레스·에우리피데스인 줄 안다. 2500년 전에 쓰인 이 작품들은 인류 최고의 문학 작품으로 지금도 끊임없이 소설의 소재로, 또 영화로 심지어는 학문적 소재로까지 활용되고 있다.

학문적 소재인 프로이트의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나 반대적 의미를 가진 칼 융의 ‘엘렉트라 콤플렉스’는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그리스 비극에서 출발한다. 엘렉트라가 아버지를 죽인 엄마 클리템네스트라를 살해하는 장면은 3인의 비극 작가 작품 모두에 나온다. 그런데 세부적인 상황은 모두 다르다. 저자는 각 작품이 가지고 있는 형식과 그 속에 숨어 있는 원작의 의도까지 샅샅이 읽어 준다. 이것이 바로 원작을 이해할 수 있는 콘텍스트 방법이다.

강대진 지음 |400쪽 |문학동네 |2만2000원




이건희 개혁 20년, 또 다른 도전
[Book] 사람은 왜 대충 합리적인가, ‘비합리의 합리성’행동경제학 바로 보기 外
조일훈 지음 |316쪽 |김영사 |1만4000원
현역 경제 기자인 저자가 삼성 신경영 20년의 성과를 개혁 주역들의 생생한 현장 증언을 토대로 분석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1993년 6월 프랑크푸르트 선언으로 새로운 개혁의 깃발을 올렸다. 과거와 완전히 다른 생각과 판단, 실행 능력을 이끌어 내기 위한 혁명적 발상이자 타이밍의 전략적 설계였다. 그 이후 20년이 흘렀고 삼성은 상전벽해를 이뤘다. 초기 산업화 시대의 추격자에서 시장 선도자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이 회장의 위기의식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거대 권력의 종말
[Book] 사람은 왜 대충 합리적인가, ‘비합리의 합리성’행동경제학 바로 보기 外
니코 멜레 지음 |이은경 외 옮김 |368쪽 |알에이치코리아 |1만5000원
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디지털 혁명과 그에 따른 사회변화를 추적했다. 저자는 하버드케네디스쿨 교수로 인터넷의 초기 발전을 이끈 정보기술(IT) 그루(guru)이자 소셜 미디어 전략의 선구자다. 이 책은 디지털 기술의 급진적 발전이 거대 언론과 거대 정당, 거대 엔터테인먼트, 거대 정부, 거대 군사력, 거대 지성, 거대 기업을 어떻게 교란하고 무너뜨릴 수 있는지 보여준다. 기술은 가치중립적인 듯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눈먼 종교를 위한 인문학
[Book] 사람은 왜 대충 합리적인가, ‘비합리의 합리성’행동경제학 바로 보기 外
김경집 지음 |367쪽 |시공사 |1만4000원
인문학자의 종교 비판서다. 교조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복음서를 재해석했다. 저자는 능동적이고 주체적인 신앙인이 되기 위해서는 밝은 눈으로 경전을 읽어야 한다고 말한다. 권위자나 전문가에게 맡기고 맹목적으로 따를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예수는 아주 쉬운 언어로 복음을 전했고 정의로운 힘으로 행동했다. 현재 교회의 문제점을 아무리 지적해도 변하지 않는 것은 신자들이 스스로 깨어 밝은 눈으로 복음서를 읽는 데에 소홀하기 때문이다.





김유신 말의 목을 베다
[Book] 사람은 왜 대충 합리적인가, ‘비합리의 합리성’행동경제학 바로 보기 外
황윤 지음 |손광산 그림 |464쪽 |어드북스 |1만8000원
삼국통일을 이룩한 역사 속 인물 김유신을 생생하게 복원해 냈다. 현재 김유신에 대한 기록과 정보는 턱없이 부족하다. 저자는 상상력을 바탕으로 김유신이라는 논쟁적 인물을 현대적으로 재구성해 낸다. 김유신은 항상 가야계 출신이라는 신분적 제한에 발목을 잡혔다. 그는 이 한계를 어떻게 뛰어넘었을까. 저자는 김유신의 이야기를 하나하나 되짚어 나간다. 김유신과 김춘추의 인연, 그리고 태대각간이 되기까지의 과정 등 그동안 알려지지 않고 자세히 알 수 없었던 이야기들을 사실과 픽션을 바탕으로 풀어나간다.






장승규 기자 skjang@hankyung.com